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상냥한 말투에 어느새 침을 삼키고…
그녀의 상냥한 말투에 어느새 침을 삼키고…
  • 한국스포츠경제
  • 승인 2015.09.0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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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r . 마켓 <128회> 글·김지훈

“에메랄드 같군.”

“준은 잘 지내나요?”

장수는 화제를 돌리려 했다.

“한동안 만나보지 못했네.”

“영생자가 되었다고 하던데 ….”

“그래. 표범처럼 우아하고 들소처럼 건강하지.”

“아시겠지만, 영생자는 겉보기와 달라요. 준도 사실을 알았을 텐데, 자청해서 영생을 주입하다니, 완전 또라이예요.”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자네의 푸른색 반점을 볼 때마다 그 또라이를 생각하게.”

“왜죠?”

장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준은 영생자가 된 후, 고대 유물에 생명을 부여했어. 블랙스타라는 석기시대의 유물인데....... 김형석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일종의 금속 바이러스라고 하더군. 인간에겐 해롭진 않지만........ 영생자에겐 아주 치명적이라지. 걱정하지 말게. 모든 영생자에게 감염되는 건 아니고....... 넓은 스펙트럼의 콜레스테롤을 지닌 영생자에게만 영향을 준다고 하더군.”

“넓은 스펙트럼 콜레스테롤이라뇨?”

“사람의 피를 마시면, 그 사람의 콜레스테롤이 영생자 몸에 축적된다고 하더군. 콜레스테롤 스펙트럼으로 영생자가 피를 마셨는지, 아닌지를 감별할 수 있다는 거야. 준이 만든 금속 바이러스는 넓은 스펙트럼의 콜레스테롤과 반응한다고 하는데 …. 무슨 뜻인지는 직접 알게 될 것 같군.”

마킷은 장수 손등의 녹색 얼룩을 힐끔 보았다. 잠깐동안, 녹색붕괴의 영생자 버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어떻게 되는 거죠?”

마킷이 대답하기도 전에 이사벨이 입을 열었다.

“우리에겐 에이즈 같은 거죠. 고통스러운 종말을 맞게 될 거예요. 마음의 준비를 해두세요.”

그녀의 말투는 흠잡을 데 없이 상냥했다. 장수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절망과 두려움 속으로 허물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지만........ 얼굴이 굳어졌다. 손등에서 통증이 전해졌다. 그에게 주황색 알약을 손에 쥐어준 것은........ 마킷이었다.

* * *

그리스 올림포스 산 정상에는 기후거래소가 세워졌다. 무지개 광택을 띠는 이 빌딩은 ‘레인보우 듀아멜’로 불렸다. 기후거래소는 희망의 징표였다. 녹색붕괴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 모든 사람은 싱가포르와 홍콩 그리고 뉴욕에서 일어난 비극이 마지막이길 바랐다.

유럽연합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는 올림포스는 세계 기후를 ‘조절’했다. 기후조절은 녹색붕괴를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로마 시대 토가를 본뜬 옷을 입었다. 올림포스와 세계 기후 연맹은 500톤의 수증기로 이뤄진 먹구름의 가격을 오백 탄소 달러로 책정했다.

우루과이의 대통령 시즈도어는 듀아멜과의 면담을 원했다. 그러나 그를 반겨 준 인물은 깡마른 중년 여인이었다.

“저의 이름은 님프입니다. 태양께서는 바쁘십니다.”

그녀는 듀아멜을 태양으로 표현하고, 작은 미소를 통해 무한한 자부심과 우월감을 내비쳤다. 시즈도어는 그녀가 정신병자 ……. 광신도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가뭄이 계속입니다. 왜 비구름을 보내주지 않습니까?”

“모든 것이 합리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녀의 미소는 공허했다. 시즈도어는 그 미소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합리적? 가뭄이 지속될 거란 뜻입니까?”

“그렇습니다. 대서양에 상존하는 비구름을 우루과이로 이동시킬 경우 녹색 레벨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녹색 레벨이 임계치 이상으로 증가하면 녹색붕괴가 발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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