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만 골라먹지 말고 제발 나물 좀 먹어라.” 어렸을 적, 밥 먹을 때 부모님께 가장 많이 듣는 잔소리나 꾸지람 중 대표적인 것이 반찬 편식이 아니었나 싶다. 필자도 신 김치에 어묵을 함께 볶은 반찬이나 오징어무침 같은 반찬이 나오면 채소는 손도 안대고 어묵이나 오징어만 골라먹은 기억이 있다.

돌이켜보면 골고루 영양소를 섭취하라는 잔소리였던 셈이다. 투자에서도 마찬가지다. 성인이 된 지금은 투자 편식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가끔 상담을 하거나 강의를 하다 보면 특정 분야에 대한 투자만 집중적으로 하는 투자자들을 자주 본다.

“선생님. 전 주식만 해요. 다른 건 재미도 없고 수익률도 별로여서요. 원래 지루한 걸 싫어해서 주식투자만 합니다.”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치고 실제 주식에 성공한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선생님, 전 이제 부동산에 승부를 걸 겁니다. 그래도 부동산만한 게 있나요? 주식은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되잖아요. 부동산은 그래도 물건은 남아 있으니까 상대적으로 안전하기까지 하고요.” 이렇게 얘기한 이분은 경기도 모 도시에 빌라 2채와 강원도 춘천에 땅 몇 백평, 용인 쪽에 상가 등을 가지고 있다. 빌라는 20년째 같은 가격이고(오히려 가격이 떨어진 것도 있다) 춘천의 땅은 기획부동산에 속아서 시세보다 3배 이상 비싸게 사서 지금 애물단지로 가지고 있다. 용인 쪽 상가도 1년 넘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관리비도 본인이 직접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한 가지 투자종목에만 집중하다 보면 자칫 ‘우물 안 개구리 식’ 시야를 갖게 되고 투자한 종목에서 실패하게 되면 회복이 불가능이다. 주식에만 투자할 경우 다른 자산의 운용, 특히 부동산이나 채권 혹은 금융상품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고 목표나 기대 수익률에 대한 기대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다른 투자를 제대로 할 수가 없다. 부동산에만 투자할 경우도 마찬가지다.

가장 좋은 자산운용 방법은 골고루, 적당한 비율로 분산투자를 하면서 위험을 줄이는 것이이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의 자산 비중을 보면 비 금융자산(부동산)의 비중이 무려 75.1%에 달한다.

조금 연령대를 높여서 베이비붐 세대들의 구성을 살펴보면 부동산 자산의 비중이 거의 82%를 넘는다. 자산의 부동산 편중이 심각한 것이다. 상속이나 증여에 있어서도 너무 부동산 자산에 대한 비중이 높다 보면 세금 낼 돈이 없어서 상속받은 부동산을 급매로 매도하는 경우도 흔히 보게 된다.

따라서 필자는 전체 자산의 비중에서 부동산 자산의 비중을 60%대로 낮출 것을 권한다. 선진국의 경우 오히려 부동산보다 금융자산 비중이 더 높다. 국가별 금융자산 비중은 미국이 70.7%, 일본이 60.1%이고 다소 낮은 편인 영국이 49.6%다. 영국은 이 금융자산의 대부분이 노후준비를 위한 연금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오직 부동산시장만 바라보는 가계가 많고 과도한 대출로 인해 자칫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기라도 하면 큰 낭패를 보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먹는 것을 편식하는 것은 건강에 직격탄이 되고 투자의 편식은 노후대비와 자녀들의 교육 및 결혼 자금 등 유동성에 극도로 취약하다. 지금부터라도 자신의 자산 비중을 살펴보고 보다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것을 권한다. <서기수 IFA자산관리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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