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마 대통령' 박태종 기수가 경주가 끝난후 '후검량' 검사를 받기 위해 장구를 들고 검량실로 향하고 있다. 한국마사회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김성환] 경주마에 올라 화려한 기술을 선보이며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경마 기수. 그러나 기수들의 세계는 겉으로 보이는 것 보다 보이지 않은 곳에서 더욱 치열하다.

기수들은 경주에 앞서 조교사와 작전을 세우고 경주마를 훈련시킨다. 무엇보다 ‘몸무게와 전쟁’을 치르며 매주 몸살을 앓는다. 경주에 유리하도록 몸무게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경마 시행일 하루 동안 오가는 베팅 금액은 700억원 이상 규모다. 현장과 장외 중계 등을 합치면 하루 평균 11만명 이상이 경마를 관람한다. 이 때문에 경마일에는 관람석뿐만 아니라 경주 출전 준비를 하는 공간 곳곳에 긴장감이 흐른다.

특히 ‘검량실’의 긴장감은 경주 당일 고조된다. 불과 몇 평 남짓한 이곳에서 기수들은 당일 경주에 착용할 복장과 장구를 몸에 걸치고 체중을 검사 받는다. 핸디캡 전문위원들은 경주 편성 시 경주마의 능력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경주에서 경주마가 짊어질 부담중량을 결정한다. 잘 뛰는 경주마에게는 높은 중량이, 그렇지 못한 말에게는 낮은 중량이 부여된다. 경주마에 주어지는 부담중량은 경주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이렇게 측정된 부담중량은 경주 전에 팬들에게 공지된다. 문제는 공지한 부담중량이 실제 경주와 차이가 있을 경우다. 팬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화려한 모습과 달리 기수들은 매 경주마다 몸무게와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한국마사회 제공

검량위원의 매서운 눈빛 아래 기수들은 체중계에 올라 부담중량에 맞춰 마장구를 변경한다. 이때 문제가 되는 경우는 기수의 몸무게가 많이 나갈 경우다. 체중이 낮을 경우 마장구를 좀 더 무거운 것으로 바꾸면 되지만 체중이 오버될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이 경우 선택지는 두 가지다. 첫째는 기수가 스스로 수분을 쥐어짜내 0.1kg이라도 몸무게를 줄이는 것이다. 소변을 보거나 짧은 시간 사우나로 땀을 빼는 게 대표적인 예다. 실제로 경주 당일 이런 장면을 보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체중 조절을 위해 경주일 물 한 모금 제대로 못 마시는 경우가 많다”는 것인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두 번째는 극단적으로 기수를 바꾸는 방법이다. 기수의 눈물겨운 감량 노력에도 불구, 끝내 검량위원이 “노(No)”를 외치면 조교사는 급히 다른 기수를 찾아야 한다. 늦어지면 경주 출전이 불가능해진다. 이럴 경우 경주에 참가 후 꿀 같은 휴식을 취하던 기수가 조교사의 부탁으로 땀을 채 식히기도 전에 체중계에 몸을 다시 올리곤 한다.

검량을 마친 후에도 기수들은 맘 놓고 음식을 먹을 수 없다. 경주마가 순위에 들면 다시 몸무게를 체크해야 되기 때문이다. 이를 ‘후검량’이라고 하며 모래, 빗물 등 여러 요인을 감안해 몸무게 변화를 확인하며, 변화폭이 기준치를 넘을 시 입상이 취소되기도 한다.

문세영 기수처럼 유명 기수들의 경우 하루에 10번 가까이 경주에 출전할 수 있기에 인기에 비례해 경마일 굶주리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점도 경마에서만 볼 수 있는 일이다.

한편,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서울은 5월부터 일반 고객들을 대상으로 1일 명예심판위원을 운영한다. 심판업무 소개는 물론 심의ㆍ순위판정ㆍ출발ㆍ검량ㆍ방송 등 경마일 베일에 가려져 있던 공간들이 전적으로 공개된다. 기수들이 실제로 검량을 하는 모습도 지켜볼 수 있다. 관련정보는 마사회 홈페이지에서 얻을 수 있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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