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선수단.

‘구도’ 부산에 때아닌 봄바람이 불고 있다.

롯데는 지난달 31일 신동인 구단주 직무대행이 공식적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앞서 17일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통해 한ㆍ일 롯데의 ‘원(one) 리더’가 된 신격호 총괄회장의 차남 신동빈(60) 회장은 최근 그룹 내부에서 야구단 역시 직접 진두지휘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다. 신 총괄회장이 여전히 구단주로 이름은 올리고 있지만 실질적 수장은 신동빈 회장으로 정리됐다.

신동인 전 구단주 직무대행은 2005년부터 야구단을 맡은 이후 투자와 경영엔 소극적이면서도 감독의 권한을 침범했다는 등의 소문이 파다했다. 반면 신동빈 회장은 과감한 추진력으로 승부를 보는 스타일이라는 평가다. 롯데그룹 정책본부는 “신동빈 회장이 롯데 야구단의 경기력 향상 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신동빈 회장은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의 구단주대행이기도 하다. 2004년 미국 메이저리그의 보비 밸런타인 감독을 영입해 개혁을 시도했고, 2003년엔 아시아홈런 신기록(56개)을 수립한 이승엽(삼성)을 전격적으로 스카우트해 한ㆍ일 양국에서 엄청난 홍보효과를 누렸다. 2011년 지바 롯데에 입단했던 김태균(한화) 영입 때도 신동빈 회장이 전면에 나섰다. 일본과 미국 야구계의 광범위한 인맥을 바탕으로 한국 롯데에는 2007년 파격적인 외국인 감독(제리 로이스터)을 선임해 부흥기를 이끈 주인공이다.

이런 신동빈 회장의 야구단 부흥 의지가 알려진 뒤 롯데도 확 달라졌다. 한화, KIA, SK가 부진을 거듭하는 사이 태풍의 눈으로 떠올라 순식간에 5위 싸움에 가세했다. 공교롭게도 신동인 구단주 직무대행이 사임한 직후 롯데는 6일까지 5연승(1무 포함)을 달렸다. 우연은 아니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선수들의 사기가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야구단의 특성상 든든한 리더의 부임 소식이 롯데를 하나로 뭉치게 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롯데는 지난 겨울부터 CCTV 불법 사찰 등 크고 작은 구설수에 오르며 좌초 직전까지 갔다. 선수단과 프런트간 불신이 심각한 수준까지 이른 가운데 선수 영입 등 투자도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총체적 난국이었다. ‘구원투수’ 신동빈 회장의 등장만으로 환골탈태한 롯데는 내년 코칭스태프를 포함해 프리에이전트(FA) 영입 등 전면적인 새 판 짜기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성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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