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잃을 영생자가 될 바엔 그냥 죽겠어"

■ Mr . 마켓 <126회> 글·김지훈 한국스포츠경제l승인2015.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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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하는 장수의 승합차 뒤를 따라 별장에 도착했다. 정원을 돌보지 않아 잡풀이 우거져 있었다. 잡풀 속에 시체를 내다버린다 한들.......... 발견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녀는 뒷문을 통해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 곧바로 식당이 나왔다. 식탁 위에는 종모양의 크리스털 전구가 매달려 있었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꽃 장식, 구형 냉장고, 촌스러운 의자 그리고 준의 휴대폰. 식당은 거실과 통해 있었다. 
    “아주 큰 고양이군.”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장수가 말했다. 그의 발밑에는 야전침낭이 있었다. 산하는 전기충격기를 장수에게 겨눴다. 
    “이봐! 진정해! 원하는 게 있으면 그냥 가져가라고!”
    장수가 손을 내저었지만 산하는 주저 없이 충격기를 발사했다. 장수는 사시나무처럼 떨다가 바닥에 쓰러졌다. 산하는 주위를 경계하며 침낭으로 다가가 지퍼를 열었다. 곰 인형과 준의 운동화가 들어 있다. 준은....... 보이지 않았다. 
    “어딨지?”
    산하는 장수의 목에 칼을 갖다 댔다. 
    “민과 함께 있어.”
    장수는 즐겁게 웃었다. 그는 산하의 당황한 표정과 목소리가 재밌었다.
    “그곳이 어디야?”
    “박물관.”
    “내가 감시하고 있는 걸 어떻게 알았지? 휴대폰과 운동화에 추적 장치가 있다는 건 누가 알려줬지?”
    “누가 알려주다니? 날 과소평가하지 마! 널 죽일 수도 있었어. 그렇게 하지 않은 건....... 지금처럼 네가 당황하는 모습이 보고 싶어서야.”
    “준을 왜 해치려는 거지?”
    “녀석은 우리에게 필요한 존재니깐. 지금 당장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 가서 뼛조각이라도 챙겨야지.”
    * * *
    민은 화를 내며 소리쳤다.
    “행복이라고? 세상에 널렸다고? 넌 아무 것도 몰라!”
    그녀는 블랙스타로 준의 어깨를 내리찍었다. 준은 자신도 모르게 짙은 신음을 내뱉었다. 옷이 검붉게 물들었다. 그의 얼굴에 드리워진 건....... 두려움이나 공포가 아니다. 아쉬움....... 그녀를 위한 피라면 얼마든지 흘릴 수 있다. 그 피가 넉넉하지 못한 게 아쉬울 뿐이다. 
    “뭐야? 그 당나귀 같은 표정은?”
    그녀의 눈 밑이 꿈틀거렸다. 
    “알잖아. 너에게만 보여주는 거잖아? 귀엽게 봐줘.”
    그 순간 민은 준이 변치 않으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기쁘게 죽어갈 것이다. 원망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왜?
    “....... 내 죽음으로 네가 즐길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해....... 사랑해.”
    그는 고개를 숙였다. 
    “네가 이런다고 내가 눈이라도 깜빡할 것 같아? 잘 봐!”
    그녀는 블랙스타를 바닥에 내던졌다. 블랙스타는 파열음을 내며 부서졌다. 순간 준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민은 블랙스타를 발굴해냈고, 블랙스타 보존을 위해 최선을 다했었다. 온전하고 아름다운 블랙스타는 하나의 상징이었다. 그녀가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것과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한다는 것.......... 민은 날카롭게 쪼개진 조각을 집어 들었다. 
    “너도 나와 같은 영생자가 되어야 해! 갈증에 시달리고 공허감에 허우적거리면서 고통스러워해야 해.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해!”
    “싫어. 영생자가 되면 사랑을 상실할 수도 있어. 너에 대한 사랑을 잃을 바엔 그냥 죽겠어.”
    “그냥 죽는 건.......... 내가 바라는 게 아니야. 날 사랑한다면......... 잊지 마. 이건 모두 너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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