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기아자동차가 스팅어 출시 행사를 열고 사전계약량이 2,000건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고성능차에 시장 폭풍이 감지된다.

기아차는 23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스팅어 출시행사를 열었다.

이형근 기아차 대표는 “스팅어는 디자인과 성능면에서 진일보한 기아차 최초의 후륜구동 프리미엄 세단”이라며 “스팅어를 통해 기아차 브랜드 가치도 한층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 기아자동차는 23일 스팅어 출시행사를 열고 내수 고성능차 시장 돌풍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기아자동차 제공

스팅어는 기획 단계부터 고성능 프리미엄 세단으로 개발된 기아차의 첫 후륜구동 차다. 2011년 기아차가 발표했던 GT 콘셉트카를 기반으로 한다. 먼 거리를 빠르고 편하게 달릴 수 있는 그란투리스모를 목표로 만들어진 만큼 높은 주행 성능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스팅어 고성능 트림에 장착되는 람다Ⅱ 3.3 GDI V6 트윈터보 엔진은 무려 최고출력 370마력에 최대토크 52kgf·m을 낸다. 여기에 8단 변속기를 조합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제로백)을 4.9초로 떨어뜨렸다.

잘 빠진 디자인도 스팅어의 빠른 속도에 큰 몫을 한다. 다운포스를 강조하는 패스트백 형태의 매끄러운 곡선. 낮은 차체. 무게 배분을 위한 짧은 오버행. 스팅어의 높은 주행성능을 인상만으로도 가늠하게 한다.

스팅어의 디자인은 미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지난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는 가장 디자인이 좋은 양산차에 수여되는 아이즈온 상을 받았다. 넓은 보닛과 어깨를 중심으로 비례감에 중심을 뒀다. 덕분에 강렬하면서도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덕분에 벌써부터 스팅어에 쏠리는 인기가 심상치 않다. 기아차에 따르면 스팅어는 사전 계약을 시작한지 8영업일 만에 2,000대 이상 계약을 달성했다. 올해 판매량 목표는 8,000대 이상. 내년부터는 월 1,000대 이상을 판매하겠다는 것이 기아차 입장이다.

특히 스팅어는 불모지에 가까웠던 내수 고성능차 시장에 불씨를 지피는 차로 기대가 높다. 스팅어 사전계약량 중 무려 40%가 넘는 850대가 3.3 터보 모델이었던 것.

▲ 스팅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 폭스바겐이 내놓은 아테온도 덩달아 관심을 받고 있다. 폭스바겐 제공

앞서 기아차는 K5의 고성능 트림인 GT를 내놨었지만 판매 비중이 5%에 불과했다. 현대차 아반떼와 제네시스 G80의 고성능 트림인 스포츠도 판매 비중이 10% 내외다.

실제로 업계에는 고성능 차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모습이다. 준대형급 차량 구매를 고려하던 소비자들이 스팅어와 경쟁 모델인 BMW 4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등 고성능 차에 관심을 옮겨가면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팅어가 럭셔리 차량에 집중됐던 고가 자동차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분명해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시장 변화는 소비자들에게도 더 다양한 차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지만 현실적으로 수입이 어려웠던 차들을 들여올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폭스바겐 아테온이다. 아테온은 최근 폭스바겐이 내놓은 새로운 플래그십 세단으로 스팅어와 같은 중형 크기에 패스트백 디자인을 갖고 있다. 가격도 5,000만~6,000만원대가 유력해 스팅어의 강력한 경쟁자로 평가받는다.

폭스바겐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 아테온 국내 출시는 검토 중이다. 우선 서비스망 확대를 비롯해 기존 고객에 대한 신뢰도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스팅어가 인기를 끌 수록 아테온에 대한 기대도 늘고 있는 만큼, 조만간 출시를 확정하지 않겠냐는 것이 업계 분위기다.

스팅어는 동급인 중형 세단뿐 아니라 다른 세그먼트에서도 고성능 열풍에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클리오 RS와 폭스바겐 업 GTI, 아직 국내 출시가 불투명한 현대차 i30N이 그렇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고성능차는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내수 시장에서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데다가 배출가스 규제도 까다로워서 출시가 어려웠다"며 "하지만 고성능차 수요가 늘어나면 내지 않을 이유가 없다. 기대가 많다"고 말했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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