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녀' 리뷰

[한스경제 양지원] ‘악녀’(6일 개봉)는 김옥빈의, 김옥빈을 위한, 김옥빈에 의한 액션영화다. 8할이 김옥빈으로 채워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영화계에서 여성 원톱 주연의 액션 영화는 전례를 찾기 힘든 게 사실이다.

때문에 ‘악녀’는 관객에게 신선하고 반갑게 다가온다. 짜릿하고 실감 나는 오락액션으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하지만 탄탄하게 짜인 액션에 비해 내용은 다소 허술해 아쉬움을 남긴다.

‘악녀’는 살인병기로 길러진 최정예 킬러 숙희(김옥빈)가 그녀를 둘러싼 비밀과 음모를 깨닫고 복수에 나서는 과정을 그린다.

초반부터 관객의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리는데, 마치 1인칭 슈팅게임을 하는 듯한 연출이 인상적이다. 어두침침한 복도에서 숙희 혼자 70여 명의 적과 살벌하게 싸운다. 관객으로 하여금 헤드캠을 두르고 직접 싸우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살 떨리는 복도 액션 신이 끝나면, 카메라는 다시 3인칭으로 바뀐다. 자연스럽게 숙희를 비추면서 액션은 또 다시 시작된다. 이 때부터 김옥빈의 피 튀기는 맨몸 액션과 총격신이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화려하게 펼쳐진다. 관객을 몰입시키느냐, 마느냐는 영화의 초반이 결정짓기 마련이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악녀’의 도입부는 매우 성공적이다.

하지만 액션을 제외하고, 영화의 내러티브만 본다면 아쉬운 점이 많다. 숙희가 복수를 하는 이유나 인물 간의 갈등 구도가 다소 식상하다. 관객의 감성을 자극하기 위해 펼쳐진 숙희와 현수(성준)의 멜로는 오히려 몰입도를 떨어뜨린다.

게다가 숙희 역시 기존 여성 캐릭터의 전형성을 깨지 못한다. 여성 영화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고 싶다던 정병길 감독은 정작 숙희에게 고루한 여성 판타지를 끼워 넣는다. 싸움 실력은 장정 수십 명을 때려잡을 정도지만, 알고 보면 순진무구하고 사랑에 약한 숙희라니! 사랑하는 이와 딸을 잃고도 중상(신하균)에게 사랑을 구걸하는 듯한 모습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철저히 김옥빈을 위한 영화인만큼 다른 인물들에게 포커스를 맞추기 힘들다. 악의 주축인 중상과 ‘순정남’ 현수, 걸크러시 캐릭터 권숙(김서형)에 대한 서사가 부족하다.

내용적인 면에서는 허점이 많지만, 한국 영화계에서 신선한 도전을 했다는 점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액션에서 배우와 제작진의 노고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대부분의 액션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김옥빈은 이 영화를 통해 재조명 받을 듯하다. 열정적으로 과감하게 공들인 액션이 스크린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된다. 영화의 시작과 끝을 아쉽지 않게 가득 채운다. 러닝타임 123분. 청소년 관람불가.

사진='악녀' 스틸 및 포스터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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