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보험사들이 안정자산에서 공격적 마케팅으로 눈을 돌리며 당기순이익에 매출인 수입보험료보다 투자영업 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보험사들은 저금리 시대가 장기화되면서 안전자산 수익률이 낮아져 노선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새 국제회계 기준인 IFRS17이 도입되고, 미국발 금리인상으로 저금리 시대가 끝나면 보험업계의 투자 동향은 다시 한 번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의 당기순이익이 24%의 실적개선을 보인 가운데 상당수가 투자영업 이익으로 나타났다. 저금리시대를 견디지 못한 보험사들이 공격적 투자로 눈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손해보험사의 당기순이익이 32.8% 증가했다. 생명보험사들도 배당수익과 투자영업이익 덕분에 동기 순이익이 18.5% 상승했다. 평균 24%의 실적 개선이다.

당기순이익을 따져보면 보험판매 순익보다 투자순익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보험사의 매출로 집계하는 수입보험료는 1분기 47조7,082억원으로 1년 전보다 0.6%(2,677억원) 성장한 데 그쳤고, 생명보험사는 저축성보험이 큰 폭으로 줄면서 수입보험료가 도리어 4,687억원(1.6%) 줄었다.

보험사들은 장기 상환채무(보험지급금)를 안은 특성 탓에 그간 보수적인 자산관리를 고수해 왔다. 하지만 투자 심리의 마지노선인 운용자산이익률 4%가 깨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의 경영효율 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생보사와 손보사의 운용자산 이익율은 평균 3%대 중반이었다.

주 투자처였던 우량 회사채나 국고채의 금리가 1~2%의 보합권에 머물렀고 저금리 시대가 장기화되면서 안정적 자산관리가 장기적으로는 마이너스를 기록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험업계는 최근 헤지펀드·해외투자·대체투자에 손을 뻗었다. 생보사들의 해외투자규모는 2013년말 22조원에서 2016년 11월 74조원으로 339.3% 급증했다.

NH농협생명은 올해 중 헤지펀드에 투자할 방침이다. 타 금융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높은 상품으로, 농협생명의 결정이 파격적이라는 반응이다. 농협생명은 대규모 투자를 하지는 않고, 단기 수익을 위해 소규모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대체투자에도 7,000억원의 투자 계획을 갖고 있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도 해외투자에 앞다퉈 뛰어드는 중이다. 한화생명의 해외유가증권은 2014년 7조6,000억원가량에서 2016년 16조8,000억원까지 뛰었다. 교보생명도 2014년 대비 2016년 12조6,000억원으로 2배 넘게 확대됐다.

이밖에 현대해상은 영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BC파트너스의 바이아웃 펀드(경영권 인수)에 620억원을 출자한 바 있다.

한편 IFRS17 도입에 따라 해외 장기채와 영구적 국고채가 각광받으리라는 예상도 나온다. 보험사들이 보험부채 듀레이션을 확대하려면 장기투자처를 찾아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채를 시가 평가하는 새 회계기준 IFRS17 도입으로 보험사가 건전한 재무상태를 유지하려면 장기 수익성의 확보와 이익의 내부 유보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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