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 Mr . 마켓 <129회> 글·김지훈

작은 글씨로 기록된 보험 약관을 읽듯 사무적인 목소리이었다. 시즈도어는 그녀의 입장과 올림포스의 결정을 이해했다. 올림포스는 녹색붕괴를 막기 위한 국제기구였다. 그러나 계속되는 가뭄에 시달릴 수는 없다. 이미 열다섯 개의 저수지가 메말랐다.

올림포스의 존재가 우루과이의 희생을 강요하는 거라면 ……. 맞서 싸울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체 전력의 87%를 수력발전으로 생산합니다. 가뭄으로 강이 말라서 전력 수급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어요. 그리고 비구름에 대한 비용으로 칠천만 탄소 달러를 지불하지 않았습니까!”

“말씀하신 대로 비구름에 대한 비용은 지급하셨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루어진 환경평가를 보니, 탄소 감축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셨더군요. 탄소 과잉 배출은 끔찍한 재난을 초래합니다. 미리 내신 칠천만 탄소 달러는 채우지 못한 탄소 감축 할당량으로 상쇄되었습니다. 비구름을 원하신다면 칠천만 탄소 달러를 더 입금 시켜야 합니다.”

그녀는 기쁜 듯, 상냥하게 설명했다. 내용과 목소리가 일치하지 않았기에, 시즈도어는 혼란스러웠다. 죽어가는 사람에게 미소 띤 얼굴로 ‘안녕히 가세요.’라고 인사하는 격이었다.

“그럴 리가! 탄소 감축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산업 생산량의 20%를 줄이고 녹지사업에 대한 투자도 늘렸습니다.”

“올림포스의 환경평가가 잘못된단 말씀이신가요?”

그녀는 고개를 살짝 숙인 자세로 시즈도어를 노려보았다.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일지라도 올림포스에서는 ……. 무력했다.

“환경평가에 대한 문제는 차후에 논의하기로 하죠. 가뭄 때문에 녹지사업으로 조성된 숲까지 메말라 갑니다. 기르던 소와 양들도 죽어가고 있습니다! 굶주리는 아이들도 있단 말입니다!”

우루과이에서 굶주리는 아이가 있다는 것은 ……. 시즈도어의 크나큰 수치였다.

“사람은 하루에 오백 리터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소는 이천팔백 리터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합니다. 오백 리터의 이산화탄소를 정화하려면 천 그루의 나무가 필요합니다 ……. 너무 많은 가축과 사람이 있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나요?”

그녀는 턱을 치켜들며 미소 지었다. 시즈도어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 님프의 말은 탄소 배출량을 조절하기 위해서 가축과 사람들을 죽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가뭄이 계속된다면 ……. 가능성은 현실이 된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위원회는 이런 일에 경험이 많아요. 모두 만족할 방법이 있습니다.”

그녀는 녹색 폴더를 내밀었다. 시즈도어는 폴더 안의 리포트를 훑어보았다. 그의 표정이 조금씩 일그러지다가 급기야 허탈한 웃음으로 무너져 내렸다.

리포트에서 제안한 솔루션을 따르게 되면 값싼 에너지인 석유, 석탄, 천연가스의 사용이 제한되고 거액의 로열티를 치루며 값비싼 청정에너지를 이용해야 했다. 결론적으로 우루과이의 국민은 더 많이 일하고 더 적게 벌게 된다. 물질적 풍요가 주는 안락함을 포기 당한다 ……. 올림포스의 솔루션은 노예 수준의 삶을 강요했다.

“산업 활동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탄소세를 인상하라니. 이런 짓을 했다간 경제가 파산합니다. 게다가 땅콩 재배를 국가의 주요 산업으로 설정하라니! 이건 경제적 자살행위잖소!”

시즈도어는 리포트를 엎어 놓았다.

“최선의 조치입니다. 사막의 탄소 배출량은 아주 미미하죠.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시면 우루과이는 사막이 될 겁니다.”

그녀는 미소는 한층 더 밝아졌다. 너무 밝아서 두려울 정도였다.

“협박하는 겁니까?”

시즈도어는 매섭게 노려보았다. 님프는 대답하지 않았다.

“듀아멜을 직접 만나겠소!”

“태양께서는 바쁘십니다.”

한국스포츠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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