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위비·리브·올리와 원이를 앞세운 은행들이 캐릭터를 영업전략에 활용하고 있다.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그만큼 앞으로 활용될 분야가 넓어지고 나아가 영업외 수익에까지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캐릭터 사업이 상품화에 성공하면서 수익에도 기여하고 있는 은행도 등장했다. 은행이 자체 개발한 캐릭터로 독자 상품개발에 활용하는 것은 이례적이어서 관심이 쏠렸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지난 3일 모바일 플랫폼 ‘올원뱅크’에 캐릭터 3종을 추가해 본격적인 캐릭터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기존의 올리(아기공룡), 원이(어미새)에 이어 단지(돼지), 달리(강아지), 코리(코끼리) 등 3종을 추가해 ‘올원프렌즈’라는 이름을 붙였다. 농협은행은 농협생명과 올원프렌즈 캐릭터 출시를 공동기획하고 캐릭터 네이밍은 임직원 공모로 선정하는 등 농협금융지주 대표 캐릭터로 육성할 계획이다.

▲ 농협은행은 최근 모바일 플랫폼 ‘올원뱅크’에 기존의 올리(아기공룡), 원이(어미새)에 이어 단지(돼지), 달리(강아지), 코리(코끼리) 등 3종을 추가해 ‘올원프렌즈’라는 이름으로 캐릭터 마케팅을 전개한다. 사진=농협은행

이봉의 농협은행 스마트금융부 부장은 “‘큰글송금’과 ‘경조사 초대장 보내기’ 등으로 시니어층의 호응을 얻었다면 올원프렌즈 출시는 연령대와 관계없는 관심을 기대한다”며 “다양한 캐릭터를 활용해 하반기에 출시 예정인 올원뱅크 베트남 등 글로벌시장 진출에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국내 은행권 최초로 캐릭터 라이선싱 사업을 추진해 지난해 3,600여만원의 영업외 수익을 거뒀다. 우리은행의 캐릭터는 꿀벌을 형상화한 ‘위비’다. 은행마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캐릭터가 하나쯤은 있지만 캐릭터를 이용해 수익을 낸 것은 우리은행이 처음이라 은행권에서도 캐릭터를 통한 수익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 우리은행 캐릭터 '위비프렌즈'. 사진=우리은행

우리은행은 2015년 10월 금융위원회에 은행권 최초로 캐릭터 저작권 라이선싱 부수업무를 신고했다. 지난해 8월에는 캐릭터 전문회사인 ‘부즈’와 라이선싱 대행계약을 체결하고 2년간 부가세를 포함해 총 1억1,000만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현재 위비프렌즈 인형과 에코백, 목베개 등 캐릭터를 활용한 생활용품들이 모바일 전용 오픈마켓인 위비마켓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움짤 ‘위비캠’ 서비스를 통해서는 위비프렌즈 캐릭터를 활용한 스티커 사진, 움짤샷 등도 제공하고 있다. 위비캐릭터를 활용한 금융 교육 애니메이션도 시리즈로 제작 중이다.

▲ 우리은행의 모바일 전용 오픈마켓인 '위비마켓'에서 위비프렌즈 인형과 에코백, 목베개 등 캐릭터를 활용한 생활용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위비마켓 캡처

우리은행 관계자는 “캐릭터 라이센싱을 활용한 사업은 전체 수익에 비하면 비중이 작지만 금융소비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은행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며 “위비플랫폼을 통해 동남아시아 지역 시장에서 캐릭터 사업, 뱅킹 등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은 일반 상품과 달리 실체가 없기 때문에 은행의 고유 캐릭터가 고객들에게 은행의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하나의 방안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글로벌 홍보에도 위비캐릭터는 톡톡히 한 몫을 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삼성전자 테마스토어 내에 신설한 ‘위비프렌즈 테마 서비스’는 지난해 말 출시 한 달여 만에 15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는데, 이 중 90%가 해외에서 발생한 것이며 특히 태국, 중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미국, 베트남 등에서 높은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위비프렌즈 캐릭터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었다는게 우리은행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 사업으로 이 분야에서 타행에 비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본다”고 평하며 “경험치가 쌓이면 다른 분야에 적용하기도 좋다”고 덧붙였다.

국민은행은 자체 캐릭터 ‘깨비·별비·리브와 친구들’을 영업과 홍보에 활용 중이다. 지난해 말 홍보 차원에서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KB 생활금융플랫폼 리브’ 이모티콘을 30일간 무료 배포했다. 카카오톡 정책상 기업에서 배포하는 이모티콘은 30일까지만 사용이 가능하다.

▲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홍보 차원에서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KB 생활금융플랫폼 리브’ 이모티콘을 30일간 무료 배포했다. 사진=카카오톡 홈페이지 캡처

국민은행 관계자는 “리브 캐릭터가 출시된지 얼마 안돼 홍보를 위해 진행한 마케팅이었다”며 “캐릭터를 활용한 사업을 하려면 사업자등록을 해야 하고 금융업에 따른 부수업을 하려면 금융위원회에 신고를 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해 캐릭터를 활용한 수익 사업은 좀더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캐릭터 라이센싱 사업에서 수익성을 꾸준히 낼 수 있다는 것이 검증되면 현재 은행 홍보에 그친 캐릭터 관련 사업을 키워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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