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조만간 디젤 엔진 규제 정책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미세먼지 대책 마련을 주문하면서다. 경유세 인상에서 개인용 경유차 운행 제한까지 강력한 규제정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자동차 시장 판도 변화에 관심이 집중된다. 가장 강력한 규제가 예상되는 승용차 시장과 지자체가 주도하는 버스 시장, 그리고 서민경제와 직결된 화물차 시장으로 나뉜다. 

■ 승용차 시장은 이미 새시대

▲ 디젤 승용차에 대한 규제가 심해지지만 승용부문에서는 이미 세대교체가 상당부분 진행됐고, 가솔린 엔진 기술력도 높은 만큼 업계 피해는 그리 크지 않을 전망이다. 사진은 전기차 대중화를 열 것으로 평가받는 쉐보레 볼트 EV. 한국지엠 제공

그나마 승용부문에 대해 업계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차세대 차종들로 디젤차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계에서도 디젤을 밀어내는 대신 LPG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등 대안 마련에 힘을 실었다.

현대기아차는 작년 아이오닉과 니로 등 친환경차를 통해 새로운 시장 가능성을 활짝 열었다. 지난 4월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량을 7% 늘리는 데 1등 공신으로 꼽혔을 정도다.

한국지엠도 가솔린 엔진이 주력이라 디젤 규제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도 QM3를 제외하면 가솔린 모델 판매량 비중이 높다.

디젤 엔진이 대부분이라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됐던 쌍용차도 괜찮다는 입장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아직 정부 정책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은 탓에 회사 방침을 밝힐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하지만 가솔린 엔진과 전기차 등 디젤차의 대안 마련은 차질 없이 진행 중이다”고 설명했다.

디젤 모델 판매량 비중이 높은 수입차 업계도 차세대 동력 기술력이 높은 만큼 디젤 규제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 CNG·전기 버스는 시장 안착 중

▲ 현대자동차는 오는 25일 상용차 박람회 '현대 트럭&버스 메가페어'에서 전기버스인 일렉시티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 제공

버스 시장도 차세대 동력으로의 전환이 순조로운 편이다. 서울시는 이미 시내버스 대부분을 CNG로 바꿨다. 작년에는 경기도에서 들어오는 디젤 광역버스 1,700여대에도 운행을 제한했다. 아직 세종시를 포함한 지자체들이 디젤 시내 버스를 운영 중이지만, CNG 버스 바꾸는 작업도 계속하고 있다.

만트럭버스도 지난 서울 모터쇼에 CNG 저상버스를 공개하면서 차세대 버스 시장 공략에 동참했다. 30대 계약에 성공하면서 시장 가능성도 확인했다.

전기버스 도입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서울을 비롯해 제주, 김포, 포항 등이 전기버스 도입을 추진 중이다. 앞서 전기버스는 기술적 문제로 운항 거리와 힘이 달리는 탓에 남산 순환버스 등 일부 구간에서만 제한적으로 운용됐다. 하지만 최근 여러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전기버스 개발에 뛰어들면서 실 사용에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

국내에서는 현대차의 ‘일렉시티’가 전기버스 시장에 포문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일렉시티는 현대차가 8년여 개발 끝에 만든 전기 버스다. 1회 충전으로 무려 290km 주행이 가능하다. 오는 25일 현대차의 상용차 박람회 ‘메가페어’에서 최초 공개를 앞뒀다.

또 최근에는 중국에 넘어갔던 전기버스 회사인 TGM(구 한국화이바)이 국내 업체인 에디슨모터스에 인수되면서 국산 전기버스 시장 공략에 나선다. 그 밖에 2006년 최초로 플러그인 전기버스를 개발했던 자일버스대우도 중국 현지 공장에 이어 국내 양산화를 추진 중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도 지난 달 제주에 전기버스 시승센터를 설치하고 내수 시장 공략을 개시했다.

■ 대안 없는 디젤 화물차, 서민경제 직격 우려도

▲ 볼보트럭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콘셉트 트럭을 공개했지만 상용화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볼보트럭코리아 제공

문제는 화물차다. 화물차는 운송업계 종사자들의 생계수단으로 이용된다. 디젤 규제 정책이 자칫 서민경제를 무너뜨릴 수 있는 이유다.

한 운송업계 관계자는 “디젤엔진이 문제가 있다면 퇴출시켜야 하지만 정당하게 돈을 주고 디젤차를 구입해 생계 수단으로 이용하는 종사자들에 피해를 주면 안된다”며 “정부가 적절한 보상안이나 확실한 대안을 마련해주지 않는다면 강력한 저항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아직 디젤화물차를 대체할 대안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디젤엔진은 연료비가 저렴하고 연비가 높다는 경제성뿐 아니라 힘이 강력해서 무거운 짐을 실을 수 있다. LPG와 전기차가 아직 상용차로 쓰이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상용차 업계 관계자는 “LPG 엔진은 물론이고 전기모터도 디젤 엔진의 힘을 따라가기는 어렵다”며 “전기모터가 디젤엔진을 대체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아직 전기 화물차 개발 상황은 걸음마 단계다. 국내에서는 르노삼성과 대동공업, LG화학 등이 협력해 진행 중인 1톤 트럭 개발 사업이 그나마 주목할만 하다. 대동공업은 농업기계를 전문적으로 생산해온 업체다.

대동공업 관계자는 “우선 1톤 트럭 개발을 완료한 후에야 다른 상용차 개발을 고려해볼 수 있다”며 “아직 전기모터 성능이 충분하지 않아 농기계에 도입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형 화물차 중에서는 볼보트럭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개발 중이지만 아직 콘셉트카 수준에 머물러있다. 그나마도 완전 전기 모드에서는 주행거리가 10km에 불과해서 실제 상용화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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