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올해 한국나이 스물 한 살의 어린 배우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바로 여진구의 이야기다. 오죽하면 별명이 ‘진구오빠’일 정도로 나이답지 않은 성숙한 외모와 진중한 성격을 지녔다. 또래 배우들에 비해 필모그래피 역시 탄탄하게 쌓았다. 이정재와 호흡을 맞춘 영화 ‘대립군’(31일 개봉)에서는 세자 광해 역을 맡아 유약한 왕자가 진짜 ‘군주’가 되는 성장 스토리를 농익은 연기로 표현했다.

여진구가 그린 광해는 기존의 광해와 다르다. 기존의 광해가 카리스마가 넘치는 모습이었다면, 여진구의 광해는 한 없이 약하다. 토우(이정재)가 대립군을 진두 지휘하는 것과는 전혀 상반된 모습이다. 

“오히려 그런 모습에 공감했어요. 현실적으로 느껴졌거든요. 저라도 아마 그런 상황에 처했다면 똑같았을 것 같아요. 연약하고 지질해 보이는 광해의 모습이 어떻게 하면 잘 드러날 수 있는지에 대해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했죠.”

나약하기 이를 데 없는 광해는 토우를 만나 점점 성장하게 된다. 초반 흔들리는 눈빛을 주로 보였다면, 후반부로 갈수록 결연한 표정과 눈빛이 눈에 띈다. “눈빛 연기는 (이) 정재 선배님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현장에서 만났을 때 토우의 눈빛이 거칠고 마성적이었거든요. 한 편으로는 경계하는 눈빛이기도 했고요. 그런 이중적인 눈빛을 닮고 싶었어요. 선배님에게 어떻게 하면 그런 눈빛이 나올 수 있는지 물어봤어요.”

스크린 속 여진구의 감정 연기는 전에 비해 많이 차분해진 느낌을 들게 했다. 감정이 들끓고 폭발하는 대신 상황에 따라 서서히 변화하는 과정을 담아냈다. “혼자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게 아니라 잔잔한 변화와 일렁이는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머릿속으로 정리한 연기보다 현장에서 선배님들이 느끼는 감정처럼 그대로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이런 식으로 캐릭터에 접근한 건 처음이긴 해요. 그래서 걱정되기도 하고 긴장도 많이 했죠.”

여진구는 살갑고 애교 있는 성격이 아니라 선배 배우들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한다며 머쓱하게 웃었다. “평소에 연락도 잘 못하는 편이고, 싹싹하지 못해서 늘 죄송한 마음이에요. 그런 걸 왜 그렇게 못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애교가 없는 것 같아요(웃음).”

여진구는 여느 또래처럼 어리게 행동하거나 실수하는 법이 없다. 이런 여진구에 대해 이정재는 “동료 배우처럼 호흡이 좋았다. 성격은 아저씨”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촬영장에서 집에 잘 안 올라가서 아저씨라고 불렸죠(웃음). 저는 선배와의 호흡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전적으로 제가 의지를 하면서 연기했거든요. 그런데도 그렇게 생각해줬다니 너무 기분이 좋은데요?”

스스로 애교가 전혀 없다고 밝힌 여진구는 집에서 어떤 아들일지 사뭇 궁금해졌다. 여진구는 “전형적인 대한민국 장남이에요. 애교 없고 무뚝뚝하죠. ‘오늘 밥이 맛있네’ ‘빨래 잘 말랐네’ 이 정도 말밖에 못해요. 그래서 선배님들에게도 아저씨 같다는 말을 듣는 게 아닐까 싶어요.”

‘누나 팬’들은 여진구를 ‘진구오빠’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미 여진구를 대표하는 수식어가 된 지 오래다. “저는 정말 그 애칭을 좋아해요. 팬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되거든요. 기분이 좋아요. 배우와 팬 이런 관계가 아닌 친한 느낌이잖아요. 미성년자일 때 누나들이 그렇게 장난치면 ‘누난 거 다 알아요’라며 맞받아치고 그랬어요.”

‘대립군’과 tvN 월화극 ‘써클: 이어진 두 세계’를 통해 또래 캐릭터를 연기한 여진구는 청춘물을 꼭 한 번 찍어보고 싶다고 했다. “계속해서 청춘을 연기하고 싶어요. 대만 청춘영화같은 풋풋한 작품이면 좋을 것 같아요. 제 나이 대에 담아낼 수 있는 싱그러운 에너지를 가진 작품이 하고 싶죠. 멜로도 있으면 좋겠지만,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스펙트럼을 넓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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