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 자동차 회사가 꼭 잘팔리는 차만 내놓는 것은 아니다. 업체마다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차라면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만드는 프리미엄 모델이 있다.

대부분 지나치게 비싸거나 실용성이 떨어져서 실제 판매량은 적지만 우수한 성능과 디자인으로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 재규어의 F타입(왼쪽)과 XF. 같이 놓고 보면 F타입의 디자인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반영됐는지 알 수 있다. 재규어코리아 제공

가장 대표적인 모델은 재규어의 F타입이다. F타입은 재규어가 만든 2인승 스포츠카로 5리터짜리 V8 엔진에 슈퍼출력을 달았다. 최고출력 495마력에 최대토크 63.7kgf·m을 내는 괴물이지만 내수 시장 특성상 판매량이 많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규어코리아는 F타입을 국내에 꾸준히 소개해왔다. 다양한 트림, 컨버터블, 그리고 고성능 모델인 SVR까지다. 재규어의 볼륨 모델인 XF와 비교하면 F타입은 대중적으로 알려진 재규어의 이미지와 다소 거리가 있다. 

하지만 재규어의 모든 라인업은 측면라인과 리어램프, 퍼포먼스 등에서 기본적으로 F타입을 따른다는 것이 재규어 관계자 설명이다. 재규어에게는 일종의 콘셉트카인 셈이다.

▲ F-PACE는 전세계 각지에서 최고의 디자인상을 받으며 우수성을 입증했다. 재규어코리아 제공

이는 F-PACE에서 극대화됐다. F-PACE는 재규어가 처음 만든 SUV다. F타입과 정 반대 성격이지만, 강력한 힘과 SUV와 비교하면 미려한 디자인을 보면 F타입의 SUV 버전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재규어코리아 관계자는 “F타입은 재규어의 강력한 퍼포먼스와 우수한 디자인을 상징하는 모델이다”며 “재규어를 상징하는 차라는 의미에서 계속 판매를 유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마이바흐도 메르세데스-벤츠에게는 F타입과 같은 의미를 가진 차다. 세계 3대 명차였던 마이바흐는 수익성을 이유로 단종됐다가 2014년 S클래스의 최고급 트림으로 부활했다. S클래스를 뛰어넘는 고급스러움으로 벤츠의 품격을 더욱 높여주는 역할을 했다.

▲ 마이바흐 S클래스(왼쪽)와 마이바흐 G650 런들렛. 메르세데스-벤츠는 앞으로 마이바흐를 AMG와 같은 서브브랜드로 활용해 다양한 라인업을 내놓을 계획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제공

그뿐 아니다. 돌아온 마이바흐는 대중적으로도 적지 않은 성공을 거두면서 벤츠의 서브브랜드로도 자리잡을 전망이다. AMG와 같이 메르세데스-마이바흐로 재탄생한 것. 마이바흐 S클래스가 바로 이런 형태로 판매 중인 차다.

지난 제네바 모터쇼에서는 벤츠의 정통 오프로더 라인업인 G 클래스의 마이바흐 버전도 나왔다. 마이바흐 G 650 런들렛이다. 이 모델은 한정판매지만, 마이바흐 라인업을 계속 늘릴 예정이라고 벤츠 관계자는 밝혔다.

국내에서는 한국지엠이 잘 팔리지 않는 차를 내놓고 자동차를 좋아하는 소비자들에게 큰 재미를 주는 브랜드다. 고성능과 친환경성을 상징하는 두가지 모델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운다.

쉐보레의 지향점은 ‘잘 가고 잘 서는’차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상징하는 차가 바로 카마로SS다. 5,000만원대에 400마력을 넘게 내는 차는 세계적으로도 카마로가 유일하다. 출시된지 1년이 지났지만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하며 실적에도 도움을 준다.

카마로SS(왼쪽)과 볼트 EV는 각각 쉐보레의 폭발적인 주행성능과 친환경성을 대변하는 얼굴마담이다. 한국지엠 제공

볼트EV는 정말 안 팔려도 되는 차다. 아니, 팔 수가 없는 차다. 이미 올해 판매할 수 있는 물량이 소진됐다. 일단 판매 중이기는 하지만 올해 안에는 차를 받아볼 수가 없다. 한국지엠의 수익에도 도움이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지엠이 볼트 EV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볼트 EV가 쉐보레의 친환경성을 대변해주기 때문이다. 볼트 EV는 최장거리가 383km에 달하는 전기차로 국내에서는 내연기관 차처럼 쓸 수 있는 차다. 최근에는 카셰어링 업체에 공급하면서 더 많은 고객들이 전기차를 직접 느껴볼 수 있도록 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카마로SS는 역동적인 주행성능을, 볼트 EV와 볼트(Volt)는 친환경성을 상징하는 차다”며 “쉐보레는 다양한 장점을 다 가진 브랜드다. 카마로와 볼트가 이를 확실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기아차는 국내 최초로 제로백 5초대를 넘은 스팅어를 내놓고 전세계적인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나선다. 기아자동차 제공

기아자동차도 최근들어 브랜드 이미지를 위한 고성능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를 내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제로백)이 4.9초에 불과한 스팅어와 중형세단 K5의 고성능 트림인 GT다.

특히 K5 GT는 K5 판매량에서 5%에 불과한 비중임에도 불구하고, 따로 TV CF가 제작되기도 했다. 실제 상품성도 K5뿐 아니라 경쟁 모델 대비 우수해 실제 수익률도 높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K5 GT나 스팅어가 기대만큼 폭발적인 판매량을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판매 이윤도 적을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기아차가 잇따라 고성능 차를 내놓으면서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기아차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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