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없이 하루를 살아 본 적이 있는가? 그 불편함과 불안함이란 상상 이상이었다.

분명 그것 없이도 잘 살았던 때가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손안에 든 세상’은 내가 볼 수 있는 것의 전부가 되어 버린 듯하다. 스마트폰 없던 시대를 떠올리는 것 자체가 옛날 사람이 되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사람과의 어색한 대면을 막아주는 편리한 도구가 사라지자 잠깐 사이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조차 막막해진다. 분명 나란 사람은 ‘아날로그형 인간’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루 종일 정서가 요동치는 경험을 하면서 내가 얼마나 이 기계의 노예로 살고 있는지 새삼스레 느껴졌다. 그것은 단순 필수품을 넘어서 내 생활 전반을 지배하고 있었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각종 앱들을 살펴본다. 발품을 파는 것이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고 하나 둘 다운 받은 것들이 꽤 된다. 예전에는 동선을 최소화 하는 것이 경제적인 방법이었다면 이제는 그야말로 ‘동선 제로’ 시대를 살고 있다. 움직임의 거리를 따라 만났던 다수의 사람들, 그들 역시 몇 번의 터치면 모든 것이 가능한 어플리케이션에 묻혀 버렸다. 면대면 없이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니 이젠 사람을 만나야 하는 상황이 때론 귀찮게 느껴지기도 한다. 편리함이 가져다준 귀차니즘이다.

커피 한잔을 시켜 여유롭게 바깥풍경을 바라보는 건 바쁜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다. 커피 주문 앱을 통해 미리 주문을 하고, 식사 역시 같은 방법으로 해결한다. 그렇게 기다리는데 드는 시간을 최소화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기다림의 미학’이란 책 속에서나 존재할 뿐이다.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기 위해 은행에 가서 직원에게 신용한도나 월급 내역을 훑어보게 하는 것은 왠지 모르게 사정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불편하다. 주거래 은행 앱을 깔고 무슨 뜻인지 잘 모르는 전문용어들과 씨름한다. 때론 사람을 만나 해결하는 것이 훨씬 빠를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하는 것이 맘 편하다.

▲ 사진=이미지투데이 제공

일명 ‘디지털실드(Digital Shield)’, 비대면 서비스로 감정 소모를 차단해주는 장치이다. 이로 인해 거부당하지 않아도 되고, 불쾌할 필요도 없다. IT기술이 면대면 서비스에서 오는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막아주는 ‘방패’ 역할을 해주는 셈이다. 하지만 ‘디지털실드’의 편리함에 익숙해지다 보면 타인과의 교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삶에 있어 사람이 가장 중요한데 이를 간과할 수 있다. 때 이른 확대해석이라고 할지 모르나 편한 것에 익숙해지다 보면 당연한 것이 낯설어지고 불편해지기 마련이다. IT기술의 익숙함으로 사람과의 대면이 불필요한 것으로 전락하는 건 아닐까.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는 세상은 우리 모두에게 ‘디지털형 인간’이기를 종용한다.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디지털 문화와 친해져야 하고 그 편리함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것이 당연한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나 그 편리함에 사람과의 대면이 줄어들면서 차츰 우리의 ‘아날로그 정서’가 실종되는 것 같아 어쩐지 서운함마저 든다. 친절함, 덤을 주었던 넉넉한 인심은 IT기술로는 복제 불가능한 정서다. 젊은 사람들이야 변화에 따라간다 해도 어르신들이 느낄 수밖에 없는 괴리감은 어쩌나 싶다.

‘디지털실드’가 주는 편리함, 그 이면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가 차단되어 있다. 그렇지 않아도 삭막한 세상에 디지털실드가 ‘감정과잉차단장치’가 되는 건 아닐까 염려스럽다.

●권상희는 동덕여대 방송연예과와 국민대 대학원 영화방송학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2002년부터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 방송진행 등 다양한 미디어를 경험했고, 고구려대학 공연예술복지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한 뒤 문화평론가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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