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자동차 엔진 성능을 알 수 있는 지표 중 하나가 바로 기통이다. 기통이란 엔진에서 폭발력을 회전운동으로 바꿔주는 장치인 실린더 개수를 표현하는 것으로, 많을 수록 더 높은 성능을 낸다. 보통 고급차는 6기통 이상을 사용한다.

최근 출시된 기아자동차 스팅어는 람다Ⅱ 3.3리터 V6엔진을 장착했다. 람다Ⅱ는 엔진의 고유 이름이고 3.3리터는 실린더 내부 공간 크기, V6는 실린더 6개를 V자로 배열한 엔진이라는 뜻이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를 내는 데까지 시간(제로백)이 불과 4.9초밖에 안걸린다.

▲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s(왼쪽)와 페라리 812 슈퍼패스트는 V12 엔진을 사용해 비슷한 성능을 내는 하이퍼카 양대산맥이다. 각사 제공

V12 엔진을 장착한 슈퍼카 2종이 등장해 흥미롭다. 작년 말 글로벌에서 발표된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s와 지난 8일 국내에 공식 출시된 페라리 812 슈퍼패스트다. 두 차는 각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로, 슈퍼카를 압도하는 성능 때문에 ‘하이퍼카’라고 불리기도 한다.

두 차는 똑같이 6.5리터 V12 자연흡기 엔진을 얹었다는 것뿐 아니라 제로백도 2.9초로 똑같다. 7단 변속기를 쓴다는 점도 공통점. 슈퍼패스트는 듀얼클러치, 아벤타도르는 경량 독립 시프팅 로드(ISR) 방식이라는 것만 다르다.

하지만 제원을 보면 파워트레인 성능은 슈퍼패스트가 약간 앞선다. 슈퍼패스트는 최고출력 800마력에 최대토크가 73.3kgf·m이나 된다. 아벤타도르는 최고출력 740마력에 최대토크 70.4kgf·m이다.

무게 배분에서도 슈퍼패스트는 아벤타도르를 근소하게 제압한다. 제원상 전후 47:53으로 거의 절반에 가깝다. 아벤타도르는 43:57로 뒷쪽이 더 무겁다.

차체 크기를 봐도 슈퍼패스트는 아벤타도르보다 작고 가벼워서 이점이 많다. 슈퍼패스트는 전장 4,657mm, 전폭 1,971mm, 공차중량이 1,525kg이다. 아벤타도르는 이보다 큰 전장 4,797mm에 전폭 2,030mm다. 공차중량도 1,575kg으로 슈퍼패스트보다 50kg 정도 무겁다.

그럼에도 아벤타도르는 슈퍼패스트보다 주행 안정성이 높다고 알려져있다. 차체 가운데에 엔진을 배치하는 미드십 구조에 상시4륜구동(AWD)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슈퍼패스트는 엔진을 앞쪽에 놓은 후륜 구동(FR)방식을 쓴다. 아무래도 자세가 흐트러지기 쉽다.

▲ 페라리 812 슈퍼패스트는 FMK가 국내에 공식 출시한 만큼 가격이나 서비스를 받기가 상대적으로 더 수월할 것으로 기대된다. FMK 제공

또 아벤타도르는 높이도 1,136mm로 최대한 낮추면서 성능을 극대화했다. 슈퍼패스트도 1,276mm로 낮은 편이지만 아벤타도르에는 미치지 못한다. 아벤타도르가 슈퍼패스트보다 출력이 낮고 더 크고 무거운 차체를 가졌는데도 불구하고 비슷한 성능을 낼 수 있는 비결이다.

최고 속도에서 아벤타도르가 350km/h로 슈퍼패스트(340km/h)보다 빠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펀 투 드라이빙’에서는 슈퍼패스트가 좀 더 우세할 것이라는 평가다. FR 방식 특성상 코너링에서 뒷바퀴를 미끄러뜨리는 ‘드리프트’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슈퍼패스트는 페라리가 자랑하는 기술인 사이드 슬립 컨트롤(SCC) 5.0을 실어 날카로운 코너워크를 할 수 있다. SCC는 코너링 환경에 따라 양쪽 뒷바퀴에 실리는 토크량을 조절해주는 시스템이다.

가격면에서도 FMK가 공식 출시한 슈퍼패스트가 더 이점이 있어보인다. 아직 정확한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슈퍼패스트의 예상 판매가는 4억원 후반대다. 아벤타도르는 최저 5억원 후반대를 지불해야 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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