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산업부 채성오 기자

[한스경제 채성오] "통신망 설비투자는 끝났다.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해 기본료를 폐지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당시 내세웠던 파격적인 공약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국정위가 기본료 폐지가 난항에 부딪히면서 대신 통신비 원가공개 카드를 차선책으로 압박을 가하자 이동통신사에게 직격탄으로 작용되고 있다.

호통이 능사가 아니며 진정 누구를 위한 것인지 깊은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

현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담당하는 국정위는 미래부 측에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미래부는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일과 6일, 10일에 각각 업무보고를 진행했지만 모두 퇴짜를 맞았다.

미래부를 압박한 국정위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이동통신 업계는 5,800만 휴대전화 가입자(알뜰폰 포함)들이 월 1만1,000원 꼴로 내던 기본료를 없애면 약 7조3,000억원 이상의 영업이 감소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미래부도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기 때문.

단계적인 방안으로 2G·3G 이용자부터 기본료를 폐지하는 방안이 제시됐지만 국민적 여론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평가다.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9.2%(506만명)만 통신비 감면을 받는 셈이니 전국민 통신비 경감이라는 공약 취지에도 어긋난다.

국정위의 압박 속에 미래부는 기업 영업전략이 담긴 통신비 원가공개로 방향을 선회했지만 이것 또한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통신비 원가를 공개할 경우 경쟁사에 영업전략을 노출해 막대한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통신비 원가공개는 아직 대법원의 판단이 내려지지 않아 논란의 소지를 남길 가능성도 존재한다.

통신 기본료 폐지를 주장하는데 이 구조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통신 기본료는 이동통신사들이 통신망 설치와 유지·보수를 위해 납부하는 요금이다. 현재 이동통신사들은 망 관리를 비롯해 가상현실(VR)·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에 대비한 인프라 투자 비용으로 활용중이다.

기본료 인하는 대선 때마다 나온 선심성 정책이다. 카드 수수료 및 통신료 인하 등 서민들의 실생활에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달콤한 공약이다. 하지만 그 뒤에는 쓰디쓴 부작용이 기다리고 있다.

일례로 MB 정부는 2011년부터 기존 1만2,000원의 기본료를 1,000원 인하했고 동시에 기본료 표기가 생략된 정액 요금제가 출시됐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풍선효과의 부작용이라고 말한다. 통신비를 인하하면서 정액 요금제가 도입됐고 본격적인 가계통신비 부담으로 이어졌다는 것.

기본료 폐지는 단기간 내 압박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풍선효과론’에 주목해야 한다. 기본료 폐지를 통해 또 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대안없이 기본료를 폐지할 경우 이동통신사는 마케팅비를 비롯한 제반 비용을 올리게 되고 이는 통신비 인상이라는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정위는 다음주 중 미래부를 대상으로 추가 업무 보고를 받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가계통신비 인하를 미래부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 사전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접근법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원인 찾기에 힘써야 할 때다. 

취지가 좋다한들 방법이 옳지 못하면 실효성 측면에 나아질 리 만무하다. 한가지 더 전세계가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선점하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지만 세 발짝 늦은 우리나라로서는 따라잡으려면 몇 배 더 달음박질을 해야 한다. 기본료 폐지로 인해 수익 감소가 발생하고 결국 투자가 위축되고 만다.

4차 산업혁명은 기업으로서는 앞으로의 먹거리를 책임질 미래경영의 으뜸이다. 연구개발과 투자 없이 좋은 성과를 이룰 수 없을 뿐더러 도태될 수도 있다. 소비자에게는 편의성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기업이 돈을 벌고 수익이 발생해야 고급 서비스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젖은 수건을 짠다고 계속 물이 나올 수 있을까.

시간이 걸리더라도 근본적인 대책을 찾는게 중요하다. 과거 정권때마다 임시방편인 대책으로 풍선효과를 경험하지 않았는가. 이동통신 업계, 소비자단체, 전문가 집단, 관련 기관 등 이해관계자들과 국정위가 시간을 두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하길 기대해본다.

채성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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