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배구 워크숍 현장/사진=한국배구연맹

[춘천=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프로배구 감독을 비롯한 배구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를 격려하고 더 나은 리그를 만들기 위한 제도 개선을 모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관심이 집중된 2군 리그 도입을 놓고는 배구인들이 잠시 각자의 직책을 내려놓고 한국 배구계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소신발언도 마다하지 않는 등 의미 있는 시간이 펼쳐졌다.

한국배구연맹(KOVO)는 지난 26일과 27일 이틀간 강원도 춘천의 강촌 알레시안 리조트에서 2017 KOVO 통합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KOVO 사무국뿐 아니라 남녀부 13개 팀 지도자와 프런트, 심판, 전문위원, 기록원, 언론 등 배구계 관계자가 모여 2016~2017시즌을 마무리하고 2017~2018시즌을 준비하는 자리다.

오는 6월 임기가 종료되는 구자준(67) 총재의 고별사를 겸한 인사말로 시작된 워크숍은 1박2일간의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첫날에는 도핑 및 부정 방지 교육에 이어 2016~2017시즌 V리그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주어졌다. 뒤이어 연고지 육성학교 운영 방안, KOVO 챌린지(2부)리그 운영을 통한 비주전 선수의 경기력 향상, 비디오 판독 제도 및 운영 방식 개선 등에 관해 여론을 모으는 분임 토의가 진행됐다. 관계자들 사이에서 때때로 격론이 벌어지기도 하는 등 참여도와 열기는 예상보다 뜨거웠다.

2군 도입은 배구계가 당면한 과제이자 가장 주목하는 안건이다. 실무위원회 차원에서 논의됐던 2군 운영은 지난해에 이어 2년째 도마 위에 올랐다. 달라진 부분은 세부적인 운용 계획으로 2부 리그 참가팀의 선수 정원 확대, 샐러리캡 제도 차별 적용 등의 당근책이 제시됐다. 2군은 1군 홈 경기 전날 오후 7시에 연다는 가안도 나왔다.

현장과 프런트 모두 2군 리그 도입의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실현 가능성을 놓고는 온도차가 여전했다. 최태웅(41) 현대캐피탈 감독은 “팀 재정에 부담이 갈지라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2군 리그는 해야 한다”고 소신껏 발언했고 참석한 현역 감독들도 동감했다. 다만 운영 여건상 재정이 여유롭지 못한 구단의 경우 난색을 표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선수 엔트리를 늘리면 구단 버스도 한 대 더 있어야 하고 숙소도 새로 마련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한국 배구의 미래와 직결된 연고지 육성학교 운영 방안도 활발하게 논의됐다. 한 지방 유소년 지도자가 “현장의 상황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며 열악한 현실을 자세하게 알렸다. “이런 추세라면 10년 뒤에는 배구 선수라는 말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위기의식을 토대로 각 구단의 지역 유소년 육성 학교 지원 제도가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적용되고 어떤 효과를 불러올지 등에 관한 심도 있는 토론이 오갔다.

배구 발전이라는 취지답게 큰 틀에서 워크숍은 유익하고 성공적이었다. 연맹 고위 관계자는 “매년 통합 워크숍을 여는 의미는 두 가지”라며 “한 해를 정리하는 시점에서 수고했다고 서로 격려하는 자리이다. 또 하나는 새로운 규정과 제도를 만들기 전에 배구계 종사자들이 한데 모여 여론의 공감대를 형성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렇게 모두가 모여 친목을 다지는 기회가 많지 않다”면서 “제도 수정이나 신설, 보완의 경우 여기서 공감대가 모아지면 각 구단 사무국장이 주재하는 실무위원회와 이사회를 거쳐 실제 제도와 규칙에 반영된다”고 실효성에 무게를 뒀다.

춘천=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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