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대선 전인 지난 8일 사표를 제출하면서 문재인 정부 초기 금융위원장이 누가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새 정부가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장을 민간 출신에서 발탁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 등이 금융투자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 김기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

11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 측은 최근 일부 금융지주 회장들에게 ‘새 금융위원장 후보로 관료 출신이 아닌 민간 출신 중에 추천할 만한 사람이 없느냐’고 요청했다. 새 정부는 그간 한진해운의 구조조정 과정이나 대우조선해양 사태 처리, 금융권 규제개혁 등에서 관료 출신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김기식·홍종학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과 함께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가 금융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도 후보군에 올라있지만 그간 ‘재벌 저격수’라는 별칭으로 불려온 만큼 금융위원장보다는 공정거래위원장 쪽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임기 중 한국거래소의 지주사 전환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를 무산시키고,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위한 은산분리 완화에도 반대 활동을 펼치는 등 금융계의 ‘저승사자’라고 불렸다. 때문에 최경수 전 이사장을 비롯해 지주사 전환에 총력을 기울였던 거래소의 일부 임직원 사이에서는 거의 ‘주적’과 같은 취급을 받았다.
 
거래소 고위관계자는 “김 전 의원 때문에 작년 지주사 전환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에 애를 먹었다”면서도 “김 전 의원이 기본적인 지주사 전환 취지를 반대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면서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이어 “아직 김 전 의원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 않냐”며 다른 인물이 금융위원장에 오르기를 에둘러 희망했다.
 
거래소 지주사 전환을 적극 추진했던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사의를 표했고 ‘금융위 해체설’이 나도는 등 조직개편이 마무리되지 않은 마당에 거래소 측이 지주사 전환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는 어려운 처지가 됐다.
 
김 전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예탁결제원 지분의 사회환원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거래소가 지주사로 전환되고 기업공개(IPO)를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대체거래소(ATS) 설립 등 독점구조도 깨져야 지주사 전환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여전히 지주사 체제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다만, 김 전 의원은 “거래소가 지주사 전환을 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는 것으로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경쟁력 확대를 위해 지주사 전환이 바람직한지 다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글로벌 거래소가 지주사로 전환한데는 다 이유가 있고 지주사 전환을 통해 좀 더 유연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며 “이미 법적으로 독점이 깨진 마당에 ATS가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다고 독점적이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주진형 전 사장에 대한 금융투자업계의 반발은 훨씬 더 거세다. 그는 한화투자증권 사장으로 재직 시절 대규모 구조조정과 독선적인 경영으로 임직원들과 심한 갈등을 겪었다. 연임에 실패하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했기 때문’이라는 핑계거리를 들고 나왔지만 업계에서는 실적이나 임직원과의 잦은 마찰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라는 평가가 중론이었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직원의 3분의 1을 구조조정한 사람을 좋게 볼 수는 절대 없을 것”이라며 “이제 우리와는 전혀 관련이 없고 잊고 싶은 사람”이라며 말을 아꼈다.
 
주 전 사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구조조정 등으로 금투업계 시선이 좋지 않다’는 질문에 “내가 알 바 아니다”며 특유의 독설을 날렸다.

김지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