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증권사를 중심으로 확산돼왔던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가 은행권에도 안착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금융위원회가 진행한 로보어드바이저 1차 테스트에서 신한·농협·우리·국민·기업은행 등이 참여해 모두 검증을 통과했다. 로보어드바이저의 전문성을 입증한 결과였으나, 실제 시장 운용 테스트를 거친 결과 수익률은 저조했다.

투자자가 PC, 모바일 등을 통해 투자성향, 목표수익률 등 5개 내외 질문에 응답하면 로보어드바이저는 소프트웨어에 기반해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고 운용 및 리밸런싱 서비스 등을 수행한다.

▲ 신한·농협·우리·국민·기업은행 등 5개 은행이 지난 7개월간 금융위원회가 진행한 로보어드바이저 1차 운용심사 결과 모두 검증은 통과했으나 저조한 수익률을 냈다. 로보어드바이저란 로봇과 자문가를 합친 말로 소프트웨어에 기반해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고 운용 및 리밸런싱 서비스 등을 수행한다. 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1차 테스트베드에 참여한 5개 은행의 자산 및 포트폴리오 6개 유형별 최종 수익률 평균은 1.66%로 나타났다. 안전추구형의 평균 수익률이 0.63%, 위험중립형이 1.48%, 적극투자형이 2.86%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5.01%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체면을 구긴 성적표다.

투자원금의 손실 위험을 최소화한 ‘안전추구형’과 투자선호도가 높은 ‘위험중립형’에서는 기업은행이 그나마 선방했다. 각각 3.58%, 1.54% 수익률을 냈지만 1차 테스트베드를 통과한 28개의 알고리즘 중 1위를 한 ChFC한국평가인증의 ‘MyGPS’가 5.77%의 수익률을 올린 것을 보면 여전히 낮은 성적이다.

금융권에서는 시중은행 중 농협은행과 신한은행이 로보어드바이저 개발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투자자금의 상당 부분을 고위험자산에 투자하는 ‘적극투자형’에서는 농협은행이 4.17%의 수익률을 냈다. 농협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선보인 퇴직연금 자산운용과 은퇴설계 기능을 연계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NH로보-프로’는 테스트베드 참여 알고리즘 중 적극형 운용수익률에서 은행권 1위를 기록했다. 심사에 참여한 5개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외부 전문업체와의 컨소시엄 없이 자체개발한 알고리즘을 적용했다는 것이 농협은행의 설명이다.

‘적극투자형’에서 신한은행은 3.38%의 수익률을 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 로보어드바이저 전문업체인 디셈버앤컴퍼니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모바일 자산관리 서비스 ‘엠-폴리오(M-Folio)’를 선보인 바 있다. 가입금액을 10만원으로 낮춰 거액 자산가에게만 제공되던 포트폴리오 서비스를 일반 대중 고객들에게 제공했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16만5,000명의 고객이 자산 포트폴리오를 직접 설계했으며, 2만2,000명이 금융상품 신규 가입을 하는 등 신한은행 전체 모바일 펀드가입 고객 중 50%가 신한 엠폴리오를 통해 가입했다.

자체 로보어드바이저를 포함한 새 자산관리 시스템을 선보이기 위해 1차 테스트베드에 유일하게 참여하지 않은 KEB하나은행도 결국 최근 협력업체와 손을 잡아 2차 테스트베드에 참여할 예정이다. 타행보다 한발 늦었지만 이런 수익률 부진 문제를 극복해 선보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로보어드바이저로 일정 금액 이상을 소유한 자산가들에게만 제공되던 자산관리 서비스가 일반 고객에게까지도 적용 범위가 확대됐으나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자의 모든 정보를 고려한 투자자문을 제공할 수 없고 무엇보다 아직 경험이 부족해 예측모형을 개발하고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박선후 IBK경제연구소 금융산업팀 연구원은 “로보어드바이저는 컴퓨터를 이용해 자산관리에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인 것일 뿐 수익률은 보장하지 않는다”며 “국내 시장초기에는 다수의 업체가 진입하면서 과열양상이 나타날 수 있으나 수익률이 기대치보다 낮을 경우 거품이 꺼지면서 알고리즘 검증 등의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낮은 수익률을 극복하고 로보어드바이저를 은행에서 상용화하려면 이를 보완적인 수단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가 나왔다고 해서 당장 오프라인에서 자산관리 서비스를 찾는 고객이 줄진 않을 것”이라며 “대면상담의 자산관리 서비스는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온라인·모바일 자산관리 서비스는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다채널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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