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우먼' 리뷰

[한스경제 양지원] ‘원더 우먼’(5월 31일 개봉)은 관객에게 반가운 영화임이 틀림없다. 남성 위주의 영화계에서 여성을 ‘원톱’으로 내세운 작품인 것도 모자라 ‘여성 히어로’라니. 게다가 단독 작품이 나온 것은 1979년 TV드라마 이후 38년 만이다. 단독 주연 영화는 ‘원더 우먼’ 캐릭터 탄생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막상 베일을 벗은 ‘원더 우먼’은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고루한 전개로 아쉬움을 남겼다.

이스라엘 출신 배우 갤 가돗을 주연으로 내세운 ‘원더 우먼’은 아마존 데미스키라 왕국의 다이애나 프린스(갤 가돗), 원더우먼이 트레버 대위(크리스 파인)를 만나 제1차 세계대전의 전장 한가운데로 뛰어드는 내용을 그린다.

영화는 다이애나의 성장기를 주된 스토리로 삼는다. 천국으로 물리는 데미스키라에서 부족함 없이 자란 다이애나는 어린 시절부터 강한 여성상을 꿈꾼다. 어머니의 반대에도 무술을 연마하며 자신의 초인적인 힘을 알게 된다. 그러다 우연히 바다에 빠진 트레버 대위를 구하게 되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늘 사랑과 평화를 외친 다이애나는 ‘인간들이 사는 세상’이 전쟁으로 인해 참담하게 황폐해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다이애나는 독일에게 상대적으로 밀린 영국이 휴전을 위해 안일한 태도만 취하자 직접 전장에 뛰어들고 황폐한 전쟁 속에서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구한다. 영화는 이처럼 진취적이고, 인간애가 넘치는 긍정적인 ‘여성 히어로’를 내세움으로써 기존의 ‘남성 히어로’와는 또 다른 차별화된 매력을 앞세운다. 

하지만 여성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자는 취지가 돋보여야 하는 이 영화는 다소 모순적인 설정으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다이애나가 전장에 뛰어들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연약한’ 아이와 여자들을 구하기 위해서다.

게다가 사랑에 구태의연하게 목매는 모습은 숱한 영화에서 그려진 고루한 여성 캐릭터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대적 상황과 맞지 않는 낡은 세계관 역시 영화의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된다. 세계 평화를 추구하는 다이애나가 상황 분간 없이 오로지 적수인 아레스만 쫓는 모습 역시 공감하기 어렵다. 지난 해 ‘베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으로 인증된 DC코믹스 특유의 촌스러운 문어체 대사 역시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게다가 극의 긴장감을 형성하는 빌런의 존재감이 약하다. ‘원더 우먼’은 초중반까지 빌런의 존재를 꽁꽁 숨긴 채 후반부에야 공개하지만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인물이기에 반전에서 오는 재미는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갤 가돗의 액션은 흠 잡을 데가 없다. 이스라엘에서 직업군인으로 복무한 경험을 살린 듯 화려한 액션 실력을 자랑한다. 슬로우 모션 방식을 자주 사용해 속도감을 떨어뜨리는 액션에서도 갤 가돗은 무시 못 할 존재감을 과시한다. 새로운 ‘원더 우먼’으로 불려도 충분할 만큼 완벽한 캐릭터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원더 우먼’은 여성 히어로의 가능성을 활짝 연 영화임은 틀림없으나 극을 이끌어 가는 내러티브가 부족하다. 러닝타임 141분. 12세 이상 관람가.

사진='원더 우먼' 포스터 및 스틸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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