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고 이를 갚지 못해 악성채무자·장기연체자가 된 서민들의 빚을 갚아주는 은행이 생겼다.

사단법인 희망살림은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시 시민청에서 '사람을 살리는 착한은행'을 구호로 내건 '주빌리 은행' 출범식을 열었다.

 

▲ 지난달 27일 서울시 시민청에서 '주빌리은행' 출범식이 열렸다. 공동 은행장인 이재명 성남시장(왼쪽)과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사진제공=성남시)

 

이 은행은 2012년 11월 미국의 시민단체 '월가를 점령하라'(OWS·Occupy Wall Street)가 시작한 빚 탕감운동인 '롤링 주빌리'(Rolling Jubilee) 프로젝트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롤링 주빌리(Rolling Jubilee) 프로젝트란 미국의 시민단체인 'OWS'에서 진행한 것으로 장기 연체 채권을 금융사들이 2차 채권 시장에 헐값으로 매각하고 있는 점에 착안하여 시작한 운동이다. ‘주빌리’라는 말은 일정기간 죄를 사해주거나 빚을 탕감해 주는 기독교 교리에서 따왔다.

주빌리 은행은 영리를 목적으로 한 일반 상업은행과 다르다. 예금과 대출업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연체자의 부실채권을 사들여 서민들의 부채를 탕감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됐다.

 

 

현재 금융기관들은 돈을 빌리고 나서 3개월 이상 연체되면 그 채권을 손실 처리한 뒤 대부업체에 헐값에 팔아넘긴다. 은행에서 크고 작은 대부업체로 넘어가는 채권은 원금의 1~10% 수준이다. 즉 1,000만원 연체된 부실채권을 10만원 정도에 파는 것이다. 심지어 1%도 안 되게 팔리는 부실채권도 많다.

이렇게 팔린 부실채권은 전문 채권추심업체들이 폭력 등 과도한 방법을 동원해 빚을 받아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또 빚이 정리되지 않은 채무자는 신용불량자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는 등 악순환이 계속돼왔다. 주빌리은행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채무 취약계층은 350만명, 장기연체자는 114만명, 대부업체로부터 추심받는 채무자는 111만명으로 추산된다.

주빌리 은행은 금융기관으로부터 부실채권을 싸게 구입해 채무자에게 원금의 7%만 상환하도록 하여 신용이 불량한 이들을 정상적인 신용상태로 회복시켜 경제활동 의지를 갖게 하자는데 그 목적이 있다.

채권 매입비용은 기업 및 산업재단과 개인의 기부금, 채무자들의 일부 상환금으로 충당한다. 금융기관으로부터 부실채권을 기부받는 경우도 있다. 채무자로부터 상환받기 어려운 채권들은 관리비용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금융기관에게도 골칫거리이기 때문이다.

주빌리 은행은 빚을 탕감해 줄 뿐만 아니라, 빚으로 고통받는 채무자들을 위한 교육과 상담도 지원한다. 현재 성남시·서울시 금융복지상담센터, 대한법률구조공단, 민생연대에서는 채무관련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주빌리 은행의 공동은행장은 이재명 성남시장과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맡았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해 9월부터 성남형 빚탕감 프로젝트(롤링 주빌리)를 사단법인 희망살림과 함께 꾸준히 추진해왔다. 실제로 성남시기독교연합회가 내놓은 1억원의 성금과 성남에서 모인 3,279만원의 성금으로 486명의 빚 33억원이 탕감돼 악성채무에 시달렸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을 열어주었다.

 

▲ (사진제공=사단법인 희망살림 홈페이지)

 

주빌리 은행 관계자는 “많은 채무자들에게 빚 탕감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채권을 사려고 한다”며 “현재 부실채권 시장에서 특정인의 채무만을 선택적으로 매입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특정인의 채권을 살 수 없다는 부분이 중요하다. 채무 상담을 안내해주고, 추후에는 자신의 채권이 여기에 포함되어있는지 알 수 있도록 인터넷 조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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