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정보트들이 출발선을 통과하고 있다. 경정은 실내 스포츠와 달리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풍속과 풍향 등을 잘 분석하는 것이 결과 적중 확률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사업본부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김성환] 사방이 트인 수면에서 질주하는 경정은 실내 스포츠와 달리 날씨와 기후 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수온, 기온, 바람 등이 경주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바람이 강할 때는 선수들은 풍속과 풍향 등에 더욱 민감해진다. 바람의 흐름을 읽고 활용하기 위해 노력한다.

경기도 하남 미사리 경정장에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바람이 분다. 종류도 다양한데 통상적으로 ‘등바람’과 ‘맞바람’으로 구분한다.

등바람은 출발선에서 1턴 마크(회전을 위한 부표) 쪽으로 부는 북풍이나 북서풍을 가리킨다.

등바람은 선수들이 가장 까다롭게 여기는 바람이다. 이는 경정의 독특한 출발방식과 관련 깊다.

경정은 육상과 달리 출발선을 앞두고 보트를 움직이는 대기동작을 한다. 출발신호가 떨어지고 난 후 0~1초 사이에 출발선을 통과하는 방식으로 경기가 시작된다. 1초를 넘기거나 출발신호가 떨어지기 전에 출발선을 통과하면 제재를 받게 된다.

선수들은 대기공간에서 출발선까지 거리를 고려해 출발신호에 맞춰 출발선을 통과하려고 하는데 이 때 갑자기 뒤에서 강한 바람이 불면 출발 타이밍을 잡기가 어려워진다. 보트의 속도가 갑자기 빨라져 출발신호가 떨어지기 전에 출발선을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전에도 문제가 생긴다. 등바람이 불 때는 1턴 마크를 돌아나가면 바람을 정면으로 맞게 된다. 이때 정교하게 선회를 하지 않으면 속도를 빼앗기거나 또는 회전각을 좁히지 못해 경쟁 상대에게 공간을 내줄 수 있다.

지난달 26일 제4경주가 좋은 예다. 당시 초속 5m의 강한 북풍이 불었다. 우승후보로 기대를 모았던 김계영과 어선규는 0.2초대의 빠른 스타트에도 불구하고 1턴 마크에서 바람을 활용해 빠른 찌르기를 구사한 이진휘에게 우승을 내 주고 말았다.

반대로 맞바람은 2턴 마크에서 1턴 마크 쪽으로 부는 남풍과 남동풍이다. 출발을 기준으로 보면 선수들의 진행방향과 반대로 부는 바람이다. 이 경우 출발 시 가속이 평소보다 늦어질 수 있다.

지난달 20일 제 3경주에서 1코스의 서화모가 우승 후보로 평가됐다. 당시 초속 3m의 남동풍이 불었다. 0.2초 이내에 출발선을 통과하면 빠른 출발로 평가 받는데 서화모는 갑작스런 맞바람에 0.34초의 늦은 스타트를 끊으며 우승을 놓쳤다.

통상적으로 등바람은 속도를 높여주기 때문에 인 코스에 역습을 가할 수 있는 아웃코스 선수에게 유리하다. 반대로 맞바람이 불 때는 조주거리가 짧은 인코스 선수들의 입상률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때문에 바람을 잘 읽는 것이 효과적인 베팅 전략이 될 수 있다. 경정 예상전문지 관계자는 “환경적인 변수를 잘 읽고 주어진 조건을 정확하게 활용할 줄 아는 선수를 찾는 것이 결과 예측에 있어 적중 빈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고 조언했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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