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차별이 뭔지 고민한 적이 있다. 약한 사람을 무례하게 대하는 것? 나보다 부족한 사람을 비하하는 것? 이미 두 문장만으로 차별을 저질렀다. 누군가를 나보다 약하다고 열등하다고 정의한 것. 차별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영화 <겟 아웃>은 이런 방식의 인종차별로 관객들을 불편하게 한다. 도로에 사슴이 튀어나와 교통사고가 난다. 운전은 백인이 했지만 경찰은 조수석에 앉아있던 흑인에게 신분증을 요구한다. 만약 조수석에 앉아있던 사람이 백인이었다면 불편하지 않았을까? 흑인이 백인 여자친구의 부모와 처음 만난 자리에서 관객들도 모르게 긴장한다. 부모가 혹시라도 당황하거나 불편해하는 태도를 보일까 봐. 이런 장면을 통해 영화가 관객들을 인종차별주의자 여부를 테스트한다. 차별을 보여주고 우리들의 긴장감마저 차별로 느끼게 만들며 공포와 코미디 사이를 넘나드는 영화 <겟 아웃>은 미국의 배우 겸 코미디언인 조던 필레의 연출 데뷔작이다.

 

▲ 사진 = 영화 '겟 아웃'

크리스(대니얼 칼루야)는 연인 로즈(앨리슨 윌리엄스)와 함께 로즈의 부모를 만나러 간다. 크리스는 가기 전부터 자신이 흑인이고 로즈는 백인이라는 점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다. 이런 크리스를 로즈는 안심시키며 자신의 부모에게 소개한다. 하지만 크리스는 로즈의 부모를 만난 후 생각지도 못한 심각한 상황을 마주한다.

“신선도 99% 영화”

영화 <겟 아웃>은 5 월 24 일 오후 16 시 현재 로튼토마토서 신선도 99%를 기록 중이다. 무려 262 개의 해외 매체가 영화를 평가했는데, 그중 단 두 곳만이 나쁜 평을 남겼다. 로튼토마토서 이렇게 높은 신선도를 기록한 영화는 그리 많지 않다. '오즈의 마법사'(1939 년 작), '시민 케인'(1941 년 작), '대부'(1972 년 작), '토이 스토리 3'(2010 년 작) 등이 99% 이상의 신선도를 기록했다.

대표적으로 영화 <겟 아웃>에 대해 ‘타임지’는 “필 감독은 훨씬 더 노련한 영화감독들도 실패하는 부분을 훌륭하게 해냈다. 사회적, 문화적 관찰을 촘촘히 엮여, 웃으면서도 생각하게 되고, 생각하면서도 웃게 되는 명민한 영화다”라고, ‘뉴욕 타임즈’는“'겟 아웃'을 흥미로우면서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실제 우리의 삶이 영화가 흘러가는 방식과 비슷하기 때문이다”라고 평했다.

▲ 사진 = 영화 '겟 아웃'

“사라지지 않고 진화한 인종차별"

그동안 ‘인종차별’을 다룬 미국 영화는 많았다. 그중 영화 <노예 12 년>는 그 소재를 역사와 함께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외에도 수많은 영화들이 같은 소재를 주제로 했거나 영화 속 한 에피소드로 넣기도 했다. 이 전혀 신선하지 않은 ‘인종차별’ 소재로 영화 <겟 아웃>은 어떻게 신선하다는 평가와 새로운 장르 개척이라는 극찬을 받을 수 있을까.

‘인종차별’을 다룬 영화는 주로 흑인들의 핍박을 보여주고 그것이 얼마나 부조리한 것인지를 드러내는 데에 치중해왔다. 하지만 현재 미국은 노예제도 하에 돌아가던 사회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1 차 세계 대전 직후 대규모의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유입되고, 노예 해방과 함께 시작되었던 흑인 대이주(The Great Migration)가 진행됐다. 이후 흑인들 중 수많은 스포츠 스타가 탄생했고, 대통령도 탄생했다. 모든 흑인은 가난하거나 사회적 약자라는 정의는 이제 틀렸다. 영화 <겟 아웃>은 이런 달라진 환경 속에서 ‘인종차별’이 사라지지 않고 진화해왔다고 말한다. 이를 가장 잘 드러내는 영화적 설정은 코아귤라(coagular) 수술이다. 코아귤라 수술은 인종마다 가진 장점을 통합하여 진보된 인류를 만들겠다는 신념에서 비롯된 수술이다.

▲ 사진 = 영화 '겟 아웃'

크리스가 연인인 로즈와 함께 그녀의 부모를 찾아간 다음날 그 집에서 가든파티가 열린다. 그 파티에는 온통 백인들 뿐이다. 전 프로골퍼는 타이거 우즈를 극찬하고, 한 아줌마는 크리스의 팔을 만지더니 로즈에게 “좋네요. 밤일을 잘한다는 건 사실인가요?”라고 묻는다. 한 노인은 지난 몇 백 년간 백인 피부가 유행이었지만 요즘은 흑인 피부라고 말한다. 파티에 참석한 백인들은 오로지 흑인의 육체만을 칭찬한다. 이들은‘두뇌는 백인이 신체는 흑인이 우월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코아귤라 수술은 이 같은 편견을 전제로 우월한 부분을 통합하는 수술이다.

깊게 해석해보자면, 영화 속에서 백인들은 흑인의 육체에 자신의 두뇌를 이식하는 방식으로 코아귤라 수술을 하는데, 두뇌 전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신체구조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위해 일부만 이식한다. 크리스가 파티에 참석한 한 흑인의 사진을 찍었을때 그 흑인이 코피를 흘리며 "Get out!!"이라고 소리치는 것, 로즈 부모의 집 가정부로 일하는 조지나가 크리스와 이야기하던 도중 눈물을 흘리며 "No, no, no, no..."를 반복하는 것 등은 일부 남아있던 그 육체의 실제 주인의 의식이 어떤 자극으로 인해 뛰쳐나왔기 때문이다.

▲ 사진 = 영화 '겟 아웃'

“내가 실제로 느꼈던 공포와 문제들을 담았다”

이런 끔찍한 설정은 영화를 연출한 조던 필레 감독의 감정과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감독은 현대 사회에 달라진 인종차별을 영화적으로 표현했다. 영화는 흑인을 비하하거나 학대하는 것만이 차별이 아니라 피부색만으로 인간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차별이라고 말한다. 백인들이 모이는 가든파티 장면은 흑인들이 미국에서 느끼는 고독을 표현한 것이다. 

그 가든파티가 열린 백인들로 가득한 저택에 유난히 눈에 띄는 사람이 있다. 바로 부유한 상류층 일본인이다. 사실 백인 우월주의자 사이에서 아시아인도 흑인과 마찬가지로 유색인종인데, 그의 등장은 이상하다. 여기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과거 인종차별의 대표주자였던 히틀러는 흑인, 유대인, 집시 등을 경멸했지만, 유일하게 손을 잡은 일본인들은 겉으로나마 극찬하고 인정했다. 이 일본인 캐릭터는 그 인종차별 속에서 동조하고 기생했던 일본의 역사를 상징한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메시지를 던졌다.

“이 영화로 인종 문제에 대해 새로운 논의가 이뤄졌으면 한다”

▲ 사진 = 영화 '겟 아웃'

많은 언론들이 영화 <겟 아웃>이 인종차별을 다룬 신선한 영화라 극찬하고, 2016 년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맞물려 미국 사회에 커다란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영화를 보고 우리는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될까.

2013 년 5 월 미국 워싱턴포스트 신문에 ‘인종차별 세계지도’가 실렸다. ‘다른 인종과 이웃으로 살고 싶지 않다’라고 대답한 비율을 7 등급으로 나눴다. 한국은 끝에서 두 번째 등급이었다. 이는 외국인 관용도가 높은 미국, 영국, 호주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보다도 낮은 등급이다. 이 신문은 “잘 살고 교육 수준도 높은 한국에서 3 분의 1 이 넘는 국민이 외국인과 이웃하길 싫어한다”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반박하자면, 한반도에는 다른 말을 쓰고 다른 인종에 속하고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이 온 적이 없다. 조선왕조 500 년 동안 외국과 교류가 거의 없었고, 고려왕조 500 년 동안에도 원나라 침략 시기가 있었지만 주민은 달라지지 않았다. 한반도에서는 역사적으로 왕조와 정치체제만 교체되었지 주민들이 바뀐 적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진 타인종에 대한 감정을 전쟁으로 도시의 주인이 자주 바뀐 유럽이나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의 상황과 그대로 비교할 수는 없다.

▲ 사진 = 영화 '겟 아웃'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인이 200 만 명, 다문화 학생 10 만 명에 이르고, 해외 거주 중인 우리 국민이 700 만 명이 넘는 상황에서 영화 <겟 아웃>을 보고 남의 나라 이야기로 치부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겉모습으로 내면까지 판단한 것, 그것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차별의 시작이다. 이제는 외부인이라는 정서적인 불편함이 인종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영화 <겟 아웃> 감독 조던 필레는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인종차별은 그 자체로 악마다”

▲ 사진 = 영화 '겟 아웃'

 

이성봉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