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CJ컵 나인브릿지 협약식에 참석했던 김시우(가운데)=사진=CJ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지난 15일 김시우(22ㆍCJ대한통운)가 ‘제5의 메이저 대회’로 불리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했다. 한국인으로는 6년 전 자신의 우상이던 최경주(47ㆍSK텔레콤)에 이은 두 번째 쾌거다. 세계 랭킹 1위 더스틴 존슨(33ㆍ미국) 등 최강 골퍼들을 모조리 따돌린 김시우의 우승 소식은 세계의 모든 주요 언론과 방송에 오르내리며 시끌벅적했다.

그 덕에 후원사인 CJ의 브랜드 홍보 효과가 최소 수천억 원 단위일 것이라는 얘기가 항간에 떠돌고 있다. 이번 경기는 대회 개최지인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226여개국 1억 가구에 송출됐다. 김시우와 함께 CJ대한통운의 영문사명인 'CJ Logistics'가 수십 차례 화면에 노출됐다. 통상 4대 메이저 골프 대회 우승자가 2,000억원대 홍보 효과를 낳는다고 알려져 골프 선수 하나 잘 키워 ‘노’가 났다는 것이다.

CJ는 김시우가 고등학생이던 2013년부터 후원을 시작했다. 4년 전 일이다. 그러나 미래 일어날지 모르는 이런 초대형 홍보 효과를 노리고 지원한 것은 아니다. CJ그룹 측 관계자는 “우리가 선수들을 후원하는 목적은 단순히 우리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서가 아니다”고 못 박았다. 이어 “그런 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앞으로 경제 효과를 조사할 계획도 없다. 김시우의 경우처럼 순수하게 우리나라 선수가 국위선양을 하는 자체가 가장 바라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CJ그룹 차원의 후원 철학을 알면 이런 반응은 금세 이해가 된다. CJ의 초점은 오롯이 유망주들에게 맞춰진다. ‘꿈지기’라는 콘셉트를 둔 그룹의 원칙이다. 관계자는 “후원이 필요한 재능 있는 선수들을 선발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아마추어 때 성적이나 그런 것들을 많이 조사한 뒤 가능성이 있겠다 싶은 꿈나무들은 실무 선에서 면밀히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김시우는 물론 백규정(22ㆍCJ오쇼핑)과 김민선5(22ㆍCJ오쇼핑)도 이 범주에 속한다. 따라서 이미 어느 정도 괘도에 올라와 있는 선수를 추가 후원할 계획은 없다. CJ 측은 “우리나라의 가능성 있는 유망주들을 중심으로 지속 발굴해서 후원하려고 하고 있다. 단순히 성적만으로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연습할 때 연습장을 찾아가서 얘기를 나눠본다거나 여러 가지들을 체크한다”고 했다.

그렇게 되돌아본 김시우는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첫 인상부터 실력 외 인성과 성품이 합격점을 받았고 당시 선견지명이 4년 만에 활짝 꽃을 피웠다. 고등학생이던 김시우를 현장에서 직접 보고 발탁했다는 관계자는 “김시우를 만났을 때 첫 느낌이 강직한 성품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나이에 맞지 않게 조숙한 면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단순히 애늙은이 같은 느낌이 아니라 아주 예의 바른 그런 자세가 마음에 들었다. 그런 부분들이 선발하는 데 플러스가 됐다”고 떠올렸다.

김시우의 후원은 침체된 남자 골프 활성화의 목적도 있다는 점에서 지난 우승은 의미를 더한다. 같은 선상에서 CJ그룹이 국내 최초로 PGA 사무국과 협약식을 갖고 올해부터 오는 2026년까지 10년간 ‘더 CJ컵 나인브릿지’ 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통 큰 CJ그룹은 총 상금을 925만 달러(약 103억5,000만원) 규모로 키웠다. 4대 메이저 대회와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의 950만~1,000만 달러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인기 없는 남자 골프 쪽에 지속적으로 공을 들이는 이유에 대해 “우리가 2002년부터 2005년까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나인브릿지 클래식을 처음 했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LPGA 대회였다. 그 당시에는 남자 투어가 훨씬 활성화돼 있었다. 여성 국제 대회를 유치해 박세리(40) 프로가 우승하는 등 화제몰이를 했다. 그게 현재 여자 프로 인기의 시발점이 됐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남자 쪽이 너무 침체가 돼 있으니까 앞선 여자 대회 사례처럼 세계 최고 수준의 대회를 우리나라에서 개최함으로써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관계자는 강조했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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