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윤용암 사장 등 삼성증권 경영진의 투자은행(IB) 명가 재건 움직임이 매섭다. 지난달 4조원 이상의 몸집도 갖추면서 특히 기업공개(IPO) 분야의 인력을 대거 보강하면서 기존의 강자였던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을 따라잡겠다는 야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에 비상장기업 12곳과 IPO 대표주관 또는 공동주관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IPO 공모금액은 2,087억원을 기록하면서 공모 실적이 있는 증권사 중 8위,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증권사 5곳 가운데서 가장 낮은 실적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크게 개선된 것이다.
 
ING생명의 공모가가 희망 공모가 범위(3만1,000원∼4만원)의 하단을 웃도는 3만3,000원으로 결정되는 등 흥행하면서 삼성증권의 자신감을 높이고 있다. 최종 공모가가 희망 범위 하단을 초과한 생명보험사는 2010년 상장한 삼성생명 이후 7년 만이다.

▲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

이 같은 삼성증권의 약진은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이 초대형 IB 육성정책에 맞춰 이를 활용한 대체투자 발굴 등에 적극 나서면서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윤 사장은 IB를 활용한 차별적 상품이 기관 뿐 아니라 리테일 고객의 만족도도 높이는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삼성증권은 올 초부터 공격적으로 타사에서 인력을 영입하고 있다.
 
현재 IPO팀이 20여명, 기업금융팀 3개팀에 총 30여명 정도인 IPO 관련 인력에 추후 10여명을 더 뽑겠다는 계획이다. NH투자증권이나 한국투자증권 등 다른 대형 증권사에 인력에 비하면 절반 정도 수준이지만 약학박사 출신을 영입하는 등 경제·경영 전공자가 아닌, 바이오 등 신산업 분야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갖춘 인력을 확보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이처럼 삼성증권이 열성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그룹 차원에서 어떤 시그널이 있었던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희망퇴직과 실적 부진 등으로 매각설이 꾸준히 제기됐다가 최대주주 삼성생명의 지분 매입과 지난 2월 증자 참여 등으로 그룹에서 다시 삼성증권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증권 지분 29.92%를 보유 중이다. 중간금융지주사가 도입되더라도 금융계열 자회사 지분 30%(비상장사 50%) 이상만 보유하면 되기 때문에 매각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지난해 말 서초 사옥으로의 이전도 매각설을 불식시킨 다른 이유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열린 코리아 에어파이낸스 컨퍼런스에 메인 스폰서로 참여하는 등 대체투자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증권이 IB쪽 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활발한 모습을 보이면서 정신을 차린 듯하다”며 “그룹에서 밀어주겠다는 확실한 언질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ING생명 상장으로 삼성증권은 35억9,000만원의 수수료를 챙기게 됐다. 그리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이를 시작으로 그간 자산관리(WM)에만 집중하던 자세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체질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IPO 부문 강화는 그 일환이다. 삼성증권이 대표주관사를 맡아 올 하반기 상장이 예상되는 티몬 등도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삼성증권의 자기자본이익률(ROE)는 4.5%로 2015년 7.4%에 비해 급락했지만 올해는 좀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원정 삼성증권 IB 본부장은 “최근 전통산업보다는 바이오나 자동차 전장산업, VR(가상현실) 분야에서 IPO 수요가 커지고 있어 관련 인력을 보강하려고 하고 있다”며 “증자 이후 IB 분야를 적극적으로 키워 기업에 대한 자금 조달 뿐 아니라, 리테일 등에 좋은 상품을 공급하는 등 시너지를 통해 삼성증권 전체의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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