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진영] CJ E&M의 ‘남원상사’가 시대의 흐름을 읽는 데 실패해 시청자들의 싸늘한 반응과 방송심의규정 위반까지 이어졌다.

지난 8일 첫 방송된 tvN-XTM 예능 프로그램 ‘남원상사’는 ‘남자들의 원기를 상승시켜 주겠다’는 기획 취지 아래 매회 방송을 꾸리고 있다. 하지만 남성들의 원기를 회복시키겠다는 의도는 ‘여성혐오’(여혐)을 비롯한 각종 논란에 희석됐다.

방송 시작 전부터 ‘여성에게 복수하고 싶은 남자’를 찾는다는 공고문으로 ‘여혐 논란’에 휩싸였던 이 프로그램은 첫 방송부터 여성과 남성을 구분 짓고 편가르기 하려는 방식을 꾸준히 고수하며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선을 넘나드는 출연진의 발언 수위 역시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1회에서 신동엽을 비롯한 남자 MC들은 남자의 성기에 대해 반복적으로 언급하고 이를 묘사하기도 했다. 또 장동민은 해당 부위를 부각하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장동민이 여성과 연애를 시작하는 과정을 낚시에 비유하거나 키스를 못 하는 여성을 ‘송장’이라고 묘사한 점도 문제가 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9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소위원회를 열고 안건으로 상정된 ‘남원상사’에 대해 제작진 의견 진술 결정을 내렸다. 남성의 성기를 반복적으로 언급하고 묘사한 발언이 문제가 됐다. 방송심의규정 제 27조(품위유지) 4호에 위배된다는 판단이었다. 제작진은 다음 달 10일 회의에 직접 출석해 관련 내용에 대해 소명하게 되며, 방송통신위원회는 이후 ‘남원상사’에 대한 제재 여부를 결정한다. 의견 진술까지 약 3주의 시간을 갖게 된 '남원상사' 측이 출연진의 부적절한 발언 등에 대해 어떻게 해명할지 주목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위반 정도가 크다고 판단할 경우 과징금이나 정정ㆍ수정ㆍ중지ㆍ관계자 징계ㆍ경고ㆍ주의 등의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위반 정도가 가볍다고 판단할 경우 권고 등 행정지로를 할 수 있다.

‘남원상사’는 첫 방송 이후 줄곧 1%대 미만의 시청률 성적표를 받아 들고 있는 상태. 이는 ‘남원상사’의 기획 의도와 이를 풀어내는 방식에 시청자들이 크게 공감하지 못 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번에 가까스로 중징계를 면한다 해도 수위 높은 MC들의 발언은 언제고 다시 문제가 될 수 있으며, 이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눈초리 역시 곱지 않은 상황이다.

‘성평등’ ‘여혐’ ‘남혐’ 등이 사회에서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르고, 성별 간 갈등이 심화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남원상사’는 도리어 이를 부추기는 발상과 행동으로 시청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전파라는 공공재를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방식으로 사용한다면 자연히 사회는 이에 제동을 걸게 된다. 결국 ‘남원상사’는 시대상을 제대로 읽지 못 한 결과를 씁쓸하게 받아들여야 할 처지에 놓였다.

사진=CJ E&M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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