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앞으로 학교 교육은 성적보다 성장 위주로 가야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진=한국스포츠경제 경기본부 DB

[한스경제 경기취재본부] ”학교는 근본적으로 학생들에게 자유로운 시간을 부여해야 한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의 첫 마디에는 ‘학생이 주체’라는 평소 소신이 녹아있다. “학생들이 하고 싶은 분야가 있어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교가 늦게까지 모든 걸 (통제)하려고 하면 안 된다”고 말을 잇는다. 모든 교육정책은 공부의 노예가 아닌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로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해 온 이 교육감을 만나 학생 인권, 학교 스포츠 등을 포함한 교육 현안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 주>

 

-최근 ‘하이터치 감성교육’을 강조했는데, 구체적 설명을.

”학교 교육 자체가 성적 위주가 아니라 성장 위주로 가야 한다. 지적·신체적·정서적·사회적으로 얼마만큼 성장했느냐를 봐야 하는데, 모든 걸 성적으로 평가하니 문제가 생긴다. 그렇기에 하이터치 감성교육이 중요하다. 교육의 근본적인 과제라고도 할 수 있다. 더구나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지식 위주의 성적이 아닌 ‘어떻게 정보를 활용하느냐’ 하는 응용능력의 시대다. 얼마만큼 많이 알고 있는가의 시대는 저물고, 정보의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서 자기 삶에 보다 더 유익하게 만들어갈 수 있는가의 능력이 요구되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자사고·특목고 폐지’에 대한 견해는.

”잘하신 결정이다. 경기도의 경우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학생 수가 99.8%다. 현재 자립형사립고나 특수목적고의 경우, 그야말로 일류대학을 보내기 위한 도구가 돼버렸다. 우리 아이들이 일류대학을 가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100세 시대를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교육이 돼야 한다. 특목고 등이 없어졌다고 해서 아이들이 일류대학 진학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특목고나 자사고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도 좋지만, 일류대학에 진학할 학생들이 전체의 몇 퍼센트나 되겠나. 한 5%나 될까? 그럼 나머지 95%는 어떡하나. 소수를 위한 교육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절대 다수에 대한 교육이 더 중요하다. (도교육청에서는) 자사고와 특목고를 없애는 대신, 모든 학교들에게 교과중점학교가 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가고 있다. 현재 시범사업으로 부천시 관내 일반고 26개교 전체를 교과중점학교로 선정했다. 학교 재량에 따라 과학중점학교, 예술중점학교, 외국어중점학교 등을 스스로 정해 운영되고 있다. 대통령께서 하신 공약에 우리가 충분한 대안을 내놓았다고 본다. 학교는 계층화가 아닌 다양화가 필요하고, 학생들도 저마다의 성품과 능력, 비전을 갖고 있다. 이런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되기에 교육 당국에서 충족시켜줘야 한다.“

 

▲ 사진=한국스포츠경제 경기본부 DB

-학생들의 신체활동 실천율은 매우 낮다.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학생들이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 핵심은 스포츠(생활체육)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스포츠를 통해 서로 친구가 되고, ‘삶은 무언인가’도 경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학교 스포츠클럽이 전국대회에 나가는 것도 중지시켰다. 스포츠클럽은 아이들이 즐기기 위해 마련된 것이지 전국대회에서 경쟁하려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대회에 출전해 1등, 2등을 만들면 거기서 또 다른 문제가 야기될 수밖에 없다. 경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생활체육이 아니다. 프로선수들은 경쟁력을 가지고 대회에서 빛을 보는 것이 옳다고 본다. 다만 일반 학생들은 그러지 말자는 거다. 마음껏 하고 싶은걸 하고 뛰어 놀면서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일반 체육교육이 죽어 있으면 생활체육의 활성화는 이뤄지지 않는다.“

-생활체육을 즐기기 위해서는 인프라가 중요한데.

”학교 울타리 안에서 아이들이 생활체육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하는데 공감한다. 지금 가장 큰 문제가 미세먼지 같은 환경문제로써 도저히 운동장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체적으로 실내 체육관을 빠른 기간 내에 완비하는 것이 목표다. 추가로 실내체육관을 지을 때도 학생들뿐만 아니라 지역사회도 같이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경기도와 시, 도교육청 삼자의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즐겁게 체육을 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만들어져야 아이들로 하여금 진정으로 체육을 즐기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 수 있다. 교육을 통해 학생 누구나 특정한 경기 종목에서 준프로급 이해를 가질 수 있도록 이끌기 위해서는 인프라 확충은 최우선 선결과제다.“

-입시 위주 학교 시스템에서 1인 1체육화 정책은 현실적으로 벽이 높은데.

”고등학교 교육은 수능 시험을 향한 하나의 관문으로 밖에 볼 수 없다. 1인 1체육화를 위해서는 대학 입시제도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기존의 시스템으로는 고등학교 교육이 정상화될 수도 없고 지금 이야기한 것(1인 1체육화)를 이룰 수가 없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개년에 대한 기본계획에 있어서 수능시험을 절대평가로 바꾸는 안을 교육부가 내놓았다. 이거 가지고는 부족하다고 본다. 수능 전체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을 찾아야 하고, 대학 입시 시스템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 그리고 이에 따른 고등학교 교육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를 우선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으니 규정상 7월에 고시하도록 되어 있는 것을 늦춰서라도 집중적인 연구와 함께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선행되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에게 행복하고 즐거운 미래 지향적 교육을 충분히 시킬 수 없다.“

 

▲ 본지와 인터뷰중인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사진=한국스포츠경제 경기본부 DB

-경기도와 도교육청 간 ‘교육연정(聯政)’이 긍정적 평가를 얻고 있는데, 내세울만한 성과는 무엇인가.

”교육청과 경기도는 도민과 학생, 학교 및 학교 밖 학생을 위해 교육협력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교육감과 도지사가 공동대표로 구성된 경기도교육행정협의회의 정기 개최를 통해 교육협력을 위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15년부터 매년 2회 이상 개최하면서 우레탄 트랙, 인조 잔디, 교실 석면 등 교육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전향적으로 대처해왔다. 경기도와 도교육청의 공동협력문(2011년 6월30일)에 의거해 2011~2021년까지 분할지급할 학교용지부담금이 지난해 조기 정산됐다. 2015년 학교시설 개선 등 8개 사업에 약 237억, 이듬해에는 교육급식경비 지원 외 7개 사업에 약 1,346억을 전출 받았으며, 현재 8개 사업의 추경을 진행 중이다.“

-평소 마을교육공동체를 강조했는데 취지 설명과 성과 사례는.

”마을교육공동체는 학생들이 배움의 주체로써 무한히 꿈꾸고 스스로 기획·도전해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사업이다. 경기꿈의학교 운영, 교육자원봉사 운영, 교육협동조합 추진, 학부모 참여지원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경기꿈의학교는 학교 안팎의 학생들이 참여·기획·운영하는 학교 밖 교육활동으로 지난해에 463개, 올해는 723개교를 운영 중이다. 교육자원봉사는 학교에 필요한 업무를 지원하는 자발적 참여 활동으로 이뤄지며, 2015년 4,130명에서 지난해에는 5,776명의 봉사자가 교육활동을 돕고 있다. 교육협동조합은 공익적 기여를 하고자 자발적으로 결성한 조직으로, 현재 20개(지역단위 5개, 학교단위 15개)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7~8개가 늘어날 예정이다. 학부모 참여지원 사업은 공모를 통해 2015년 41교, 지난해에는 638교를 선정해 운영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거듭 강조하지만, 교육은 5%를 위한 교육이 아니라 95%를 위한 교육이 돼야 한다. 아주 절실한 생각이다. 학생 모두가 사회에 나가서 좋은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의 성장을 중심으로 교육을 하면 이룰 수 있다. 스포츠클럽 등에서 운동을 하다 보면 발군의 아이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런 아이들이 자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교육이다. 즐기는 재미가 있어야 재능도 나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부모가 돈을 써서 억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학생 개개인의 변화가 곧 성과다. 가령 운동회를 했는데 ‘해보고 싶다’는 동기가 생겼다면, 이것도 성과다. 학부모가 만족하는 것은 2차적인 문제다. 아이들이 즐거워해야 하는 것이 교육의 근간이다.“

인터뷰 내내 이 교육감의 뚜렷한 교육철학과 절실함이 와 닿았다. 성적별로 대학에 진학하고 취업한 기성세대가 얼마나 불행한 학창시절을 보냈는지, 치열한 입사 경쟁을 뚫고 사회에 진출한 신입사원들의 이직률이 왜 치솟는지 뒤돌아보고 이 같은 과오를 되풀이 하지 말자는 게 그의 신념이다. 천편일률적인 교육 체제의 프레임을 바꾸고 변혁을 꿈꾸는 이 교육감의 행보가 주목된다.

경기취재본부=서상준·김원태·이상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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