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5년 전 처음 만났을 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화통했다. 영화 ‘특별시민’으로 돌아온 배우 곽도원의 얘기다. 오랜만에 마주한 곽도원은 “첫 질문으로 영화 어떻게 봤냐고 물어볼 것 아니냐”고 농을 치며 호탕하게 웃었다. 거침없는 언변과 특유의 솔직함은 여전했고, 덕분에 인터뷰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다수의 작품을 통해 강렬한 연기를 보여준 곽도원은 ‘특별시민’에서도 남다른 존재감을 발휘했다. 극중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한 변종구(최민식)의 오른팔이자 적수인 심혁수 역을 맡아 권력욕에 가득 찬 캐릭터를 연기했다. 곽도원은 뉴스를 통해 드러난 정치인들의 실상을 참고했다고 했다.

“정치인들의 말 속에 어떤 뜻이 숨어 있는지, 뭘 얻고자 하는 것일지, 카메라가 꺼지고 나면 어떤 얘기를 할지 궁금했어요. 동시에 정치인들의 이중적인 면을 부각하고 싶었죠. 변종구의 숨통을 조르면서도 ‘변종구, 꼭 당선되자!’고 외치잖아요. 이런 이중성이 잘 표현되기를 바랐어요.”

사실 곽도원은 정치에 관심이 없었단다. 그런 곽도원이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게 된 것은 1997년 IMF 외환위기가 닥친 뒤다. “당시 연극하면서 막노동을 하고 있었어요. 일당 7만원을 받았죠. 그런데 IMF가 터지고 나니 일당이 자꾸 줄어들더라고요. 6만원으로, 5만원으로 줄어들더니 최악의 상황에서는 2만5,000원을 주더라고요. 그렇게 직격탄을 맞으니까 ‘아, 선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IMF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곽도원은 이후 선거 기간이 올 때마다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했다며 정치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투표도 안 했으면서 정치인들을 욕했던 지난날의 제 자신을 반성해요.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그것도 안 되면 차악이라도 뽑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권력에 대한 욕망이 끝이 없는 심혁수는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세상 무서울 것 없이 손아귀 가득 권력을 움켜 쥔 심혁수의 최후는 허망하기 그지없다. “심혁수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세상에 욕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권력욕이라는 게 어떤 건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누구에게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다만 그게 변질돼서 문제죠. 우리 사회도 그런 변질된 권력욕을 용인하고 있고요. 전 대통령(박근혜)가 대포폰도 사용하는 마당에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어요.”

‘특별시민’은 상당한 체력을 요구하는 작품이었다. 지난 해 4월 말 촬영을 시작한 이 영화는 같은 해 8월 19일에 크랭크업됐다. 극중 변종구가 선거 유세를 하는 장면은 한창 더운 여름이었다. 스크린 속 땀을 줄줄 흘리는 배우들의 모습만 봐도 당시 날씨가 짐작된다. 장작 4개월 간 촬영한 이 영화는 꼼꼼한 후반 작업을 거쳐 간판을 걸었다.

“예전에 신구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배우는 도 닦는 직업’이라고요.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지금도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조금은 알 것 같아요. 무엇을 해내려고 하면 잘 안되거든요. 무작정 하려고만 하지 말고, 준비를 하고 있다가 표현돼야 해요. (최)민식 선배가 딱 그런 느낌이에요. 평소에는 농담만 하다가 촬영이 들어가면 바로 돌변해요. ‘와~ 진짜 배우다’라는 생각이 들죠. 전 아직도 집중력이 부족해요.”

곽도원은 또 영화에 특별 출연한 박혁권의 연기를 높이 평가했다. 분량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그 이상의 몫을 해낸 박혁권의 열연이 가히 돋보였기 때문이다. 박혁권은 영화에서 국회의원들을 음지에서 지원하는 계봉식 역으로 ‘미친’ 존재감을 뽐냈다. 특히 심혁수에게 커피세례를 맞고 귀를 터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그 장면을 찍을 때 죄책감이 들었죠. 그렇지만 어차피 해야 하는 장면인 만큼 여러 번 반복 안하고 가는 게 최고에요. (박)혁권 선배가 태극기 앞에서 귀를 터는데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역시 될 사람은 이렇게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죠.”

사진=쇼박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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