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임서아·허인혜] 삼성과 특검이 다시 법정 논쟁을 벌였지만 이번 싸움도 도돌이표를 찍었다. 특검에서 수많은 자료를 내놨지만 그 가운데 뇌물공여 등 범죄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는 없었다.

일각에서는 특검이 많은 시간을 소비하면서 서증조사를 진행했지만 불확실한 증거나 추측성 발언 등으로 인해 지지부진한 재판만이 계속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7차 공판이 26일 서울지방법원 서관 417호 대법정(형사합의 27부)에서 열렸다./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7차 공판이 26일 서울지방법원 서관 417호 대법정(형사합의 27부)에서 열렸다. 

이날 오전공판에서는 삼성전자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특검은 삼성전자가 영재센터에 후원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사업계획 이상의 돈을 출연했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이를 뒷받침하는 목적사업계획서, 사업수지예산서, 후원계약서, 후원계약변경서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특검 측은 “영재센터의 빙상과 설상 초기 사업계획서와 사업수지예산서를 보면 각각 4억5,000~4억6,000만원 규모의 예산을 잡았다”며 “이후 계약서와 달리 추가 지원이 있었고, 후원계약변경합의서를 작성하기 한달 여 전에도 추가 지원이 있어 5억5,000만원과 10억8,000만원이 더 투입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검은 삼성전자 직원들이 영재센터 직원 김모씨와의 이메일 내용과 통화내역, 영재센터 사업계획서도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영재센터 사업계획서의 맞춤법과 어법까지 지적하는 치밀함을 보였지만 직접적인 증거가 되지는 못했다. 이 부분을 지적하는 데만 10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이후 최순실(최서원)과 관련인들의 카카오톡 메시지도 하나씩 읽어 내려갔다. ‘파란 집’ ‘쌈’ 등의 은어가 들어간 메시지를 설명했지만, 이는 직접적인 사실이 아닌 추측성 발언이었다. 

변호인단은 기업차원의 후원은 인정하지만 대가성 청탁이 아니라고 반박해왔고 이번 역시 그 주장을 이어나갔다. 

변호인단은 △사업의 초기 계획이 삼성에 전달된 사실을 확인할 수 없고 △추가 출연을 하며 삼성전자의 권리가 신장됐으며 △영재센터의 사업 진행을 삼성전자가 꾸준히 확인해 왔고 △따라서 두 사간의 계약이 허술하거나 단순 대가성이라는 주장은 옳지 않다는 취지로 반론했다.

우선 영재센터의 빙상부 예산안이 2015년 10월 4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전달됐지만 삼성전자에 전해진 부분은 확인이 되지 않는다고 변호인단은 설명했다. 후원금의 규모 등에도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개입해 금액을 조정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가 당해 9월 25일 계약서 초안을 먼저 보낸 것에 대해 변호인단은 “초안을 만드는 쪽이 유리한 방향으로 작성할 수 있어 실무환경에서는 당연히 갑인 입장이 계약서 초안을 적는다”고 응답했다.

변호인단은 특검이 제시한 이메일과 상호계약서, 사업계획서의 증거를 오목조목 반박했다. 후원계약변경합의서가 이뤄지기 한달 전에 후원금이 지급됐다는 특검 측의 이야기에는 “날인이 없는 증거”라며 날인이 있는 계약서는 후원금 지급 당일 작성됐다고 해명했다.

사업자 등록증이 없는 상태로 계약이 이행됐다는 특검의 주장은 “사업자 등록과 업체 등록이 다른데, 계약 이후 사업자등록증 사본을 보냈다는 이메일 증거가 있다”며 “계약 당일 사본을 받은 점을 봤을 때 사업자등록은 이미 돼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권리가 추가 후원금에 맞춰 신장됐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변호인단은 “영재센터의 출판물에 삼성의 로고를 명시하는 등 후원사로서의 권리를 이행해 왔다”며 “추가 출연이 있을 때도 브랜드 노출 빈도를 높이는 등 권리가 확대됐다”고 주장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에서 특검이 ‘증거목록’으로 제시한 문서는 A4 300페이지가량이다. 진술조서와 비진술 증거도 수만페이지에 달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증거목록에 오른 문서들은 결정적인 증거라기 보다 정황증거라고 보는 편이 합당하다”며 “증거목록만 300매에 이른다는 점은 오히려 ‘결정타’가 없다는 이야기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오는 28일 9차 공판에서도 서증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은 올 상반기를 넘기게 된다. 이미 여타의 재판에 비해 다섯 배 이상의 시간을 소비했다. 핵심 없는 공방만 핑퐁으로 이어지며 국내 경제 피로도만 쌓이게 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임서아·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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