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박경수/사진=kt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잘 나가던 kt가 첫 번째 고비를 만났다. '물방망이'가 불러온 예고된 위기다.

kt는 26일까지 11승11패로 6위에 그치고 있다. 시즌 초반 연승을 거듭하며 선두권으로 치고 나갈 때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25일에는 NC에 4-11로 지며 시즌 첫 3연패까지 당하면서 5할 승률 붕괴 위기에도 놓였다.

kt가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로는 방망이를 꼽을 수 있다. 타선이 점수를 뽑지 못하면서 '이길 수 없는' 경기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kt의 팀 타율은 0.232로 10위고, 득점권 타율은 0.239로 9위에 그친다. 22경기를 치르는 동안 6점 이상을 낸 경기는 3경기 뿐이지만, 2점 이하에 그친 건 모두 11경기다. 시범경기 기간 동안 팀 타율 0.293(1위)로 상대 마운드를 신나게 두들기며 선두를 달렸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공격첨병도, 해결사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답답함은 더 커진다. 테이블세터의 타율은 0.206(10위)에 그치고, 중심 타선도 타율 0.253(9위)로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하위 타선도 타율 0.231(10위)에 머문다. 팀 홈런도 14개(7위)에 머물러 경기 흐름을 한 번에 뒤집을 수 있는 대포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중심을 잡아줘야 할 선수들 마저 집단 부진에 빠졌다. 올 시즌 kt에서 규정타석을 지킨 타자 5명 중 3할 타자는 박경수(33) 뿐이다. 박경수는 타율 0.324로 분투하며 홈런도 5개를 때려내 팀에서 홈런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박경수를 받쳐줄 타자가 없다. 외국인 타자 모넬(31)은 타율 0.182에 그치다 2군에 내려갔고, 중심타자 유한준(36)은 타율 0.256로 아직까지 타격감을 찾지 못한 모습이다. 이대형(34)도 타율 0.239로 힘겨운 시즌 출발을 하고 있다.

개막 직후 단단한 마운드를 앞세워 승리를 거둬 들이면서 침체된 타선이 가려졌지만, 마운드가 흔들리자 타격 부진의 여파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kt는 개막 후 15경기에서 팀 평균자책점 3.14(2위)를 기록했지만 최근 7경기에서 평균자책점 7.52(10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진욱(57) kt 감독이 보는 타선 부진 원인은 '압박감'이다. 점수를 내야 한다는 생각에 쫓기고 있다는 이야기다. 김 감독은 "타자들이 생각보다 타격감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부담감 때문이라고 본다. 해결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타석에서 자꾸 조급해진다. 계산을 하고, 자기 스윙을 해야 하는데 급하니 계산 없이 (투수와) 상대를 하고, 결과는 점점 더 나빠지는 것 같다. 타자들이 부담을 털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kt는 지난 시즌에도 시범경기를 2위로 마치고, 4월까지 6위로 버티면서 희망을 가졌지만, 이후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2년 연속 최하위로 시즌을 마쳐야 했다. 더 이상 팀이 주춤거리면 '아픈 기억'에 다시 한 번 사로 잡힐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하루 빨리 타선의 폭발로 침체된 분위기를 바꿔야 하는 이유다.

김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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