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잃은, 상처 입은 남자가 보였다

■ Mr . 마켓 <130회> 글·김지훈 한국스포츠경제l승인2015.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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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냉엄한 미소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건 불공평해. 당신네 유럽 연합은 우리보다 몇십 배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면서도 온화한 기후와 충분한 강수량을 확보하고 있잖아! 왜 우리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거지?”

    “모두를 위한 일입니다.”

    “도대체 누가 누구를 위한다는 거야!”

    “목소리를 낮추세요! 이곳은 올림포스입니다.”

    * * *

    태백산맥처럼 거대한 구름이 하늘을 가로질렀다. 마킷은 발코니에서 웅장한 바라보았다. 시중이 사우디아라비아 스타일의 달디단 커피와 쿠키를 내왔다. 푸른 대지에는 야자나무와 올리브 나무가 줄지어 섰고, 보기 좋은 잔디밭이 모자이크처럼 반복되었다.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는 기후거래를 통해, 자국의 영토를 비옥한 농경지로 탈바꿈시켰다. 기후거래는 세계 경제와 정치 판도를 완전히 바꿨다. 브라질을 포함한 남미는 극심한 가뭄으로 간단한 커피 농사조차 불가능했다.

    마킷은 기후 거래를 통해, 엄청난 재산을 일궜다. 그의 재산은 중동 산유국 왕족들의 모든 재산을 합친 것보다 훨씬 많았고, 국제적으로 중요한 결정들은 그의 손과 입김을 거쳤다. 까밀레와 인터뷰를 할 때, 마킷은 성공비결을 밝혔다. ‘추세와 트랜드를 따르고, 가끔은 앞장 서면 누구나 재산이 늘어납니다.’

    영생의학은 그가 앞장서서 개척한 분야였고, 기후 거래 제도는 추세와 트랜드를 따른 것이었다. 삶의 원칙을 지켰고, 삶 자체를 지켰다. 밑바닥에서 시작해서, 수많은 성취를 일궈낸 삶이었다. 그러나 과연 행복했던가? 옳았던가? 인류의 오십 퍼센트가 기후 난민으로 살아갔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가뭄과 수해로 고통받고 있다. 그런 현실 속에서 행복하다고 말해도 되는 걸까?

    “모호한 표정이군요.”

    지우가 툭치듯이 말했다. 그는 최초의 녹색 붕괴로 여자를 잃고, 녹색 붕괴의 원인 규명에 매달렸다. 현재 인정받는 이론은 듀아멜의 이산화탄소 집단지능 이론이었다. 과도하게 많아진 이산화탄소 더미가 지능을 획득하여, 에너지를 발산한다는 내용이었다. 최신 소립물리학으로 구축된 이 이론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사람은 전 세계에서 손꼽을 정도였다.

    “삶 자체가 모호하지. 작은 일에 감사하며, 겸손하게 살려고 노력하지만 …. 가끔은 가슴에 통증을 느낄 정도로 힘들 때가 있어.”

    마킷은 이동하는 구름떼를 지켜보며, 대답했다. 구름떼가 가는 곳은 앞으로 그가 따라가야 할 방향이기도 했다. 언제부터인가 구름이 돈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너무 슬퍼서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다. 마킷은 그런 자신이 너무나 한심하게 느껴졌다.

    “듀아멜이 지껄인, 모호입자 이론은 거짓이에요.”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많지. 하지만, 그 누구도 왜 거짓인지 설명하지 못하더군.”

    “정확한 데이터가 없으니, 그럴 수 밖에 없죠.”

    “정확한 데이터가 어디 있다는 건가? 그런 게 있긴 하는 건가?” “그럼요. 그렇지 않다면, 제가 왜 여기에 있겠어요.”

    구름을 지켜보던, 마킷은 천천히 지우를 돌아보았다. 여자를 잃은, 상처 입은 한 남자가 보였다.

    “십 년 전 듀아멜은 탄소배출권 시장을 휩쓸 방법을 개발했어요. 공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추출해서, 석탄과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기술이었죠. 직접 석탄을 캐는 것보다 훨씬 쌌고, 원하는 크기의 다이아몬드도 만들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더군요.”

    “그런 기술은 들어보지 못했네.”

    “불안정했거든요. 세 번째 실험에서 비밀 연구소 전체가 붕괴됐죠. 모든 것이 하얗게 부스러졌어요. 녹색붕괴였던 거죠. 그들이 추출하고 변경시켰던 이산화탄소 일부가 모호입자였던 거죠. 비극이 거기서 끝나지 않고, 듀아멜은 이드를 끌어들여서, 모호입자의 성질을 연구했어요. 그리고 모호입자로 기후를 컨트롤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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