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지난 4월 ‘착한 보험’으로 기대를 모았던 실손보험의 인기가 예상 밖에 그치면서 그 원인을 두고 설왕설래다. 저렴한 보험료만큼 줄어든 혜택이 실패 원인으로 꼽히며 딜레마에 빠졌다. 보험료는 크게 낮아졌지만, 그만큼 보장성이 떨어지고 자기부담금은 늘었다. 특약 횟수 제한도 걸림돌이다.

금융소비자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해야 개발비용을 낭비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실손보험을 다시 수술대에 올리기 전 비급여 진료 표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출시 한 달을 맞은 신 실손보험의 가입자 수는 9만명 안팎으로 예상보다 저조한 실적을 보이면서 보험 구조 개편에 신중을 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출시 한 달을 맞은 신 실손보험의 가입자 수는 9만명 안팎이다. 구 실손보험을 판매하던 직전 3월 삼성화재 한 곳에서만 실손보험 상품을 5만8,000건을 판매한 데에 비교하면 저조한 실적이다.

기대했던 전환효과도 나타나지 않았다. 전환 가입자는 5월 첫주를 기준으로 173명에 그쳤다. 금융당국은 특약 끼워팔기로 보험료 부담이 컸던 소비자들이 새 실손보험으로 갈아타리라 전망했었지만 예상이 빗나갔다.

이처럼 새 실손보험이 외면 받은 이유는 보장성이 떨어지고 자기부담금은 종전보다 높아지면서 ‘낮은 보험료’라는 장점이 희석된 탓이다.

따져보면 보험료도 낮아졌다고 보기 어렵다. 기본형의 보험료만 깎였을 뿐 자기부담금은 종전 20%에서 30%로 늘어났다. 특약형을 더해 가입하면 실제 보험료 절감 효과는 최대 5,000원 수준이다. 자기부담금 탓에 오히려 의료비 지출액은 더 높아지는 경우도 있다.

기본형은 보험료가 저렴한 만큼 보장하는 항목도 많지 않아 특약에 따로 가입하는 비중도 높았다. 실제 판매된 9만건의 보험 중 기본형만 가입한 소비자는 전체의 11% 수준이다. 열에 아홉은 특약형에 가입했다는 추산이 나온다.

특약에 가입하더라도 도수치료의 경우 연간 최대 50회 350만원, 비급여 주사제 최대 50회 250만원, 비급여 MRI검사 300만원까지 한정적으로 보장한다.

일각에서는 새 실손보험을 출시하면서 들인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꼬집었다.

금융당국은 기존의 실손보험을 기본형과 특약형으로 재편하는 등 상품의 구조를 바꾸며 개발비용을 지출했다. 출시 전부터 실손보험을 손 보겠다고 공언했고, 출시 이후에는 ‘착한 보험’ 등의 수식어로 대대적인 홍보도 치렀다.

새 실손보험의 실패는 예견됐었다. 4월 실손보험이 출시되기 직전 구 실손보험에 가입해야 유리하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개편 직전인 3월 마지막 주에는 구 실손보험에 가입하려는 막차 고객이 보험사별로 최대 6배까지 급증했다.

소비자 수요에 맞춰 실손보험을 수술해야 인기를 회복할 수 있다고 업계는 전했다. 한편으로는 실손보험료를 올리는 실제 요인인 ‘의료 쇼핑’ ‘과잉 진료’부터 단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의료기관의 꼼수로 급여 진료를 비급여 코드로 바꾸어 고액의 진료비를 청구하는 관행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비급여 진료비를 전체 의료기관에서 공개해야 투명하게 관리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실손보험료는 꾸준히 증가 추세다. 올해 1분기 롯데손해보험이 32.8%, 현대해상이 26.9%, KB손해보험이 26.1%, 메리츠화재가 25.6% 등 실손보험료를 올렸다.

보험개발원이 건강보험공단의 진료비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실손보험의 비급여 비중은 평균 36.3%로 건강보험 비급여 비중보다 2배가량 높았다. 실손보험에 가입한 소비자들이 과잉 진료를 신청하거나, 의료기관이 진료비를 더 많이 받기 위해 비급여 진료를 권한다는 분석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보험사기 적발 사례를 공개하며 허위 입원·진단·장해, 보험사고 내용 조작 등 허위·과다 사고 유형(70.9%)이 보험사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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