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문재인 정부의 경제팀 핵심 자리 중 아직 공석인 금융위원장 자리를 놓고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이를 의식이라도 하듯 그는 연일 언론과의 인터뷰를 하면서 자신을 부각시키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그의 등판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정치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민주당 내부에서는 주 전 사장의 거취를 두고 의원들 간 한바탕 거센 논쟁이 벌어졌다. 일부 의원들이 그가 문재인 정부 요직 후보로 거론되는 것을 두고 반감을 표출한 것이다.

사장 자리에서 물러난 후 주 전 사장은 민주당 총선정책공약단 부단장과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으로 활동했다.

지난해 12월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참고인으로 나와 “국내 재벌의 운영은 조직폭력배들과 똑같다”는 등의 소신발언으로 일약 ‘청문회 스타’로 등극했다.

대기업 총수를 앞에 두고 재벌의 문제점을 강하게 비판하고 국회의원 앞에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는 모습에 국민들은 열광했다.

주 전 사장은 이후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경제, 알아야 바꾼다’는 제목으로 손혜원 민주당 의원과의 페이스북 방송과 대선 캠프에서의 활약으로 문재인 당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재벌 저격수’로 불리던 김상조·장하성 교수가 나란히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 청와대 정책실장에 오른 것을 보면, 이들에 못지않은 재벌개혁 의지를 표출한 주 전 사장 역시 이에 상응하는 자리를 하나 맡는 게 타당해 보인다. 실제로 주 전 사장은 아직 공석으로 남아있는 금융위원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 조차 한화투자증권 사장 시절 있었던 일을 이유로 그가 요직을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정부에 여러모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철폐’를 최우선 과제로 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주 전 사장은 ‘구조조정 청부사’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일자리를 없애는 데 능한 모습을 보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 전 사장 취임 전인 지난 2013년 6월말 1,705명에 달했던 한화투자증권 임직원은 주 전 사장 취임 후 1년여 만인 2014년 9월말에는 1,162명으로 줄었다. 

“실적부진으로 구조조정을 했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경영성과도 곤두박질쳤다. 특히 그가 떠난 이후에도 후유증은 계속돼서 한화투자증권은 2015~2016년에도 적자를 냈고, 올 1분기에 22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겨우 흑자전환하는 모양새다. 

주 전 사장 시절 대규모 구조조정과 홍콩H지수 급락으로 인한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등이 발목을 잡았다. 이로 인해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또 본사 건물을 한화손해보험에 1,372억원에 매각하고 새입자 신세로 전락하기도 했다. 지나친 구조조정으로 시황이 좋아져도 영업에 나설 수 없게되자 주 전 사장이 ELS에 ‘몰빵’하면서 벌어진 사태다.

단순히 실적만 좋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서비스 선택제 시행 등 자신의 정책에 반대하는 임원에는 자택 대기발령 등 철퇴를 가하는 ‘불통 경영’도 문제가 됐다. 이처럼 그에 대한 금융투자업계의 평판을 잘 알고 있는 일부 민주당 인사들은 애초 주 전 사장이 민주당에 합류하는 것을 강하게 반대했다.

그럼에도 그가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삼성이나 한화의 회유에도 꿋꿋이 반대의견을 고수한 점은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같이 장단점과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주 전 사장에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어떤 자리를 맡길지가 뜨거운 관심사다.

일각에서는 재벌 개혁과 가계부채 문제, 기업 구조조정 등 복잡한 현안을 주 전 사장이 다루기에는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아무리 ‘깜짝 인사’가 나오더라도 주 전 사장이 금융위원장을 맡기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장하성 교수가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된 거 보면 주 전 사장의 금융위원장 깜짝 발탁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어서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에 내정된 진성준 전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에서도 주 전 사장의 사장 시절 행위에 대한 악평에 대해 알고는 있다”면서도 “지금까지의 인사를 볼 때 당의 평가보다는 대통령 자신의 의중이 가장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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