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의 문턱을 낮추면서 보험사들이 자본확충을 위해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앞다퉈 나서는 추세다. 

국제회계기준 IFRS17 도입이 목전으로 다가오면서 보험업계는 자본확충 수단으로 유리한 신종자본증권을 연달아 발행했고, 앞으로도 ‘러쉬’는 지속될 전망이다. 발행금리가 다소 높다는 단점도 투자자를 모으는 미끼가 된다는 분석이다.

▲ 27일 금융감독원은 재무건전성 기준 충족을 위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폭넓게 인정하는 내용의 ‘보험업 감독규정 개정안’ 규정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재무건전성 기준 충족을 위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폭넓게 인정하는 내용의 ‘보험업 감독규정 개정안’ 규정을 변경한다. 현행 ‘적정 자본성 유지’ 목적 기준이 ▲상품 개발·판매의 적정성 ▲보험금 지급 심사의 적정성 ▲자산·부채 종합관리의 적정성까지 확대된다.

금융당국은 2021년으로 예고된 IFRS17의 기준을 도입하면 그 동안 자체 회계기준을 사용했던 국내 보험사들의 부채 비율, 최종적으로는 RBC 비율에 조정이 있을 것으로 보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6월 초까지 규정변경 예고가 끝나면 규제심사와 금융위의 의결을 거쳐 감독규정 개정안을 시행할 방침이다. 아직 개정안이 시행되지 않았음에도 보험권의 신종자본증권 대량 발행은 이미 시동을 걸었다.

교보생명은 지난 26일 정기이사회를 열어 5억달러(약 5,6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교보생명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이 235%로 높은 편이다.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따라 교보생명의 RBC비율은 약 15%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생명도 지난 13일 5,000억 수준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완판’ 신화를 일궜다. 한화생명이 5,000억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예고하며 시행한 수요예측 조사에서 5,550억원의 매수주문이 몰렸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한화생명의 RBC는 지난해 말 198%에서 213%로 조정됐다.

신종자본증권은 높은 자본인정 비율을 무기로 보험사들을 유혹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증권으로 불리는 신종자본증권은 신RBC 하에서도 가용자본으로 인정 받는다. 신종자본증권과 함께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수단으로 부상한 후순위채는 만기 5년 전부터 해마다 자본인정 금액이 20%씩 줄어든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교보생명은 신종자본증권을 해외 투자자에게 공모해 금융비용 부담도 덜었다”며 “모든 회사가 자본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의 발행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승희 NH농협증권 연구원은 “한화생명은 IFRS17(보험계약에 대한 국제 회계 기준)에 따른 적정 자본 확보가 관건일 것”으로 보고 “5월에 IFRS 기준서 확정 발표가 나면 부채에 적용될 할인율 산출 방법 등으로 윤곽이 구체화 돼 큰 불확실성을 떨칠 것이라 예상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투자자들에게도 저금리 시대에 높은 금리를 담보 받을 수 있는 투자처로 주목 받았다. 26일을 기준으로 국고채 10년은 연 2.207%, 30년물은 2.365%로 장을 마감한 것을 보면 보험사 신종자본증권의 3~4%대 금리는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만 하다.

한화생명은 공모 방식을 선택하면서 5,000억 수준의 대규모 발행이 수월했다고 전했다.

발행을 앞둔 교보생명도 신종자본증권의 흥행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내실이 있는 회사이고 국제신용등급(무디스·A1)도 높아 해외 투자자들을 유치할 수 있다. 호응이 좋을 것”으로 내다봤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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