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대선 전인 지난 8일 사표를 제출하면서 문재인 정부 초기 금융위원장이 누가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새 정부가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장을 민간 출신에서 발탁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 등이 금융투자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11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 측은 최근 일부 금융지주 회장들에게 ‘새 금융위원장 후보로 관료 출신이 아닌 민간 출신 중에 추천할 만한 사람이 없느냐’고 요청했다. 새 정부는 그간 한진해운의 구조조정 과정이나 대우조선해양 사태 처리, 금융권 규제개혁 등에서 관료 출신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김기식·홍종학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과 함께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가 금융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도 후보군에 올라있지만 그간 ‘재벌 저격수’라는 별칭으로 불려온 만큼 금융위원장보다는 공정거래위원장 쪽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임기 중 한국거래소의 지주사 전환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를 무산시키고,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위한 은산분리 완화에도 반대 활동을 펼치는 등 금융계의 ‘저승사자’라고 불렸다. 때문에 최경수 전 이사장을 비롯해 지주사 전환에 총력을 기울였던 거래소의 일부 임직원 사이에서는 거의 ‘주적’과 같은 취급을 받았다.
거래소 고위관계자는 “김 전 의원 때문에 작년 지주사 전환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에 애를 먹었다”면서도 “김 전 의원이 기본적인 지주사 전환 취지를 반대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면서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이어 “아직 김 전 의원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 않냐”며 다른 인물이 금융위원장에 오르기를 에둘러 희망했다.
거래소 지주사 전환을 적극 추진했던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사의를 표했고 ‘금융위 해체설’이 나도는 등 조직개편이 마무리되지 않은 마당에 거래소 측이 지주사 전환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는 어려운 처지가 됐다.
김 전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예탁결제원 지분의 사회환원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거래소가 지주사로 전환되고 기업공개(IPO)를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대체거래소(ATS) 설립 등 독점구조도 깨져야 지주사 전환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여전히 지주사 체제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다만, 김 전 의원은 “거래소가 지주사 전환을 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는 것으로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경쟁력 확대를 위해 지주사 전환이 바람직한지 다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글로벌 거래소가 지주사로 전환한데는 다 이유가 있고 지주사 전환을 통해 좀 더 유연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며 “이미 법적으로 독점이 깨진 마당에 ATS가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다고 독점적이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주진형 전 사장에 대한 금융투자업계의 반발은 훨씬 더 거세다. 그는 한화투자증권 사장으로 재직 시절 대규모 구조조정과 독선적인 경영으로 임직원들과 심한 갈등을 겪었다. 연임에 실패하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했기 때문’이라는 핑계거리를 들고 나왔지만 업계에서는 실적이나 임직원과의 잦은 마찰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라는 평가가 중론이었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직원의 3분의 1을 구조조정한 사람을 좋게 볼 수는 절대 없을 것”이라며 “이제 우리와는 전혀 관련이 없고 잊고 싶은 사람”이라며 말을 아꼈다.
주 전 사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구조조정 등으로 금투업계 시선이 좋지 않다’는 질문에 “내가 알 바 아니다”며 특유의 독설을 날렸다.
김지호 기자 better502@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