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카드사가 자신들이 감당해야 할 위험을 카드수수료 담합으로 자영업자에 전가한다. 신용카드 전표(매출채권)매입을 인터넷금융(은행)에도 개방하면 카드수수료를 인하할 여지가 있다. 유도정책으로 추진하겠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이 카드수수료를 집중 저격하면서 카드사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카드수수료 인하 폭풍이 곧 닥치리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카드업계는 자유로운 시장경쟁에 맡겨야 할 카드수수료 문제에 정부가 개입하는 행태가 곧 ‘관치금융’이라고 맞선다. 속사정도 모른 채 수치에만 집착한 정책이라는 볼멘소리도 높다.

정부는 카드수수료 인하의 필요성을 카드사의 담합 탓으로 귀결했다. 대형가맹점에 카드수수료 혜택을 준다는 추측성 억측도 덧붙였다.

우선 카드수수료 담합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 카드사들은 여신금융전문업법을 기준으로 가맹점의 연매출액에 따라 수수료를 책정한다. 연매출 2억 이하의 영세가맹점에는 0.8%, 2~3억원의 중소가맹점은 1.3%의 수수료를 매긴다. 3억원 이상 대형가맹점은 협상을 통해 수수료를 체결하지만, 대형사의 횡포를 막기 위해 ‘신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 체계’를 이미 시행 중이다.

카드사의 담합을 막는 방편으로 신용카드 전표매입을 여러 사업자에게 개방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전표매입에 다양한 사업자가 뛰어들면 카드수수료는 자연스럽게 내리게 된다는 것. 카드사들의 독점 관행을 전적으로 막겠다는 논리다.

신용카드 전표매입 시장을 인터넷은행 등에 개방해 가격 다양화를 추구한다는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 다만 가격 다양화가 곧 가격 인하로만 나아가야 한다는 유인정책은 시장경제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소비자가 신용카드로 1만원짜리 물건을 사면 전표매입 사업자가 해당 전표를 매입하고, 3영업일 이내에 결제금액에서 가맹점수수료를 뺀 다음 가맹점에 입금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표매입 사업을 카드사가 거의 독점으로 진행한다. 그 속사정을 보면 이해된다.

정부는 전표매입 사업자에 인터넷은행 등을 추가해 다양화하면 가맹점이 합리적인 가격의 전표매입사를 선택하게 된다고 전망했다. 가맹점들이 전표매입사를 고른다면 카드사가 일방적으로 카드수수료를 매기지 않으리라는 계산이다. 이에 궁극적으로 가맹점수수료가 내려가도록 유도정책을 펴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9월부터 은행에도 신용카드 전표매입 시장을 개방했다. 역시 전표매입 업무에 은행 등 금융사업자를 유입해 전표매입 가격을 낮추겠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은행들이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면서 전표매입 사업자 다양화는 요원해졌다.

전표매입 사업자 다각화, 4당사자 체계는 국제적인 흐름이다. 사업자 다양화를 제안하는 자체가 관치금융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런데 정부는 전표매입 사업자를 확대하며 카드수수료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못 박았다.

정부는 전표매입 사업 문을 개방한 후 시장 원리에 맡겨야 한다. 전표매입 시장을 개방한 이후 카드수수료는 내릴 가능성도, 오를 가능성도 존재한다. 지금처럼 카드수수료 인하만을 주장한다면 억지 결론에 시장경제를 짜맞추겠다는 이야기다.

지난 10년간 카드수수료는 모두 9차례나 내려갔다. 초반의 카드수수료 조정은 합당했을지 몰라도, 카드사들에게만 또다시 몸낮추기를 요구한다면 업계 경색은 자명하다. 또 하나, 수수료 인하만큼 카드사들이 보전하기 위해 가맹점이나 소비자들의 혜택을 줄일 가능성이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영세가맹점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카드수수료가 아니라 경기침체와 임대료다. 여신금융협회가 4월 발표한 ‘영세가맹점의 가맹점수수료와 운영 설문조사’에 따르면 영세가맹점의 2.6%만 카드수수료 압박이 최대 애로사항이라고 답했다. 결국 경제부양을 통해 소비를 진작하고, 부동산 가격 안정화로 임대료를 현실화하는 방안이 영세가맹점을 돕는 옳은 길이다.

무조건적인 카드수수료 인하는 결국 카드 소비자들의 권익도 보호하지 못한다. 카드사는 기본적으로 주주들의 이익을 담보해줘야 하는 민간기업이다. 한쪽을 강하게 누르면 다른 쪽에서 자금력을 얻어올 수밖에 없다. 카드 소비자들의 혜택이 줄어들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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