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소혜(가운데 흰 옷) 등 선수들이 연습 그린에서 퍼트 감각을 점검하고 있다./사진=박종민 기자.

[한스경제 박종민] “나이스 샷!”

갤러리 없는 텅 빈 필드에서도 연신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그린 위에 선 이른바 ‘회장님’들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선수들의 실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KLPGA 투어 S-OIL 챔피언십(총상금 7억 원ㆍ우승상금 1억4,000만 원)이 열리기 하루 전인 8일 대회 장소인 제주 엘리시안 골프장(파72ㆍ6,527야드)에선 프로암이 진행됐다. 프로암은 대회 1~2일 전 프로 선수들이 아마추어들과 짝이 돼 치르는 이벤트성 경기다. 대회를 열 수 있도록 도와준 후원사들에 대해 선수들이 감사의 뜻을 표현하는 자리다.

이날 총 38명의 투어 선수들이 필드를 밟았다. 조는 대개 투어 선수와 나이가 지긋한 아마추어 남자 골퍼 3명, 여자 캐디 1명으로 구성됐다.

박수를 치는 갤러리들은 없었지만, 필드는 화기애애했다. 사실 아마추어인 기업 임원진과 20대인 투어 선수들은 나이상으론 ‘할아버지와 손녀’ 또는 ‘아버지와 딸’ 뻘이었다. 기업 임원들은 대체로 오랜 구력 탓에 골프 꽤나 한다는 소리를 듣지만, 프로인 선수들과 맞붙자 금새 기가 죽는 모습이었다.

투어 선수들은 가녀린 체형에도 펑펑 장타를 날렸다. 워낙 실력 차가 커서 일부 선수들은 홀컵 주변에서 일부러 홀을 향하지 않게 다른 곳으로 공을 보내며 타수를 줄이지 않았다. ‘매너 경기’였다. 지난 4월 삼천리 투게더 오픈 우승자 박민지(19ㆍNH투자증권)는 아버지, 할아버지뻘 아마추어 선수들과 밝은 분위기 속에서 라운드를 치렀다. 같은 달 넥센ㆍ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서 정상에 섰던 김민선(22ㆍCJ오쇼핑)은 투어 랭킹 등에 관한 아마추어 선수들의 질문에 친절하게 답하는 모습이었다. 김민선을 비롯한 상당수 선수들은 라운드 후 아마추어 선수들의 기념 촬영과 식사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

투어 주요 선수들은 이날 아마추어 골퍼들과 라운드를 했고, 박소혜(20ㆍ나이키), 배소현(24ㆍBC카드) 등 신인 선수들은 클럽 하우스 주변 연습그린에서 퍼트 감각을 점검했다. 모두들 이번 대회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하는 분위기였다.

▲ KLPGA 투어 S-OIL 챔피언십이 열릴 예정인 제주 엘리시안 골프장 클럽 하우스 내부./사진=박종민 기자.

이 대회 역대 우승자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클럽 하우스 내에는 ‘디펜딩 챔피언’ 박지영(21ㆍCJ오쇼핑)을 비롯해 전인지(23), 유소연(27ㆍ메디힐), 이미림(27ㆍNH투자증권), 김혜윤(28ㆍ비씨카드), 홍란(31ㆍ삼천리), 양수진(26ㆍ파리게이츠) 등 역대 우승자들의 사진과 손도장, 사인볼이 전시돼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카드를 반납하고 국내 무대로 돌아온 장하나(25ㆍBC카드)는 복귀 2번째 대회에서 우승에 도전한다. 지난 주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에서 마지막 홀 역전 버디를 기록, 3년 10개월 만에 개인 통산 세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린 김지현(26ㆍ롯데)도 우승 후보로 거론된다. 김지현은 “지난 주에 이어 이번 대회도 제주도에서 열리는 만큼 좋은 기운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며 “다만 지난 우승은 잊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하나씩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올 시즌 투어에서 유일하게 다승(2승)을 거둔 김해림(28ㆍ롯데)과 지난 달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정상에 선 김지영(21ㆍ올포유)도 우승 경쟁에 뛰어든다. 지난 해 US여자주니어 골프선수권과 US여자아마추어 골프 챔피언십을 석권한 ‘아마추어 최강’ 성은정(18ㆍ영파여고)도 이 대회에 출전한다. 성은정은 “장타자에게 유리한 코스인 것 같다. 컨디션도 좋고 공도 잘 맞아 느낌이 좋다. 대회 목표는 우승이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제주=박종민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