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 손해는 고객 몫?
 
은행권의 가산금리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지난 2년간 2.75%에서 1.5%로 1.25%포인트 인하되고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가 43개월째 연속 하락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은행들은 가산금리 조절을 통해 일정 수준의 이윤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대출 기준금리 하락에 따른 예대마진(대출이자에서 예금이자를 제외한 부분) 손실을 메우려고 은행들이 고객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는 국내 17개 시중·특수·지방·외국계 은행의 올해 7월 주택담보대출(만기 10년 이상 분할상환식) 평균금리는 2.98%다. 이 가운데 은행 기준금리는 1.85%, 가산금리는 1.13%로, 가산금리 비중이 전체 대출 평균금리의 38%를 차지한다.
이는 2년 전인 2013년 7월과 비교하면 가산금리 비중이 14.2%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당시 주택담보 대출 평균금리는 3.82%이고, 이 가운데 기준금리가 2.91%로 전체 대출 평균금리 비중의 76.2%를 차지했다. 산금리는 0.91%로 23.8% 비중이었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한은 기준금리에 조달금리를 얹은 은행 기준금리, 여기에 고객들의 신용도를 토대로 한 가산금리를 더해 정해진다.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재량껏 산정하고 있으며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산정 기준과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은행 중에선 경남·광주·대구·부산·전북·제주 등 지방은행의 가산금리 비중이 2년 사이에 17%포인트가 늘어 가장 많이 증가했다.  국민·신한·우리·하나·외환 등 5대 시중은행의 가산금리 비중은 15.6%포인트, 씨티·SC 등 외국계은행의 비중도 14.6%포인트 상승해 그 뒤를 이었다. 농협·수협·산업·기업 등 특수은행의 가산금리 비중은 7.9%포인트 올라 상승률이 가장 낮았다.
은행별로는 전북은행이 32.5%포인트 올라 상승률이 가장 높았고, 우리은행(22.1%포인트), 대구은행(20.2%포인트),국민은행(19.2%포인트), 씨티은행(18.6%포인트) 순으로 높았다.
이처럼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린 이유는 은행의 핵심 이익인 이자이익이 줄어들면서 은행들이 그 손실을 손쉽게 메우려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민·신한·우리·하나·외환 등 5대 시중은행의 올 상반기 순이자이익은 8조8,851억원으로 작년 동기(9조829억원)와 견줘 2.17%(1,978억원) 감소했다. 2년 전인 2013년 상반기와 비교해보면 4.25%(3천783억원) 줄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 수익성이 떨어지고 개인 부실 가능성마저 크다. 이렇게 경제가  좋지 않은 때 가산금리까지 낮추면 은행의 부실이 커질 수 있다"며 가산금리 비중을 높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우리나라 은행은 경기에 관계 없이 목표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다. 가산금리를 올리는 건 그런 전략의 하나일 뿐이다"고 비판했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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