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금융당국이 대부업을 소유한 대주주의 저축은행 인수를 사실상 금지하면서 시장에 나올 ‘대어’급 저축은행들의 주인 찾기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저축은행을 인수하며 몸집을 불려오던 금융그룹들은 증권사 인수로 눈을 돌린다는 계획이다.

▲ 2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현대저축은행이 27일 본입찰에 나섰지만 참여 그룹이 2곳에 그쳤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9일 ‘상호저축은행 대주주 변경·합병 등 인가기준 마련’을 발표하면서 저축은행 인수전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사진=연합뉴스

2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현대저축은행이 27일 본입찰에 나섰지만 참여 그룹이 2곳에 그쳐 아쉬운 흥행이라는 평을 얻었다. 인수 의지를 밝힌 곳은 국내사인 유진그룹과 외국계 투자자였다.

현대저축은행은 장부가만 2,580억원, 자산규모는 1조7,202억원으로 저축은행 자산규모 8위 수준의 중대형사로 꼽힌다.

앞서 아프로서비스 그룹(OK저축은행), J트러스트그룹(JT친애저축은행), 일본계 자본인 라쿠텐 등이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였다.

아프로그룹이 현대저축은행을 인수할 경우 OK저축은행이 업계 1위 자리를 꿰찰 수 있었다. 저축은행은 자산규모 3조5,482억원에 현대저축은행 1조7,202억원을 더하면 2위인 SBI저축은행의 5조1,439억원을 넘어선다.

아프로그룹은 지난해 대부업을 축소하면서 OK저축은행을 업계 최상위권에 올리고자 공을 들여왔다. 지난해 9월 기준 OK저축은행의 총 여신은 전년 동기 대비 76.4%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79개 저축은행 중 가장 가파른 증가세로 2위였던 웰컴저축은행(36.9%)의 2배를 웃돈다.

J트러스트그룹의 JT친애저축은행도 그룹계 저축은행 자산을 모으고 현대저축은행까지 인수하면 업계 2위로 뛸 수 있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9일 ‘상호저축은행 대주주 변경·합병 등 인가기준 마련’을 발표하면서 저축은행 인수전에 제동이 걸렸다.

금융당국이 대부업체가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경우 기존 대부업 완전 폐쇄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경우에만 허용하는 등의 규제를 내놨다. 아프로그룹이 OK저축은행을 꾸리면서 약속했던 대부업 단계적 철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인수 의지를 밝혔다가 철회한 아프로그룹은 ‘의견의 차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저축은행은 향후 5년간 더 이상 인수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아프로그룹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약속했던 대부업 단계별 축소에서 이해관계 차이가 발생했다”며 “2022년까지는 저축은행 인수 계획이 없다”고 못박았다.

대주주들의 외면으로, 시장에 나온 저축은행들은 이전처럼 뜨거운 환대를 받지는 못하게 됐다. 금융당국은 앞서 영업구역 확대를 초래하는 동일 대주주의 3개 이상 저축은행 소유 지배는 불허한다고 공표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이 대형화되는 것도 좋아하지 않아서, 저축은행을 두 개 이상 소유한 기업들은 더 이상 저축은행을 인수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아프로그룹 등 계열사 인수로 체급을 올려오던 그룹들은 증권사 인수로 눈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 인수 각축전에서 증권사 인수로 판도가 바뀔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매각에 나선 이베스트투자증권은 24일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 지분 매각 추진과 관련해 G&A PEF의 업무집행사원인 지앤에이 프라이빗에쿼티 유한회사에 확인결과, 14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아프로그룹 대부 주식회사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아프로그룹 관계자는 “추진해왔던 이베스트투자증권 인수에 집중할 방침이다”라며 “대부업이 빠진 자리를 증권사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증권상품 참여를 넘어 주관적으로 상품을 만들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대부업을 접으면서 직원 1,500명을 수용할 계열사가 필요하다”며 “지속적으로 M&A를 진행해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허인혜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