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현] "과거처럼 한 두 푼 모아 집 장만하는 사람들이 어디 있겠어요. 전세 값에 치인 서민들이 요새 내 집 마련하겠다면 바로 은행 가서 대출 먼저 하는 세상인데요"

금수저 부모가 자식에게 주택 자금을 지원하지 않는 한 사글세로 출발해 평생 입을 거 먹을 거 참아가며 모은 자신의 돈으로 내 집을 마련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전세 값이 고공행진하며 부담스러운 전세 값 대신 "이 참에 집 살까" 라는 서민들이 늘고 있다. 집 값이 오른다는 소식에 더욱 생각이 복잡해진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서울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8월까지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하자 관련 정부 부처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사진은 5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 안내 광고판. 사진제공=연합뉴스

문재인 정부는 한국경제의 뇌관이 돼 버린 가계부채 해법 찾기에 골머리다. 8월까지 가계부채 해결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총부채상환비율(DTI)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강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및 가계부채총량제 도입 등 진단에 맞는 처방전 찾기에 고민이다.

쉬운 일은 아니다.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에 속도전을 예고했지만 오랜만에 온기가 든 부동산 시장의 위축이라는 부담에 불안한 줄타기를 하는 모양새다. 과거 다양한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들이 주택시장에서 수요를 늘리고 규제로 얼어붙어 있던 내수 심리가 살아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가계부채는 심각해졌다.

활력이 떨어진 우리 경제에 첫 번째 해법으로 부동산 시장 활성화로 조준한 것은 부동산이 살면 돈이 돌고 경기 건설이 꿈틀거리면 일자리가 생긴다. 일자리가 생기면 투자가 생기를 얻고 소득이 늘 것이라는 논리다.  

가계부채에는 부메랑이 됐다. 건설 시장에 호재가 됐지만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면서 추가 규제 전 건설사들이 물량을 쏟아내면서 자금이 분양시장에 몰렸고 집단대출도 증가했다. 임대시장의 월세 중 대책은 또 다른 빚을 만들게 됐다.

뜨거운 부동산 시장을 걱정하며 수위를 낮춘 가계부채 대책에도 사그라 들지 못했다. LTV나 DTI 등 금리나 한도로 통제하면 당장은 통하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그렇다고 옥죄면 오히려 실수요자들한테 그대로 피해가 갈 수 밖에 없다.

글로벌 경기의 회복세에 미국이 금리 인상을 한 상황이라 올해 우리도 금리 인상이 예고되고 있다. 연내 정부 주도의 금리 인상이 없다하더라도 자본 유출로 인해 금리는 오를 전망이다. 금리가 오른다고, 주택 자금 대출 한도를 줄인다고 해서 실수요자들이 금융권에 손을 안 내밀지 않을까.

실수요자들은 금리가 높아도 빌려서라도 집을 사야 하는 사정이다. 전세 값이 늘고 구할 곳이 없는 서민들은 수도권으로 이동하며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고 있다.

금리는 문제가 안된다. 금리가 오른다고 무서워할 실수요자들이 아니다. 빚을 져 전세 값을 마련하느니 집 장만이 더 이득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금리가 오를수록 상환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 금융을 활용한 가계부채 대책이 통하고 부동산 시장에 찬물이 끼얹게 되면 집 값 하락으로 깡통주택의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또 차주의 상환 어려움으로 부실로 이어지면 가계부채의 또 다른 고민이 되고 만다.   

더 나아가 주택구입 목적 대출 비중이 낮아진 반면 생계형 대출, 사업자금 대출, 대출금상환목적 대출 비중이 높아졌다. 가계부채 대책을 금융으로 고집할 경우 서민들의 자금줄을 더욱 막히고 사금융까지 내몰릴 수 있는 우려가 나온다.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가계부채 부실 위험이 커질 것이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우리는 수 많은 실패와 번복을 경험했다. LTV나 DTI 규제를 완화하면 부동산 경기에 활력소가 되겠지만 가계부채는 눈덩이가 됐다. 가계부채 해결을 위해 금리와 한도를 통제하면 서민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니 역풍이 된다. 내수 경제의 불씨도 희미해진다. 근본적인 해법없이 금융으로 해결하려다 매번 붕어빵 대책만 반복되는 것이다.   

가계부채 해결을 위해 당장 쉬워 보일 수 있는 카드가 '금융'이지만 근본적인 처방은 아니라는 점에서 신중한 가계부채 대책을 정부에게 기대해 본다.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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