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LPGA를 찾은 갤러리들/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스포츠 선진화’는 이제 한국 체육의 당면과제로 떠올랐다. 이는 선수를 비롯한 체육인들과 관련 정책, 그리고 팬들이 서로 조화를 이뤄야 완성될 수 있다. 과거에 비해 나아지기는 했으나 아직도 스포츠 현장을 찾는 관중들의 수준에는 개선점들이 남아 있다. 한국스포츠경제는 국내 스포츠 관전 문화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는 시리즈를 격주 간격으로 게재한다. <편집자주>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골프 대회를 관전하러 온 사람들은 ‘관중’이 아니다. 야구ㆍ축구ㆍ농구ㆍ배구 등과 달리 ‘갤러리’로 불린다.

이는 페어웨이 양편으로 늘어선 모습이 화랑을 연상시키고 미술품을 관람하듯 조용히 플레이를 지켜본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신사의 스포츠라 불리며 오랜 기간 그들 스스로 일종의 품격을 만들어온 세월이 갤러리라는 단어에 묻어난다.

◇골프의 기본은 ‘예의’

골프는 18개 홀을 돌면서 진행되기 때문에 상대방과 예절, 필드에서 발생하는 상황에 따른 대처법 등 지켜야 할 에티켓이 비교적 많은 편이다. 영국골프협회와 대한골프협회 모두 골프규칙 제1장 제1절은 에티켓에 관한 것으로 ‘플레이어가 스트로크를 할 때에는 주변에서 떠들거나 움직여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반 룰 자체가 예의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도 별도로 ‘코스에서의 예의’라는 장을 두고 다시 한 번 골프 에티켓을 강조한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열리는 미국 오거스타 내셔널 코스 설립자인 로버트 트렌트 존스는 1949년 관람객 가이드를 발표하면서 골프 규칙만큼이나 갤러리의 에티켓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실수했을 때 박수를 치면서 좋아하는 행위에 대해 강하게 경고했다. 해마다 갤러리에게 나눠주는 가이드북의 첫 장에는 매너가 좋지 않은 갤러리는 즉시 퇴장시킨다는 문구가 들어 있다.

◇꼴불견 갤러리들의 아찔한 순간

그러나 한국의 골프 관전 문화는 아쉽게도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는 못하다. 2017년 지방에서 열린 프로 골프 대회에서는 한 선수가 버디 퍼팅을 위해 어드레스에 들어가는 순간 한 쪽에 모인 갤러리 틈에서 요란한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순간 당황한 골퍼는 서둘러 자세를 풀었고 갤러리들은 핀잔을 주듯 얼굴을 찌푸렸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는 자기가 무슨 실수를 저질렀는지 모르고 걸려온 전화를 큰 목소리로 받았다.

해를 거듭할수록 골프의 대중화가 빨라지고 있다. 이는 골프 대회를 찾은 갤러리들의 면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50~60대 갤러리들이 주를 이루던 추세에서 최근에는 여유로운 휴일 아이들을 동반한 30~40대 젊은 부부의 나들이 장소로도 골프장이 각광받고 있다. 유모차 부대가 늘어나고 골프 인구가 한층 젊어지는 현상은 골프업계에 반갑고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부 부작용도 발생한다. 대표적인 것이 에티켓에 관련된 부분이다. 선수들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카메라와 휴대전화 등 개인기기 사용은 물론 유모차를 끌고 잔디를 침범하거나 아이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않아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일도 벌어진다.

선수가 홀과 홀 사이를 이동하는 순간 접근해서는 사인을 요청하는 갤러리가 있는가 하면 한 스타급 여자 선수가 경기를 마치고 스코어카드를 제출하기 위해 클럽하우스로 이동할 때 인파가 순식간에 달려들어 안전사고가 날 뻔한 아찔한 상황도 목격됐다. 그 선수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서둘러 자리를 피했지만 한동안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유럽 프로 투어에서 22년간 31승을 거둔 베테랑 콜린 몽고메리(54ㆍ스코틀랜드)는 2009년 4월 중국 갤러리의 어이없는 관전 매너에 분통을 터뜨리며 국제적인 망신을 준 적이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재미동포 미셸 위(28ㆍ미국ㆍ한국명 위성미)는 과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출전했다 갤러리의 카메라 플래시에 놀라 티샷 OB(경계 밖)를 낸 사건이 있었다.

◇알고 보면 간단한 골프장 에티켓

골프장에서 갤러리들은 몇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우선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선수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정숙하게 관전해야 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다. 선수가 어드레스에 들어가면 동작을 멈추는 것은 샷과 퍼팅 모두에 해당된다. 물론 골프장에서도 함성을 지를 수는 있다. 단 그 순간은 샷이 모두 끝났을 때다.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가 홀 아웃을 했다고 서둘러 이동하는 것도 무례한 행동으로 받아들여진다. 다음 선수의 집중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홀을 이동할 때는 선수와 캐디를 먼저 보낸 뒤 갤러리가 움직이는 것이 순서다.

또 골프 경기의 특성상 선수가 친 볼이 갤러리를 향해 날아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따라서 갤러리들은 선수들의 샷과 타구 방향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볼을 건드리거나 가져가서는 안 된다. 골프장 복장 역시 매너의 일부분이다.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 신발은 골프화나 운동화를 신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밖에 사인 요청은 경기 전후에만 가능하고 카메라나 캠코더 촬영은 최대한 자제하는 편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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