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오른쪽) 대통령이 후보 시절인 지난 4월22일 부산 유세에서 프로야구 롯데 출신 박정태의 도움을 받아 롯데의 응원 문화인 주황색 비닐을 머리에 쓰고 있다. 한국스포츠경제 DB

[한국스포츠경제 김성환]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 선거과정을 지켜보는 국내 체육계의 시선은 남달랐다. 헌정 사상 유례가 없었던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의 빌미가 됐던 ‘최순실 국정농단’의 실마리가 ‘체육농단’에서 비롯됐다는 자책감에서다.

지난 9일 실시된 대선을 통해 41.1%의 지지율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야구명문’ 경남중ㆍ경남고 출신의 야구 팬으로 유명하다. 경희대 재학 시절에는 학년 대항 야구 경기에서 주장을 맡아 팀 우승을 이끈 것으로도 알려졌다. 김성근 한화 감독이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를 맡고 있을 때 직접 찾아가 타격 지도를 받은 일화도 있다. 1988년 고(故) 최동원 감독이 선수시절 프로야구선수협의회 결성을 주도했을 때는 법률 자문을 맡기도 했다.

‘스포츠를 즐기는 대통령’에게 국내 체육계가 거는 기대는 크다. 국정농단 사태로 만신창이가 된 스포츠 분야를 바로 세워야 하고 9개월 앞으로 다가온 2018 평창동계올림픽 준비도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공정한 스포츠 생태계를 조성하고 스포츠 참여기회를 확대하는 등 모든 국민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 복지 국가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생활체육시설 확충과 맞춤형 스포츠 참여 확대, 문화예술ㆍ체육인의 문화기본권 보장, 체육단체 자율성 보장 등도 공약했다.

새 대통령을 맞이한 국내 체육계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스포츠의 공정성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문 대통령은 체육특기자의 입시 부정을 막기 위해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체육특기자 입시전형을 개선해 ‘공부하는 선수’를 양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제2의 정유라’를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학스포츠 총장협의회는 올해부터 직전 2개 학기 평균 학점 C 제로 미만 선수들의 경기 출전을 금지하고 있다. 지난달 연세대와 고려대는 2021학년도부터 체육특기자 선발 때 최저학력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동참하는 학교들이 늘어날 공산이 커졌다.

새 정부에서는 체육단체의 자율성이 높아지고 정부 개입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체육계 스스로 공정한 생태계를 유지, 관리하도록 돕는 역할을 맡는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약속이었다.

동시에 학교체육과 생활체육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학교체육이 제대로 서야 우리 학생들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다. 모든 학교에서 예체능 교육을 더 늘리고 지원하자는 것이 문재인의 핵심적인 교육정책”이라고 줄곧 말해왔다. 또 “사회인 야구단이 2만 개인데 전국 야구장은 359개에 불과하다. 국민 누구나 걸어서 10분 안에 체육시설을 접하게 하겠다”며 열악한 생활체육 환경개선을 위한 목소리도 높였다.

무엇보다 평창동계올림픽 준비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 평창올림픽을 새 정부의 국정 제1과제로 선정하고 대회 지원위원회를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경제올림픽, 남북 공동 응원단 구성 등을 통한 평화올림픽으로 만들겠다는 생각도 밝혔다. 올림픽 후 경기장 관리는 국가가 맡겠다는 다짐도 했다.

국내 체육계는 문 대통령 당선 직후 한국체육의 위상을 회복하고 평창올림픽 준비에 매진해 줄 것을 한 목소리에 담았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스포츠 적폐를 청산하고 공정한 스포츠 생태계를 복원해 국민과 함께하는 스포츠를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당면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도록 국민적 역량을 결집해주시기 바란다”는 염원을 전했다.

이희범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도 “국민이 희망을 품고 보다 잘 사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 새 정부에서는 그 동안 흩어졌던 국론을 통합하는 일이 우선이다”고 바람을 전했다.

김성환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