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황현일의 주식투자 실용 법률]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달 24일 열린 제10차 정례회의에서 한미약품 및 한미사이언스 직원, 개인투자자 등 14명에게 ’시장질서교란행위’ 위반을 이유로 총 2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번 과징금 부과 액수는 지난 2015년 7월부터 ‘시장질서교란행위’ 제도가 시행된 이후 가장 큰 규모이다. 과징금 규모보다 더 큰 눈길을 끄는 것은 3~5차에 이르는 다차정보수령자에게도 과징금이 부과되었다는 점이다.

과거의 미공개중요정보이용행위는 상장기업의 ‘내부자 및 1차정보수령자’까지로 제재대상을 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장질서교란행위 제도는 2차 이후의 다차정보수령자까지로 제재대상을 확대하면서, ‘미공개중요정보인 정을 알면서’라는 요건을 추가하였다. 

내부자 및 1차정보수령자는 상장기업에 직접 맞닿아 있으므로 어떤 정보가 상장회사의 업무 등과 관련된 미공개정보라는 점을 알 수 밖에 없을 것이나, 다차정보수령자로서는 정보의 출처를 알 수 없어 단순한 풍문으로 여기고 이를 이용하여 매매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을 것이므로 ‘미공개중요정보인 정을 알면서’라는 요건은 다차정보수령자의 책임범위를 정하는데 있어 핵심적인 요건이라 할 수 있다. 

시장질서교란행위와 유사한 규제모델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법원에서도 United States of America v. Todd Newman 사, Bassam Yacoub SALMAN b. United States 사건 등에서 다차정보수령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해당 정보가 내부자로부터 부적절하게 전달되었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나아가 미국법원의 경우 내부자가 개인적인 이익을 대가로 정보를 제공한 것이라는 점에 대한 인식까지 요구하고 있다).

정보는 그 속성 상 시간이 지날수록 전파되기 마련이며, 전파과정에서 변형되거나 출처를 알 수 없게 되는 등 정보의 가치 또한 변질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조건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이용한 매매를 제재하는 경우, 시장참여자로서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본인이 수령한 정보가 내부자로부터 나온 미공개정보가 아닌지 여부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시장의 정보유통이 극단적으로 제한되거나 거래비용이 급증할 우려가 있다. 

때문에 시장질서교란행위는 규제범위를 적절히 제한함으로써 시장의 효율성과 투명성의 조화를 꾀하기 위해 ‘미공개정보인 정을 알면서’ 이를 이용한 다차정보수령자만을 제재하고 있는 것이다. 

향후 예상되는 시장질서교란행위 과징금 관련 행정소송에서도 이 부분이 쟁점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미공개중요정보인 정을 알았는지 여부’와 같은 주관적 요소는 사물의 성질상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해 이를 입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 최근 서울남부지법은 한미약품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채판에 넘겨진 한미약품 지주사 임원에게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했다.

즉 정보를 전달하는 이가 미공개중요정보라는 점을 밝혔다는 직접증거가 없는 경우 ①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의 신분(해당 회사와 직간접적인 연관이 있는 자인지 여부), ②정보 전달 경위(은밀하게 전달하거나 타인에게 알려주지 말 것을 당부했는지 여부), ③정보의 내용(내부자가 아니라면 알 수 없는 구체성을 가진 정보인지 여부) 등에 따라 ‘미공개중요정보인 정을 알았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과징금 부과처분은 국민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거나 제재하는 이른바 침익적 행정처분으로서 국민의 재산권 보호라는 헌법적 요청 및 법치행정의 원리에 비추어 그 근거규정을 해석함에 있어서도 엄격한 해석이 필요할 것임은 물론이다. 글/ 황현일 변호사

◆황현일 변호사(법무법인 세종)는 금융전문 변호사로서, 자본시장의 규제와 관련된 업무를 주로 맡고 있다. 삼성증권과 금융위원회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증권실무와 규제를 깊게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다. 주식투자자가 꼭 알아야 할 실용적 법률지식을 소개한다.

황현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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