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인 K뱅크(케이뱅크)가 3일로 출범 한 달을 맞았다. ‘고인 물’이었던 은행권에 24년 만에 제1금융권 은행이 새로 등장하면서 기존 은행들은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케이뱅크는 출범 첫날부터 높은 예금금리와 낮은 대출이자를 적용한 이벤트를 실시하고 인터넷은행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잰걸음을 놓고 있다. 케이뱅크는 올 하반기부터 기존 은행들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지던 주택담보대출에도 발을 넓힌다는 방침이어서 기존 은행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 지난 달 3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국내 최초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 서비스 출범 기념식에서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 26일 현재 총 24만명의 고객을 유치하는 기염을 토했다. 수신액은 26일 기준 2,848억원으로 올해 연간 수신 목표 5,000억원을 한 달도 안 돼 절반 이상을 채웠다. 대출도 1,865억원이 나가 올해 목표액(4,000억원)의 절반을 육박하는 수준이다.

지난 1년 간 은행권 전체 비대면 계좌개설 건수(15만5,000건)를 출범 8일 만에 넘어섰고, 하루에 평균 1만명의 고객이 유입될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고객 연령층을 보면 30∼40대가 70%를 차지해 시중은행(45%)보다 고객층이 '확' 젊어졌다는 특징도 갖고 있다.

하반기에는 시중은행의 강점인 주택 관련 대출에까지 케이뱅크가 뛰어들 전망이어서 시중은행들의 움직임은 더 한층 급해졌다.

현재 시중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면 몇 번씩 은행 점포에 가야하지만 주택담보대출도 비대면으로 가능해지고, 금리 면에서도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보다 싸게 책정될 경우 상당한 파괴력을 갖게 될 전망이다.

▲ 서울 광화문의 한 광고판의 K뱅크(케이뱅크) 광고. 사진=연합뉴스

이렇게 케이뱅크가 출범 한 달 만에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키자 시중은행들은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외적으로는 표정관리에 나서는 한편 각종 이벤트를 펼치고 디지털 분야를 강화하는 등 나름의 수성책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케이뱅크가 출범한 지난 달 3일 최고 연 2.1%의 예금금리와 연 2.2%의 적금금리, 마이너스통장 대출한도의 10%까지 무이자로 빌려주는 ‘더드림 이벤트 시즌2’를 시행했다. 또 지난 24일부터는 각종 우대금리와 상품을 주는 ‘더드림 이벤트 시즌3’를 진행 중이다.

일부 은행은 아예 ‘제로금리’ 대상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카드를 빼들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2월부터 판매 중인 ‘ZERO(제로)금리 신용대출’ 상품의 대상자를 17일부터 확대했다. 대출 대상이 기존 공무원, 초·중·고교 교직원, 우량 기업체 임직원에서 일반직장인, 전문직 종사자 등으로 확대됐다.

제로금리 신용대출은 마이너스통장 대출한도의 10%(최대 200만원)까지 연 0%의 금리를 적용하는 상품이다. 무이자 적용 한도 초과분에 대해서는 정상금리가 적용된다.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2,000만원으로 설정하고 한도의 10%인 200만원만 대출받을 경우에는 200만원 전액에 대해 1년간 연 0%의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셈이다. 이 상품은 오는 7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판매한다.

우리은행도 오는 31일까지 우리은행에 신용대출이 없는 개인 고객이 ‘우리웰리치 주거래 직장인대출(마이너스통장)’을 만들면 대출약정 후 1년 동안 대출한도액의 10%(최대 200만원)까지 고객이 낸 대출이자를 위비꿀머니로 돌려주고 있다.

농협은행은 비대면 채널을 이용한 즉시 대출과 무방문 대출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강화’를 외치는 것도 기존 은행권의 공통된 숙제가 됐다.

우리은행은 인사 시즌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스마트금융그룹’을 디지털 전략 및 신기술 테스트 베드(Test Bed)와 플랫폼사업 등을 담당하는 ‘디지털금융그룹’으로 재편했다. 또, 디지털금융그룹 산하에 디지털전략부를 신설해 디지털 전략을 수립하고, 빅데이터, AI, IoT, 블록체인 등 신기술을 적용한 사업을 추진하도록 했다.

통상 조직개편은 연말이나 연초에 났었는데, 변화가 빠른 ‘디지털’ 관련 부서다보니 시기에 상관없이 조직개편이 이루어졌고 무엇보다도 인터넷은행에 대응한 발 빠른 대응이라는 것이 금융권의 시각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최근 국내 인터넷 전문은행의 초기 사업모델을 설계한 조영서 전 베인앤드컴퍼니 금융대표를 디지털전략팀 본부장으로 영입했다. 조 본부장은 지난 2011년 신한은행의 디지털 사업모델 관련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모바일뱅킹 프로젝트에도 참여한 전력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케이뱅크가 생각보다 뛰어난 성적을 거두면서 기존 영업을 해오던 은행들이 다급해졌다”며 “오는 6월 본격적인 영업에 돌입하는 카카오뱅크까지 가세할 경우 지금 하고 있는 이벤트나 우대금리를 조금 더 얹어주는 정도로는 고객들을 끌기 힘들 것으로 조심스레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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