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진영] “기대작에 출연하고 싶고 일일 연속극 보다는 미니시리즈에 나오고 싶고. 연속극을 한다고 하면 뭔가 모르게 한 발짝 뒤쳐지는 느낌… 어린 배우들 가운데 이런 생각 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제 필모그래피에서 얼굴과 이름을 알린 건 다 주말드라마였어요.”

배우 유선이 SBS 주말극 ‘우리 갑순이’를 마무리 지었다. 살림 밑천이라는 맏딸로 태어나 속 깊은 성격으로 자란 재순은 이혼과 재혼, 부모와의 갈등 등을 겪으며 점차 성장했다. 극중 유독 속앓이가 많았던 인물.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드라마 제목이 ‘우리 갑순이’가 아닌 ‘우리 재순이’가 돼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어느덧 데뷔 20년을 바라보고 있는 유선에게 이는 무척 고마운 일이다. 최근 출연했던 영화와 드라마들이 기대만큼 좋은 성적표를 받아 들지 못 했기에 유선은 자신이 대중과 멀어졌다고 느끼기도 했다. ‘조강지처 클럽’, ‘왕가네 식구들’ 등 여러 히트 연속극들을 집필한 문영남 작가가 SBS 새 주말 드라마의 대본을 쓴다고 했을 때 먼저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 갑순이’는 유선에게 대중과 가까워지고 싶다는 갈증을 해소해준 작품이다.

“문영남 작가님의 작품이 편성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이 작품 하고 싶다’고 회사에 이야기를 했어요. 그러니까 먼저 프러포즈를 해서 출연할 수 있게 된 거죠. 사실 주말 드라마에 대한 로망이 애틋했어요. 필모그래피를 살펴 보면 시청자들과 가장 가까이서 호흡하고 잘됐던 건 주말 드라마였어요. 다행히 캐스팅이 순조롭게 진행이 됐고, 좋은 기회를 얻었죠.”

이제 새삼 유선에게 작품의 장르나 배역은 중요하지 않다. 아무리 이미지 변신을 하고 연기 변신을 한다 해도 대중에게 외면당하면 그런 변신은 기억에 남지 않으리라. 작은 배역이라도 자신만의 스토리와 역사가 확실한 인물이라면 출연하고 싶다.

‘우리 갑순이’에 출연하면서 기뻤던 점도 그것이다. 유선은 “문 작가님 작품에 작은 배역은 없다. 각각의 역사와 사연이 다 있다. 그래서 앞으로도 문 작가님이 출연 제안을 한다면 어떤 역이든 기꺼이 감사하게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뭐 사실 작품의 크기나 장르 같은 건 중요하지 않게 된 것 같아요. 미니시리즈부터 시작해서 기대작도 그렇고. 시청률이 안 나오면 그냥 조용히 묻히는 작품이 되더라고요. 어떤 작품을 하든 일단 시청자가 봐야 어필을 할 수 있고 소통을 할 수 있는 거지, 사람들이 보지 않는다면 소통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걸 느꼈어요. 열연을 아무리 하면 뭐해요, 아무도 안 봐주면 누구의 기억 속에도 없는 건데. 그래서 지금은 제일 중요한 건 시청자들과, 관객들과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갑순이’로 좋은 기운을 받은 유선은 그래서 쉬지 않을 생각이다. 할 수 있는 한 지치지 않고 시청자들과 만나고 싶다는 꿈이 있다. 곧바로 tvN 새 금토극 ‘크리미널 마인드’에서 뛰어난 능력과 사랑스러운 성격을 가진 정보 담당 요원을 연기한다.

“아이가 세 살이 될 때까지가 정서에 중요한 시기라고 해서 그 시간 동안 남편과 정말 최선을 다했어요. 이제는 아이도 유치원에 다니고 친구들을 만나기 시작했거든요. 엄마로서의 부담을 좀 내려놓고 배우 유선으로서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어요. 엄마가 일한다는 것에 대해 이해와 적응을 하고 있고요. 아이가 협조적일 때 더 열심히 해야죠.”

사진=다인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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