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영업점을 없애고 희망퇴직으로 직원까지 내보내며 몸집을 줄여가는 금융사들이 점포에 이어 본점 건물까지 내놓고 있다. 부동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지가가 비싼 곳에 위치해 있고 매각 규모도 커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 KEB하나은행 본점(왼쪽), 국민은행 본점(오른쪽). 사진=KEB하나은행, 연합뉴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다음 달 23일 옛 외환은행 본점 건물의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매각가는 1조 원을 웃돌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큰 규모만큼 가격이 높아 본점 매각 성공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KEB하나은행이 현재 본점으로 쓰고 있는 옛 외환은행 본점 건물은 지하 3층, 지상 24층 규모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8월 삼정KPMG를 매각 자문사로 선정하고 투자자를 찾고 있는 단계다.

KEB하나은행 을지로 사옥은 2015년 통합법인 출범 전까지 옛 하나은행 본점이었다. 오는 7월 을지로 신사옥이 완공되면 주요 부서가 순차적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현재 명동 본점을 사용하고 있지 못하고 서울 종로구 소재 빌딩 그랑서울을 사용 중인 본점 일부 부서도 신사옥으로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KEB하나은행이 나간 명동 본점은 하나생명, 하나카드 등 하나금융그룹 계열사가 채울 예정이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본점을 팔더라도 매수 입장에서 공실로 매수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임대가 들어와있는 상황에서 매수를 해야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계열사들이) 본점 건물에 꼭 들어와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매각하면 월세 등의 형식으로 비용을 지불할 것”이라며 “계열사 입장에서는 세일 앤 리스백(sale and lease-back) 방법을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일 앤 리스백은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기계, 설비, 토지 및 건물 등을 은행이나 보험사, 리스회사 등 금융사나 다른 기업에 매각하고 이를 다시 빌려 이용하는 방법이다. 보유자산을 활용해 현금을 확보하는 자산유동화 방법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7월 신사옥 입주가 시작되지만 KEB하나은행은 매각을 그리 서두르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명동 본점 덩치가 커서 입찰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해 왔다”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굳이 급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신사옥에 이어 청라 쪽에 전산센터도 새로 짓고 있으니 기존에 사용하던 부동산들은 정리를 하는 것”이라며 “매각해서 비용을 절감하고 유동성을 확보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KB금융지주도 국민은행 명동 본점 건물 매각을 추진 중이다. 국민은행 명동 본점 건물은 지하 4층, 지상 17층 규모로 최소 4,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KB금융 관계자는 “매각 주간사 후보를 추려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라면서 “향후 일정 등 세부적인 사항은 아직 확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KB금융은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인근에 2020년까지 지상 25층 규모의 국민은행 신사옥을 건립해 KB금융타운을 조성하기로 했다.

KB금융 역시 매각까지 여유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통합신사옥이 생기는 2020년 11월까지만 팔면 되고 그 뒤에 팔아도 크게 상관이 없다”며 “안 좋은 매각 조건, 매각가에 서둘러서 팔 이유가 없고 쫓기듯이 팔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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