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한국지엠에 악재가 잇따르면서 철수설도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아직 이른 판단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최근 업계에는 한국지엠이 철수를 준비 중이라는 추측이 쏟아져 나왔다. 적게는 국내 생산 규모를 줄이고 수입 판매기지로 전환한다거나, 반대로 내수 시장을 포기하고 생산기지화 한다는 설, 크게는 한국지엠을 매각하거나 폐업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한국지엠 군산공장 주력 생산 모델인 올란도. 비록 노후화 모델로 판매량이 줄면서 단종설까지 나왔지만, 여전히 우수한 상품성으로 높은 소비자 지지를 얻고 있다. 한국지엠 제공

이런 주장에는 한국지엠이 인력 규모를 줄이고 있는 것이 주요 근거가 됐다. 한국지엠은 2009년부터 올해까지 5번에 걸쳐 사무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5년 전인 2011년과 비교하면 한국지엠 직원 수는 1만1,134명에서 2016년 1만6,031명으로 6.4%나 줄었다. 같은 기간 국산차 업체 직원이 8.6%나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여기에 온갖 악재가 겹치면서 한국지엠 철수설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작년 내수 시장 역대 최고인 18만275대를 판매했음에도 수출이 급감하면서 당기순손실을 6,315억원이나 봤다. GM이 유럽기지인 오펠을 PSA그룹에 매각하고, 러시아 시장에서도 철수했던 것이 큰 영향을 줬다.

특히 올란도와 캡티바를 단종한다는 소문에 군산공장 폐쇄라는 구체적인 철수 가능성까지도 점쳐졌다. 군산공장 주력 모델은 올란도. 올 뉴 크루즈가 군산공장 생산 중이지만 아직은 성과가 크지 않다.

▲ 한국지엠은 부평공장에 GM그룹에서도 3번째 규모인 디자인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지엠 제공

이에 대해 한국지엠은 재고 처리를 위한 일시적 생산중단이라며 이례적으로 강경한 입장을 내며 대응했다. 하지만 올란도와 캡티바가 구형모델인 것은 분명한 사실. 한국지엠이 여전히 군산공장에 추가 생산 모델을 정하지 않는 것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비관적인 입장을 굽히지 않는 모습이다.

다만 한국지엠이 아무리 어려워도 철수설까지 거론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도 있다. 일단 한국지엠은 최근 내수 시장에서 신형 말리부, 크루즈 등을 앞세우고 점유율을 높이는 중이다. 현대기아차를 제외하면 확고한 위치에 있다.

철수설보다는 생산기지화설이 득세하는 것에서 엿볼 수 있듯, 한국지엠 생산력은 글로벌 GM도 무시할 수 없다고 알려져 있다. 비록 GM이 중국 공장에 힘을 싣는 상황이지만 오랜 기간 GM의 소형차 생산을 맡아왔던 한국지엠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지엠의 이런 기술력이 GM의 차세대 전기차 개발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 역시 한국지엠 철수 가능성을 떨어뜨린다. 업계에 따르면 GM의 차세대 전기차인 볼트 EV는 일부 구동기관을 제외하고는 디자인을 비롯한 여러 곳에 한국지엠의 숨결이 깃들여있다.

GM그룹에서도 세번째로 규모가 큰 한국지엠 디자인센터의 존재도 한국지엠 철수설이 아직은 이른 이유다. 2014년 부평공장에 지어진 한국지엠 디자인센터. 스파크, 새로운 트랙스, 볼트EV가 바로 이 곳 작품이다.

독일 오펠에 있던 디자인 역량이 이곳 디자인센터로 옮겨질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GM그룹에서 한국지엠이 차지하는 비중도 더 높아질 전망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한국지엠이 좀처럼 적자를 탈출하지 못하면서 위기를 겪는 것은 사실이다.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라며 “하지만 GM그룹에서 한국지엠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 철수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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