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빅그림스튜디오' 이승환-이경아 부부. 다니던 일반 직장을 나와 창업을 시작해 '갤럭시독스:우주개 키우기' 게임 출시했다. 게임 개발은 무미건조한 부부 생활을 벗어나기 위한 과정이자 그들의 최종 목적지다. 사진=이상엽 기자

[한국스포츠경제 이상엽] 누구나 결혼식장에서 한 번은 들어봤을 법한 주례사는 이렇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까지 슬플 때나 즐거울 때나 항상 함께 하고 끝까지 사랑하기를… 두 사람은 부부가 되었음을 이 자리에서 선언합니다.’

‘부부’란 무엇일까. 남편과 아내를 부르는 말이지만, 사전적인 의미로 ‘부부’를 설명하기엔 뭔가 부족하다. 결혼식 주례사처럼 부부는 경제적인 부분을 넘어 정신을 공유하고 나아가 삶을 공유한다. 한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한 사이라면 주례사가 당연한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잦은 야근과 맞벌이, 주말 부부로 남아 하루에 몇 분의 대화만 나누는 게 고작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실에 수없이 고민하며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게임 개발을 시작한 스타트업 ‘빅그림 스튜디오’ 이승환(38)∙이경아(37) 부부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일반 직장에서 10년간 일을 했고, 와이프도 재무 회계 쪽에서 7년간 일했다. 공감대도 다르고, 집에 와서도 할말도 없어 TV나 보고 그랬다.”

이 부부의 삶도 여느 부부와 다르지 않았다. 전혀 다른 업무, 잦은 야근으로 부부의 대화는 무미건조했다고 고백하는 두 사람에게 새로운 동기가 필요했다. 만족스럽지 않은 생활을 벗어나 부부가 서로 만족할 수 있는 그런 일을 찾다가 두 사람은 접점을 찾았다. 바로 '게임 개발'이었다. 

이승환 씨는 “어려서부터 게임 자체를 좋아했다.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 부터 했었지만 기회가 없었다”며 “회사를 그만두고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에 큰 결심을 했다”고 밝혔다.

이경아 씨도 “게임 기획은 회사를 다니면서도 진행했었다. 두 사람이 직장을 그만두고 스타트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이후도 어려움이 많았다. 기획, 소재, 아이템 고민 등이 큰 문제였다”고 털어놨다.

이 씨 부부는 안정적인 직장을 떠나 지식도 그리 많지 않은 게임 업계에 발을 들였다고 고백한다. 오로지 부부의 꿈과 만족, 앞으로의 미래를 그리면서 말이다. 고정수입이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았지만, 그들의 의지를 꺾기에는 부족했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를 만났다.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게임 개발에 몰입할 무렵, 경기콘텐츠진흥원(이하 진흥원)에서 진행하는 경기게임아카데미 모집 소식은 두 사람에게 창업의 기폭제가 됐다고 한다.

이 씨는 “작년 12월 말에 퇴사했는데, 먼저 2달 정도 혼자 게임 개발을 진행했다. 그러다 보니 슬럼프가 오더라”며 “와이프랑 둘이서 개발을 하다 보니, 경험이 부족했다. 어떻게 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막연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는 “그러던 중 정부지원사업을 알게 됐고, 경기게임아카데미를 알게 됐다. 그 때 ‘내가 무조건 들어가야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어려운 부분이 있을 때면 아카데미의 교수님 등 전문가들의 의견과 수업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 판교에 위치한 경기창조혁신센터에서 마련해 준 공간에서 10개팀이 게임 개발과 수업을 동시에 진행한다. 이 씨 부부도 이 곳에서 게임 출시를 보다 쉽게 할 수 있었다. 사진=이상엽 기자

진흥원은 올해 4월 1일부터 경기게임아카데미 2기(9월 15일까지 운영)을 모집했다. 아카데미는 작년에 출범해 긴 역사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이미 다른 지자체에서 직접 운영하거나 위탁업체를 두고 운영 중이었다. 기존 아카데미와는 차이점을 어떻게 둬야 할지 고민도 있었지만, 게임을 개발하고 실제 게임회사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점을 제공하는 단순 취업위주가 아닌 창업특화 아카데미로 포커스를 맞췄다. 스타트업의 꿈을 키우던 이 씨 부부에게 있어서 가장 필요했던 부분이었고, 이러한 도움이 첫 게임인 ‘갤럭시독스:우주개 키우기’의 정식 출시로 이어졌다.

두 사람은 “아카데미에 각 파트별로 교수님이 계신다. 본인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멘토링을 직접 받을 수 있고, 원할 경우 채팅방을 통해 즉시 피드백을 받고 업데이트를 할 수 있으니 게임의 완성도가 훨씬 빠르게 올라갈 수 있었다”며 “생각보다 빠르게 첫 작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빅그림스튜디오가 출시한 첫 작품 '갤럭시독스:우주개 키우기'. 부부는 앞으로 유저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한 업데이트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차기작에서는 더욱 완성도 높은 게임을 내놓을 예정이다. 사진=이상엽 기자

이 씨 부부가 출시한 게임은 귀여운 개들과 우주에서 에너지 자원을 모으는 클리커 게임으로 모은 에너지로 우주선과 우주개를 업그레이드를 해가며 미지의 행성을 탐사하는 형식이다. 굴지의 대기업이 만든 화려한 게임은 아니지만 아기자기하고 중독성 있는 인디게임이다.

이 씨 부부는 “우리 부부가 애견인이다보니 첫 번째 작품은 우리 아이들로 하고 싶었다. 단순히 강아지 키우기는 진부할 것 같아 ‘엉뚱하지만 강아지들이 우주로 가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만들게 됐다”며 “대기업은 그들만의 게임이 있고, 저희처럼 인디게임 개발사들의 게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시장을 분석해 보니 소규모 게임 중에서도 성공한 케이스도 많고, 이런 인디게임도 좋아하는 걸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디게임은 장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모든 아이디어를 고스란히 반영할 수 있다. 만약 대기업이라면 지시사항을 따라야 하는 경우가 많아 원하는 취향이나 생각을 넣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게임을 만드는 목표도 우리의 재미있는 요소나 코드를 넣으면, 유저분들이 알아주시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앞으로 이러한 방향으로 게임을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아카데미는 6개월 과정이다. 현재 2기에는 10개팀이 상주, 1인 개발자부터 3인개발자까지 다양하다. 이 씨 부부처럼 창업 중심의 현 과정을 거치고, 더 나아가면 진흥원의 시스템에 의해 게임창조오디션 참여와 개인사무실 등을 지원받아 더욱 큰 회사로 성장시키는 발판으로 활용될 수 있다.

부부는 “아카데미에 오신분들은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왔다. 게임 스타트업을 창업하더라도 막상 하려면 어려운 부분이 많다. 여기 진흥원과 교수님들이 적극적으로 해주신다. 이런 기회를 다른 곳에서 얻기는 힘들 거라 여긴다”면서도 “여기서 모든 걸 해주는 건 아니다. 기회를 찾아서 본인에 맞게 나아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부부개발자라서 좋은 점이 많다. 그 동안 서로에 대해 공감하는 부분이 적었지만, 지금은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니 대화도 많아지고 일도 즐겁다”며 “우주개 키우기를 앱스토어에 정식 출시했으니 유저분들이 즐겁게 해주셨으면 좋겠다. 재미있는 요소를 계속 업데이트 할 예정이니 기대 바란다”고 관심을 당부했다.

이승환∙이경아 부부의 좌우명은 ‘반복에 지치지 않는 자가 결실을 맺는다’라고 한다. 요새 게임 개발 이후 유저들의 요구를 반영시켜 게임의 완성도를 높여가는 반복된 작업을 하고 있지만, 좌우명처럼 결과물을 향해 부부가 서로 의지해 나가는 모습이 지금의 그들을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성남=이상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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