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면세점 황금알을 낳는 거위

대기업들이 면세점 운영권을 놓고 치열한 눈치작전을 펼치고 있다.

오는 7월 15년 만에 서울시내 면세점이 추가 허가를 앞두고 있어서다. 정부는 서울시내 3곳 신규 면세점 중 2곳은 대기업에, 1곳은 중소기업 몫으로 정했고 관세청은 6월1일까지 신청을 받아 7월 중 사업자를 선정한다.

유통 대기업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당위성을 앞세우고 사활을 건 쟁탈전에 들어갔다.

시내 면세점을 노리는 곳은 이미 면세점을 보유한 롯데백화점·호텔신라·신세계·SK네트웍스에 현대백화점·갤러리아가 가세했고 현대아이파크는 신라호텔과 제휴했다.

대기업들이 면세점을 노리는 이유는 단 하나 ‘수익’ 때문이다. 면세점은 명품과 함께 대형 유통업체를 이끌어갈 양대 수익 원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국내 고소득층과 중국 유커가 대형유통의 생존 공식이라는 얘기다.

▲면세점 유통업계 성장 동력

국내 면세점 시장은 최근 급격히 성장했다. 2010년 4조5,000억원에서 2011년 5조3,000억원, 2012년 6조3,000억원, 2013년 6조8,000억원, 2014년 8조3,000억원으로 급신장했다. 특히 지난해는 전년보다 22%나 늘었다. 내수침체로 백화점과 마트는 몇 년째 역신장하고 있지만 면세점은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장기 내수침체에도 면세점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은 바로 중국관광객 ‘유커’ 덕분이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유커는 612만7,000명으로 전년의 432만7,000명에 비해 41.6%나 늘었고 이는 면세점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유통 대기업들이 면세점 사업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이유다. 유통업계 입장에서는 면세점이 매출을 상승 시키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이자 성장동력이다. 특히 서울 시내면세점은 인천공항 면세점에 비해 상징성은 덜하지만, 임대료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 수익성 측면에서 보면 더욱 유리하다.

▲누가 노리나?

가장 많은 면세점을 거느린 롯데백화점이 가장 적극적이다. 롯데는 현재 서울시내 면세점 6곳 가운데 3곳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번에도 신규 면세점을 확보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올 연말 롯데소공동 허가가 만료되고 내년 중순 잠실 매장 허가도 만료되기 때문이다. 과거엔 결격 사유만 없으면 기존 사업 허가는 갱신돼 영업을 지속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13년 관세법이 개정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허가만료 매장에 대해 경쟁 입찰을 진행한다. 기존 사업자가 결격사유가 없어도 매장을 빼앗길 수 있다. 롯데와 경쟁중인 호텔신라는 범현대가의 현대아이파크와 어깨동무를 했다. 공동 출자한 ‘HDC신라면세점㈜’을 설립하고 용산 아이파크몰을 사업지로 선정했다. 양사는 아이파크몰 내 4개 층에 국내 최대규모의 면세점을 준비한다.

한발 물러서 있지만 갤러리아도 사활을 건 승부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시내에 다수의 후보지를 이미 물색해 놨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현대백화점은 삼성동 무역센터점을 사업지로 선정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면세점만이 유일한 불황 탈출구로 보고 유통 대기업이 사활을 걸고 나서는 상황"이라며 "사안이 워낙 중요해 쟁탈전에 뛰어든 유통 대기업 6곳 모두 면세점 입지는 물론 입찰 준비 상황에 대해 입을 다물고 상대 기업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면세점, 리스크 큰 사업

면세점 유치를 위해 대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승부하고 있지만 실패한 사례도 있다. 면세점 사업 자체가 수익이 좋은 반면에 위험도 큰 사업이기 때문이다.

면세점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기본 사항을 갖춰야 한다. 먼저 좋은 위치다. 좋은 위치는 임대비용이 대단히 비싸다. 두 번째로 고가 상품이다. 명품브랜드를 유치할 수 있어야 한다. 명품브랜드들은 콧대가 높기로 유명하다. 격이 맞지 않거나 매출이 나오지 않으면 철수하겠다며 으름장을 놓는다. 요구사항도 많다. 또 인테리어 비용도 천문학적으로 높다. 매장뿐 아니라 각종 편의 시설 등에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반면 국내 허가 기간은 5년에 불과하다. 만약 외환위기 등 경제상황이 나빠지면 경영이 급격히 악화된다. 실제 한진은 2003년, AK는 2010년 경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면세점 특허를 반납했다.

업계 관계자 B는 "리스크가 있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지금은 뭐라도 해야 한다. 특히 면세점을 꼭 해야 하는 사업이 됐다. 또 당분간 중국인 관광객이 줄지는 않을 것이다"며 "면세점 업에서 철수했던 한진·AK 모두 지금은 후회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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