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희./사진=박종민 기자.

[성남=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이상희(25) 선수를 소개합니다.”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가 있자,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7일 오후 한국프로골프투어(KGT) 제36회 GS칼텍스 매경오픈(총상금 10억 원) 최종 4라운드가 열린 경기도 성남시 남서울 컨트리클럽(파71ㆍ7,051야드)에서는 메이저대회 명성에 걸 맞는 수의 갤러리들이 운집했다. 특히 ‘챔피언 퍼트’를 볼 수 있는 마지막 18번홀(파4)에는 어림잡아 수천 명의 갤러리들이 오전부터 진을 치고 있었다. 이들은 각 조 선수들이 공을 홀컵 1m 이내에 붙일 때마다 함성을 질러댔다.

매너를 중시하는 골프 경기의 특성상 선수들은 아나운서의 소개 멘트가 나오면 모자를 벗어 갤러리들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미세먼지 농도는 ‘나쁨’ 단계였지만 수도권에서 열린데다, 시즌 첫 메이저대회였던 터라 갤러리들은 많이들 골프장을 찾아 선수들을 응원했다.

우승은 갤러리들의 박수를 가장 많이 받은 이상희가 차지했다. 이상희는 이날 이글 2개, 버디 3개, 보기 4개를 엮어 3언더파 68타를 쳤다. 그는 최종합계 8언더파 276타로 문경준(6언더파 278타)을 2타 차로 제치고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이상희는 우승상금 2억 원도 손에 넣었다. 시즌 첫 승이자 투어 통산 4승째다. 이상희는 4승 가운데 3승을 메이저대회에서 거두며 ‘메이저 킹’으로 우뚝 섰다.

승부의 분수령은 9번홀(파5)이었다. 선두 경쟁을 하던 이상희는 9번홀 세 번째 샷을 그대로 홀컵에 넣었다. 먼 거리에서 친 웨지샷이 성공하자 주위에선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이 샷으로 선두로 등극한 이상희는 15번홀(파4)에선 10m 장거리 버디 퍼트를 집어넣으며 우승을 예감했다. 17번홀(파3)에서 1타를 잃었지만, 선두 경쟁을 하던 선수들이 남은 홀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해 결국 우승을 확정했다. 이상희는 18번홀을 파로 마무리한 후 주먹을 불끈 쥐는 등 파이팅 넘치는 세리머니를 했다.

▲ KGT GS칼텍스 매경오픈 최종순위

이상희는 경기 후 “9번홀에서 이글을 기록한 순간부터 우승에 대한 욕심이 많이 생겼다. 막판 버디 찬스 놓친 게 아쉽지만, 15번홀에서 결정타 날려서 정상에 설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큰 대회 우승이 많다’는 질문과 관련해선 “큰 대회 준비에 중점을 두는 편이다. 국내에서 목표가 모든 메이저대회 우승이다. 6월 코오롱 한국오픈에서도 우승을 목표하고 있다. 대회가 열리는 우정힐스CC 코스를 파악할 예정이다”고 답했다.

대회 2연패를 노리던 박상현(34)은 4언더파 280타로 김승혁(31), 박효원(30)과 함께 공동 3위에 올랐다. 태국 출신의 18세 신예 파차라 콩왓마이는 대회 공동 6위에 자리하며 주목을 받았다. 대한골프협회와 원아시아투어가 공동 주관하는 이번 대회에 원아시아투어 상금 순위 상위 자격으로 출전한 그는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콩왓마이는 이날 버디 4개를 잡았지만, 보기 7개와 더블보기 1개를 범하며 선두권에서 밀렸다. 그는 지난 2004년 마크 캘커베키아(미국) 이후 13년 만의 대회 외국인 챔피언 등극을 아쉽게 놓쳤다.

‘백전노장’ 최상호는 한국프로골프 사상 최고령 컷 통과 기록(62세4개월2일)을 세웠지만, 이날 8개의 보기를 기록하며 합계 19오버파 303타를 적어냈다. 그는 예선을 통과한 71명 중 최하위에 그쳤다.

성남=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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