“얼마 보내면 돼?”점심식사를 하고 1/n 계산을 한다. 2030세대에게는 흔한 모습인 이른바 ‘N빵’. 간편 계좌이체 앱을 이용해 각자 몫을 정산한다. 서로 지갑이 얇기에 작은 금액이라도 나눠 내는 것이 정감 있다고 말하는 세대다. “내가 낼게”가 더 익숙한 기성세대와는 ‘정’의 개념부터가 다르다. 각자에게 부담주지 않기가 젊은 세대가 말하는 ‘정’인 셈이다. 이것이 바로 ‘김영란법’ 시행이후 생활 저변
파스텔톤, 심쿵주의보, 교회오빠, 짝사랑, 두려움, 비밀.기억 속 첫사랑은 그랬다. 그 오빠만 보면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치고 갱년기에나 찾아온다는 안면홍조가 시도 때도 없이 10대인 내게 어울리지 않는 붉은 낯빛을 선사하기도 했다. 처음 경험해 보는 낯선 감정에 어찌할 바 몰랐던 그때를 떠올리며 미소 지을 수 있는 건 어쩌면 이제 다신 경험할 수 없음에 대한 아쉬움과 선물 같은 추억에 대한 감사함 때문이리라.안드레 애치먼의 소설 ‘그해 여름손님’을 원작으로 제90회 아카데미 각색상에 빛나는 ‘콜 미
과거 기성세대를 일컬을 때나 학생들 사이에서 선생님을 뜻하는 은어로 사용됐던 단어, ‘꼰대’. 그 시절 꼰대라는 단어는 대놓고 저항 할 수 없기에 뒷담화용으로 사용돼 때로 해우소 같은 역할을 해주기도 했다. 단어 자체에 해묵은 느낌이 가득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가 사는 2018년 여전히 꼰대는 하나의 ‘괴롭힘 문화’로 자리 잡으며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간호사들의 ‘태움 문화’ 역시 꼰대문화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선배 간호사들로부터 신임 간호
“내가 널 키울 수는 없어도 죽일 수는 있어”.아주 오래 전 공연이 끝나고 회식 자리에서 억지웃음 지으며 들었던 얘기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선배가 농담으로 건넨 섬뜩한 이 말에 어떤 리액션을 해야 좋을지 몰랐던 기억이 떠오른다.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것도 혼나야 할 이유가 됐던 어이없던 시절, 후배는 무조건 ‘죄송합니다’를 입버릇처럼 말해야만 했던 대학로 연극계에서 배우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 당시 후배란 입장은 선배는 물론 캐스팅의 권한을 쥐고 있는 연출가에게 어떤 얘기도 할
Yes or No?선택권이 있을 줄 알았다. 열정과 패기로 시작된 직장생활,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고 했던가. 인생은 회사라는 조직에 저당 잡힌 채 열정의 온도는 곤두박질 쳐 급속히 냉각돼 버렸다. 마치 요즘 한파처럼. 은퇴하신 아버지처럼 사직서를 가슴에 품고 자식 생각하며 버텨내야 하는 건가 고민스럽다. 그런 삶이 그저 숙명이려니 받아들이기에는 한숨 밖에 나오질 않는다.얼마 전 만났던 후배의 고민은 한 살 더 먹은 만큼 안타깝게도 그 깊이가 더 깊어진 듯 했다. 선배로서 뭔가 그럴듯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고 싶단 생각은 일찍이 접
연말에서 연초로 이어진 우울증 관련 사망 소식에 연예계가 침통하다. 전도유망한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마음의 병, 우울증. 혹자는 무엇이 부족하다고, 죽을 용기가 있으면 뭔들 못하겠느냐고 삶을 저버린 이들을 힐난한다. 보통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연예인이기에 죽음이 대중에게 감사함을 모르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스포트라이트의 정점에 선 이들은 언제나 눈부시게 화려하다. 그 화려함은 평범한 일상도, 가슴 아픈 일들도 모두 가려버린다. 이를 드러내는 것은 연예인답지 않은 모습이다. 무대에서, 카메
8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 75회 골든글러브 시상식의 하이라이트는 수상 가능성이 농후했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 대신 작품상을 수상한 ‘쓰리 빌보드’였을까? 단언컨대 이번엔 이런 이변조차 무색해졌다.바로 레드 카펫을 장식한 할리우드 스타들의 ‘블랙 웨이브’가 시상식의 시작이자 정점이었고 끝이었다. 전 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자리인 만큼 스타들은 눈에 띄는 스타일링을 위해 오랜 시간 전부터 온 정성을 다해 준비한다. 하
언제부턴가 크리스마스가 되면 소외돼 버린 이름, 가족 그 안에는 으레 그러려니 하시는 슬픈 표정의 엄마가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그런 엄마 생각에 나도 모르게 울컥했고 급기야 영화말미에는 그동안 제대로 쏟아내지 못한 카타르시스의 총량을 눈물로 아낌없이 토해내고야 말았다.사람 많은 곳은 싫다고 하시면서 손사래 치시는 엄마를 모시고 다시 한 번 극장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익숙하지 않음에 싫다는 표현이 먼저일 수밖에 없는 엄마, ‘그동안 참 무심한 딸이었구나, 나란 사람…’ 영화가 주는 잔상이 강해서
‘롱패딩’을 입은 사람과 입지 않은 사람, 2017년 우리가 사는 이곳의 겨울 풍경은 이렇게 두 부류로 나뉜다.국민 10명 중 4명이 갖고 있다는 겨울 외투 롱패딩, 이쯤 되면 열풍을 넘어 광풍이라고 하겠다. 프로농구가 출범하기 이전 농구대잔치라는 이름으로 경기가 열리던 시기, 농구선수들의 전유물이었던 ‘벤치파카’가 이젠 1020 세대에게 없어서는 안 될 패션 아이템으로 변했다.입는 이들에게는 ‘굿즈’겠지만 사줘야 하는 입장에서는 ‘등골브레이커’의
‘MIC DROP’ 리믹스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수 2000만뷰 돌파, 미국 아이튠즈 ‘톱 송 차트’ 전 세계 50개국 1위, 지난 5월 ‘2017 빌보드 뮤직 어워드’ 수상, ‘2017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한국인 최초 데뷔 무대, ‘기네스 세계기록 2018’ 중 트위터에서 최다 리트윗 된 그룹으로 등재, 뉴욕 타임즈가 뽑은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아티스트’ 중 유일한 아시아 가수.방탄소년단, 가히
아주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학창시절 친구와의 만남, 반가움은 꽤 긴 시간 동안 이어진 수다로도 모자라 결국 집에 돌아오자마자 과거를 소환하기에 이르렀다. 책상서랍 한 켠에 보관된 편지와 스티커 사진들 그리고 진열장에 꽂혀있는 사진첩들, 언제 봤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오래된 것들이 그래도 그 자리에 있어줘서 너무나 다행스럽다. 낡은 편지에는 별것 아닌 일에도 함께 웃고 울며 공감해준 친구의 따스함이, 작은 스티커 사진에는 마치 폭탄 맞은 것 같은 가발을 쓰고 세상 가장 행복한 웃음을 보였던 우리들의 유쾌함이, 먼지를 털어낸 사진
“으악~ ” “우리 개는 안 물어요, 얼마나 순한데~” 어제 동네 산책로를 걷다가 목격한 광경이다.목줄을 하지 않은, 정확히 얘기 하자면 개 목에 있어야 할 목줄은 견주에 손에 감겨 있었고, 덩치가 큰 개는 낯선 사람에게 으르렁 거리며 달려드는 상황이었다. 누군가는 그런 개에게 두려움을 느껴 비명에 가까운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 있는데 견주는 자신의 개를 제지하기는커녕 여유롭기만 했다. 마치 자신도 잠시 개에게 해방되어 자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듯이. 요즘 뉴스도 안보냐는 소리에 심드렁한
매일매일 가계부를 쓴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가계부 쓰시던 것을 보고 자란 탓에 자연스레 몸에 배어 있는 습관 중 하나다. 독립하고 나서 지출의 흐름을 정확히 알기 위해 이전보다 더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소비 규모를 즉시 체감하기 위해 카드는 거의 쓰지 않고 현금을 쓴다. 원플러스원은 때로 유혹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한번은 꼭 ‘지금 필요한가?’ 고민한 후에 과감히 포기한다. 윈도 쇼핑을 즐겨하지 않는다. 견물생심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쯤 되면 나도 꽤 ‘그뤠잇(Great)&rsquo
과연 이효리라는 톱스타가 일반인 여행객들과 함께 지낸다면 어떤 모습일까? JTBC ‘효리네 민박’을 처음 보기 시작했던 건 이런 단순한 호기심에 있었다.매주 일요일 밤이면 어김없이 습관처럼 TV앞에 앉게 되는 묘한 힘을 가진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 여기엔 이효리 특유의 예능감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녀와 이상순, 이지은(아이유) 민박집 임직원 세 사람의 케미는 잔잔하고 평화롭기만 하다. 그런데도 지루하지가 않다. 기승전결이 없다는 것도 특징이다. 굳이 구분하자면 새로운 손님이 오고, 그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중략)계절의 변화를 오롯이 온몸으로 느끼는 9월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폭염의 기세를 이젠 추억해야 한다는 사실에 새삼 자연의 섭리를 깨닫는다. 문뜩 올려다본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 그리고 이 순간을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불현듯 떠오르는 시가 있어 행복해진다.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의 한 구절을 읊어본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평론을 하면서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로 분석하는 것이 일상이 돼버
휴가철이 끝나가고 있는 요즘, SNS에는 각종 휴가지의 모습들로 가득하다. 파란 바닷가와 하늘빛, 석양이 지는 해변, 이국적인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예전에 비해 사진 찍는 기술이 일취월장한 느낌이랄까, 하나같이 작품들이다. 여기에 호텔에서의 멋진 식사와 유럽행 비행기 티켓 사진은 덤이다. 호기심으로 바라 본 누군가의 일상에 부러움이 솟아나는 건 한순간, 이내 한숨이 샌다. ‘난 뭘 하며 사는 걸까?’ 라는 답하기 어려운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보기도 하고,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는 문구를
“돈 벌려고 예술 하는 거 아니잖아.” , “연극해서 돈 벌 생각을 하는 게 말이 돼.”꼰대 같은 얘기지만 처음 배우라는 직업을 가졌을 때 선배들로부터 자주 들었던 말이었다. 술자리에서 자조적인 위안을 안주 삼아 때론 이런 말들이 푸념으로, 때론 예술에 대한 자긍심으로 해석되기도 했던 그 시절 출연료 언급은 감히 꺼낼 수도 없었다. 열정에 위배되는 행동으로 치부되기 십상이었으니까.교통비도 채 안 되는 페이를 받았을 때도, 두 달여를 땀 흘리며 연습한 후 공연 직전 제작자가 사라져 무대에 서
이번 주 시작부터 꽤나 시끄럽다. 말 때문이다.방송인 유세윤이 지난 8일 ‘SM타운 라이브 월드투어 Ⅵ 인 서울’ 무대에서 게스트로 출연해 ‘이태원 프리덤’의 안무를 설명하던 중 “팔을 반만 올리면 병신 같아 보인다”고 했고, 이 한마디는 이후 언론을 도배하며 심한 후푹풍을 겪고 있다.유세윤의 사과와 뮤지의 해명에 네티즌들의 반응은 막말에 대한 비판 여론과 장애인을 비하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라며 ‘마녀사냥’으로 몰고 가지 말자는 의견 등 각기 다른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하지만 그는 공인이다. 그리고 그 무대의 관객 대다수는 10대
놀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리는 불금, 그 시간 tvN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본방사수를 위해 TV앞에 앉아있다. 지식욕구가 놀고자 하는 욕망을 추월한다. 기현상이다. 4050 아재들이 이토록 매력적일 거라고 누가 예상했던가. 인문학과 예능이라는 언뜻 보기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 어떻게 그려질까 호기심을 갖고 보기 시작했던 게 이제 꽤 중독성을 발휘하고 있다.슬픈 이야기지만 보통 동네 아저씨로 상징되는 4050 아재들에게 매력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들의 삶의 경험은 때로 듣기 싫은 잔소리가 되어 꼰대
손가락이 바쁜 세상이다. 머리와 가슴이 반응하기 전에 본능적으로 손가락이 먼저 움직이고 있다.어느새 유행어가 된 ‘팩트체크’, 하지만 사실 확인 여부는 중요치 않다. 기다릴 수 있는 마음의 여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빠(첫 번째로 달리는 댓글)가 되고 싶다. 빛의 속도로 작성 끝, 댓글에 어떤 반응들을 보일까 무척이나 궁금하다. 찬성 의견이면 기분 업, 비난 대댓글(댓글에 대한 또 다른 댓글)이라도 있을라치면 감정 조절이 안 된다.“이건 뭐야” 급기야 댓글 전쟁이 시작된다. 상대가 누구인지는 알고 싶지도, 알 필요도 없다. 입에 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